'이재명 후보 유튜브 봤다'는 일본인의 반응

김관식 2025. 5. 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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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매체로 한국을 깊이 알아가는 일본인들... "일본 언론, 자극적인 뉴스 서로 도움 안 돼" 의견도

[김관식 기자]

저는 지난해 12월 13일 자로 기사를 하나 송고했습니다. 히로시마 출장 중에 일본인과 나눴던 이야기를 게재했는데요, 과연 당시 불법 비상계엄을 일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한 부분이었죠.

그들은 하나 같이 "우리도 한국처럼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비상계엄은 2·26 군사 반란(1936년 2월 26일, 일본 육군 황도파 청년 장교들이 1483명의 병력을 이끌고 일으킨 사건) 이후로 처음 들었다", "한국은 국민들이 군대를 막았다. 사진 보고 무척이나 놀랐다. 일본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라는 의견이었습니다(관련 기사: "한국 국민들이 군대 막았다니, 일본에선 상상도 못 할 일" https://omn.kr/2bg2m)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은 이웃 일본에서도 '속보'로 전해지며 신문은 물론 포털 메인을 연일 장식했습니다. 댓글과 이에 대한 반응이 거의 실시간으로 올라올 정도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국내 언론과 유튜버들도 앞다퉈 이를 인용 보도했습니다.

윤석열 파면 당시 대부분 일본 언론 "한일관계 악화 우려" 보도

당시 주요 일본 보도 내용을 보면 대부분 '윤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한일관계 악화'라는 헤드라인을 뽑았습니다. 동시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다른 외신을 보더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야후재팬에도 이와 관련한 기사가 뜰 때마다 댓글이 1000개 이상 달릴 정도였으니 한국 정치 지형에 대해 그들의 관심사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습니다.
▲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의 파면 소식을 빠르게 보도한 지난 4일 자 요미우리신문.  '윤 대통령 파면, 한일관계에도 영향 우려... 좌파계의 이재명 씨가 지지율 1위로 정권교체 가능성'이라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 요미우리신문 캡처
현재까지 줄곧 일본 정부와 미디어가 주목하는 핵심은 바로 '한일 관계의 변화'입니다. 일본 뉴스를 종합해 보면 일본은 기시다 정부부터 이시바 정부에 이르기까지 윤석열 정부와 우호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한일관계에 개선을 이뤘다고 보고 있으며, 윤 전 대통령을 일본에 우호적인 인물로까지 묘사하며 긍정적으로 보도한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탄핵과 파면이 이어지면서 일본에서의 보도 내용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일본은 "진보의 이재명 후보가 대권을 잡을 경우 한일 관계가 다시 냉각될 수 있다"며 "한일 관계가 다시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이로 인한 여파를 예상한 듯 공식적인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에 어떠한 정권이 들어서도 한일 관계와 협력은 이어질 것이며, 이는 지역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 지난 4월 4일,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의 파면 당시 일본 NHK 뉴스. '한국 윤 대통령이 파면·실직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 NHK 캡처
사실 일본이 이번에 유독 한국의 정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엔 조금 다른 이유가 감지됩니다. 최근 국제 정세가 한일 관계의 범위를 벗어나 일본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를 꼽자면 트럼프 미 대통령의 24%에 달하는 고관세 정책, 대만 유사시 미일 대응 방안, 러우 전쟁으로 인한 내수 악화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관계가 원만해야 안보 협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에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불법 비상계엄, 탄핵, 파면으로 이어지는 동안 과연 일본 언론에서 보도하는 대로 과연 일본인은 이를 '한일관계 악화'라고만 인식할까 하고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나아가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 정치에 대한 부분과 현재 가장 유력하다 지목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예상하는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마침, 기회가 닿아 4월 23일, 일본 잡지 시장을 조사하기 위해 짐을 서둘러 챙겨 일본으로 떠나기에 앞서 현지에서 일본인들과 기회를 만들어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회는 빨리 찾아왔습니다.
 공항선 전철에서 마주한 마츠다 씨(맨 왼쪽).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그는 비상계엄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 김관식
"야후 댓글? 다는 사람만 달 뿐"... "한일관계, 누가 당선되든 잘 이끌어주길 바라"

후쿠오카 공항에서 하카타(博多)를 지나 기온(祗園)으로 지나는 공항선 전철에서 맞은편에 앉은 세 명의 일본인 직장인 중 한 명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기자가 먼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짓자, 그도 목례로 답했습니다. 그러곤 "료코(여행)?"라며 내게 물었습니다.

기자는 "일본 내 잡지도 보고, 서점도 갈 계획"이라고 말하자 그는 "한국어를 공부하는 동안 한국 잡지를 많이 봤다"며 지금은 한국 문화를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한국 상황에 관해서도 얘기가 오갔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마츠다'라고 밝힌 그는 "저번 대통령 비상계엄 때도 '그런 게 있었나?'하며 놀랐는데, 이번에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았나. 두 번이나. 더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실 나는 한국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다. 우리 회사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급하기 때문"이라며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관세로 우리를 힘들게 했다"고 조용히 밝혔습니다.

포털 야후재팬을 보면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를 지지하는 일본인이 많다는 얘기에는 "그런 사람들만 댓글을 다는 것 아닐까?"하며 마츠다 씨는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또 "자세한 것은 모르겠으나 한국에는 일본이, 일본에는 한국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다음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잘 이끌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코다케역에서 하카타로 넘어오는 후쿠호쿠유타카선 열차에서 이야기 나눈 사토 하루토 씨. 그는 한국의 정보를 유튜브 뉴스 영상으로 넓게 접하고 있었다.
ⓒ 김관식
"이재명과 미즈시마 주한 일본대사와 대담 영상 보곤 생각 바뀌어"

제가 생각 못 했던 답을 들었던 것은 이튿날, 코다케(小竹)에서 일정을 마치고 하카타로 넘어오기 위해 후쿠호쿠유타카선 열차를 탑승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위아래 검은색 옷을 입은 한 남성과 역시 마주 보고 앉았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사토 하루토'라고 밝힌 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좋아한다는 그에게 "한국은 요즘 대선으로 한창 바쁜 시기"라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러자 그는 "요즘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유력하지 않나?"고 물은 뒤 "예전에 유튜브에서 민주당 대표가(이재명 후보를 가리키는 듯) 주한 일본대사(미즈시마 고이치)와 얘기를 나눈 영상을 봤다. 그걸 본 후 한일 관계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내 주변의 많은 사람이 (이 영상을) 봤다. 일본 뉴스가(한국과 관련해) 자극적인 게 많긴 하다. 서로 도움될 게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2024년 12월 26일 있었던 이재명 후보와 미즈시마 주한 일본 대사와 나눈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당시 이재명 대표는 미즈시마 대사에게 "개인적으로 일본에 대해 애정이 매우 깊은 사람"이라면서도 "한미일 협력이나 한일 관계 등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대한민국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과거사 문제, 독도 문제를 둘러싼 논란 등 실효성 없이 감정을 건드리는 문제가 있는데 마음만 먹으로 서로 해결할 길이 얼마든지 있다"며 "한국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 고통의 기억이 있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한편으로 보면 '다시 이런 일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양국 정치인들이 이런 점들을 인정하고, 그런 불안감을 최소화하고, 고통·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면서 경제와 사회, 문화 등을 분리해 전향적 한일관계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미즈시마 일본대사 역시도 이 대표에게 "한일 양국 관계의 중요성은 변함없다. 한일 간 협력 관계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일본도) 노력하겠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비록 짧은 출장 기간 속 일본 현지에서 들었던 일부 일본인들의 한국 정치와 사회에 대한 생각이었지만, 현지 언론과 사뭇 다른 느낌도 받습니다. 그들도 다각적인 정보를 통해 이를 재해석하며, 이들 역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또 하나, 두 나라가 정치적인 계산으로 주판알을 튕기는 시대는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재명 대선 후보에 관해 이들도 유튜브를 봤을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이번 출장으로 일본인과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한일 관계는 조금씩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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