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가족을 지키는 모든 '할머니'들에게 바치는 헌사
[이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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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전지 할머니 책표지 |
| ⓒ 창비 |
이야기는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로 향한 소년 동구와 그의 할머니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동구가 아기 멧돼지를 따라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는데, 손주를 지키기 위한 할머니들의 숨은 활약을 통해 극적인 긴장과 따뜻한 여운을 동시에 안겨준다.
특히 '건전지 할머니'는 혈압계, 라디오, 가스레인지 등 생활 속 전자기기 안에서 하루하루 부지런히 움직이며 동구 할머니의 일상을 충실히 돕는다. 손주의 안녕을 염려하면서도 자기 삶을 성실하고 유쾌하게 꾸려가는 그녀의 모습은, 조용히 빛나는 '보이지 않는 가족의 헌신'을 상징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위기' 속에서도 '사랑'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다. 멧돼지와의 대치 장면에서도 무력이나 위협이 아닌 소리를 이용한 공존 방식을 택하는 할머니의 기지는, 동물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한 작가의 깊은 고민이 반영된 대목이다. 어린이 책에서 쉽게 다루기 어려운 생태적 주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이야기의 흥미와 메시지의 깊이를 모두 챙겼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양모 펠트 인형과 정교한 소품으로 만든 스톱 모션 화면이다. 그림이 아니라 사진으로 구성된 이 그림책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장롱 아래 펼쳐지는 비밀 공간과, 그 안에서 마주하는 건전지 손주들의 방문 장면은 오래도록 독자의 마음에 따뜻한 불을 밝히는 명장면으로 남는다.
이 책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가족을 지키는 모든 '할머니'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며, 아이들에게는 보호자에 대한 감사와 가족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깨우쳐 주는 선물 같은 책이다.
"으라차차! 할머니 충전 완료다." 이 한 마디가 주는 에너지는 단지 문장의 힘을 넘어, 사랑이 가진 회복의 힘을 이야기한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전류는 바로 가족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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