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니의 라스트 댄스, 마레이가 막아설까

이준목 2025. 5. 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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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서울 SK-창원 LG 챔피언 결정전 시작... 1차전 5일 잠실서 개최

[이준목 기자]

 4월 2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모비스와 창원 LG의 3차전에서 LG 조상현 감독이 마레이를 격려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창원 LG 세이커스가 2024-25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에서 격돌한다. 두 팀은 각각 정규리그 1, 2위를 차지했고, 4강플레이오프에서는 수원 KT와 울산 현대모비스를 물리치고 챔프전에 진출했다. 두 팀의 1차전은 오는 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다.

SK는 통산 4번째 우승을 노린다. SK는 1999-2000시즌, 2017-18시즌, 2021-22시즌에 정상에 올랐다. 특히 전희철 감독 부임 첫 해인 2022년에는 정규리그와 챔프전, 컵대회를 아우르는 '트레블'을 달성하기도 했다. 전 감독은 지휘봉을 잡고 최근 4시즌 연속 모두 플레이오프 무대를 경험했고, 2022-23시즌 준우승까지 포함하면 벌써 3번째 챔프전 무대를 밟게 됐다.

3년 만의 통합우승을 노리는 SK는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41승 13패(승률 .759)를 기록하며 전희철 감독 부임 이후 최고승률 기록을 경신하고 1위를 달성했다. 자밀 워니와 안영준은 각각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 MVP를 독식했고, 베테랑 김선형까지 시즌 베스트5의 세 자리를 SK 선수들이 차지할 만큼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반면 조상현 감독이 이끄는 LG는 '만년 2인자' 징크스를 깨고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한다. LG는 창단 이래 꾸준히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아왔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정규리그 우승은 2013-14시즌 1회가 전부고, 챔프전은 무관이다. LG는 2000-01시즌(vs. 삼성)과 2013-14시즌(vs. 현대모비스)에 챔프전 무대를 밟았으나 준우승에 그쳤고 이번이 3번째 도전이다.

LG는 최근 3년 연속 정규리그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두 시즌 연속으로 4강플레이오프 무대를 넘지 못하고 업셋을 당하며 챔프전 진출에도 실패해 단기전에 유난히 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올시즌에는 조동현 감독이 이끄는 현대모비스와 '쌍둥이 형제 감독' 대결에서 3전 전승으로 완승하며 마침내 11년 만에 다시 챔프전 무대를 밟는 기쁨을 누렸다. 조상현 감독에게는 이번이 처음 맞이하는 챔프전이다.

LG는 베스트5에 선정된 아셈 마레이와 칼 타마요(아시아쿼터) 콤비의 높이를 중심으로, 유기상, 양준석, 정인덕 등 젊은 국내 선수들의 활동량과 수비력이 조화를 이룬 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시즌 초반 한때 8연패를 당하는 부진을 극복할 수 있던 원동력도 성공적인 세대교체였다. 올시즌 대형 트레이드로 합류했으나 부상으로 활약이 저조했던 두경민-전성현의 PO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양팀은 플레이오프에서는 4강전에서 2번 격돌하며 1승 1패를 나눠 가졌다. 2000-01시즌에는 LG가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SK를 물리치고 챔프전에 올랐다. 지난 2022-23시즌에는 SK가 3연승으로 LG를 스윕하며 설욕에 성공했다.

올해 정규시즌 상대 전적은 5승 1패로 표면적으로 SK의 압도적인 우위였다. 하지만 두 팀의 정규리그 맞대결 평균 득실차는 2-3점에 불과했고, 두 자릿수 이상 점수차가 벌어진 경기가 한 번도 없었을 만큼 내용은 대부분 팽팽했다. 시즌 초반 LG가 마레이의 장기 부상 이탈로 인해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었던 경기도 포함돼 있었다.

양팀의 경기 스타일은 다소 상반된 '창과 방패의 대결'에 가깝다. SK는 정규리그 79.4점으로 2위에 올랐고 속공 득점은 15.8점으로 리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실점도 73.9점(최소 3위)에 스틸 7.9개로 1위를 차지하며 수비도 훌륭하다. 리그에서 가장 적은 턴오버(10.4개)를 기록하며 초반 끌려가다가도 후반 경기를 뒤집은 역전승이 많았다.

반면 LG는 최근 몇년간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수비팀이다. 올시즌도 73.6실점만 허용하며 4년 연속 리그 최소실점 1위를 지켰다. 리바운드 1위 마레이를 앞세운 수비력과 골밑 장악력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이번 시리즈의 특별한 관전포인트는 자밀 워니의 '라스트 댄스'다. 2019-20시즌 한국무대에 데뷔해 SK에서만 6시즌째 활약중인 워니는 31세의 젊은 나이에도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예고한 바 있다. 워니는 SK에서 올해 역대 최다인 4번의 외국인 선수 MVP를 수상하며 라건아, 애런 헤인즈, 조니 맥도웰 등을 제치고 이미 'KBL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워니는 이번 시즌에도 22.6점으로 정규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SK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수원 KT와의 4강전에서 사실상 원맨쇼를 펼치며 챔프전 진출을 견인했다. 지난 4월 29일 열린 4차전에서는 팀득점(69점)의 2/3에 이르는 40득점을 혼자 몰아넣고 18리바운드를 기록하는 괴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SK로서는 '상대가 알고도 못막는' 워니의 존재감 덕분에 국내 선수들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승리할 수 있었다.

다만 워니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는 SK 입장에서 오히려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4강 상대였던 KT는 워니를 막을만한 빅맨이 없었고 극도의 외곽슛 난조까지 겹치며 SK가 '워니 GO'에 의존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팀으로서의 조직적인 경기력은 그리 좋지 못했다. 김선형-안영준 등 믿었던 국내 선수들이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는 것은, 챔프전을 앞두고 우려되는 대목이다.

1쿼터 징크스도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SK는 정규리그에서 1쿼터 득점(19.6점)은 리그 8위에 그치며 유독 출발이 좋지 않았다. 특히 정규리그 우승 확정 이후 잔여 경기와 4강 플레이오프까지 총 12경기에서 SK가 1쿼터를 앞선 채 마친 것은 단 3경기에 불과했다. 특히 KT와의 4강 1, 2차전에서는 초반에 큰 점수차로 끌려다니며 위기를 겪다가 후반에 워니의 활약으로 겨우 역전승을 거뒀다.

LG는 SK와 달리, 4강전을 3경기 만에 가볍게 스윕하고 올라오며 체력을 아꼈고 기세까지 탔다. LG의 마레이는 현재 리그에서 워니를 그나마 1대 1로 막아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통 빅맨이기도 하다.

LG가 정규리그에서 SK에게 유일하게 승리했던 지난 2월 시즌 5차전(77-68)에서 마레이는 19점 2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16점 8리바운드에 그친 워니를 압도한 바 있다. 마레이의 강력한 골밑 장악과 공격 리바운드는, SK의 장기인 속공 시도를 떨어뜨리는 데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몇 년간 꾸준히 리그 정상급 빅맨으로 활약했지만, 늘 워니의 독주에 가려졌던 마레이로서도 워니가 은퇴하기 전에 자력으로 2인자 징크스를 넘어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양팀 모두 노련한 베테랑들의 전력 누수가 아쉽다. SK는 빅맨 오세근, LG는 슈터 전성현과 두경민이 각각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챔프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정규리그에서는 비록 이들의 활약이 기대에 못미쳤지만, 중요한 챔프전에서 누구보다 큰 경기 경험들이 풍부한 선수들의 존재는 언제든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과연 베테랑들이 챔프전에서 깜짝 복귀할 수 있을지도 시리즈의 또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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