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앤드존슨의 어두운 비밀"... 제약 비리에 더욱 민감한 이유
[이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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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 |
| ⓒ 연합=OGQ |
더불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사업도 활발하다. 대웅제약은 환자들의 생체 신호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여 이상징후를 감시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 원격심박기술을 모니터링 하는 디지털 헬스기기의 보험급여도 획득했다. 그 외에 유한양행, 한독, 종근당 등 굴지의 제약기업들도 AI와 웨어러블 기기를 기반한 여러 형태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제약기업들이 의약품 외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토대는 국민들이 제약기업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른 산업과 달리 이윤창출을 위한 의약품 개발 및 생산이 단지 돈을 벌어들이는 일을 넘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한다는 사회적 가치도 실현한다고 말해왔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진다"는 숭고한 사명을 내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제약사에 대한 높은 사회적 신뢰는 한편으로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너무 쉽게 그들에게 맡기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도 망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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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8일 출간된 <노 모어 티어스: 존슨앤드존슨의 어두운 비밀> 표지 |
| ⓒ 랜덤하우스 |
바이오의약품이며, 빈혈치료제인 에리트로포이에틴(EPO)은 직접 수혈이 필요한 만성빈혈환자에게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하지만 90년대 운동선수들이 산소포화도를 높이는 도핑 약물로 사용하면서, 특히 유명 사이클 선수인 랜스 암스트롱이 사용한 도핑 약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이 약물은 오랜 기간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의 빈혈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목적으로 투여되었다.
2003년 10월 의학저널 <랜셋>(Lancet)에서 EPO가 암 환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연구 저자인 헨케 박사는 '항암치료 중인 환자에게 EPO 투여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시 암 환자들 중 거의 절반이 EPO를 투여받는 상황에서 충격적인 결론이었다. <뉴욕타임스>는 후속보도를 통해 연구 결과 때문에 암 환자들이 EPO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암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했다. 전문가들은 EPO의 위험성 논란을 축소하려 했다.
하지만 EPO가 심장 부작용 문제와 더불어 종양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의심을 오래전부터 받아왔다. 다만 존슨앤드존슨이 15년 동안 이러한 위험성을 보여주는 수많은 데이터를 숨겨왔기 때문에 위험을 명확하게 알기 힘들었다.
얼마 후 유사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939명의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프로크리트(Procrit, EPO의 상품명) 투여그룹의 41명이 사망한 반면, 위약그룹에서 16명만 사망했다는 연구였다. 게다가 미국의 몇몇 그룹에서 EPO 사용 환자들이 혈전증 위험 증가 때문에 약물 투여를 중단하거나 용량을 조절했다는 내부 고발도 있었다. 존슨앤드존슨이 주도한 임상시험에 참여한 연구자들이 비슷한 결과를 발견했음에도 이는 비밀로 유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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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혈치료제인 프로크리트 |
| ⓒ 존슨앤드존슨 |
관련 재판 자료에 따르면, 당시 존슨앤드존슨 영업 담당자들은 프로크리트를 의사에게 무료로 제공하거나 메디케어와 민간 보험사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길 수 있도록 도왔다고 시인했다. 워싱턴의 한 병원 관리자는 당시 병원 의사들이 1년 동안 존슨앤드존슨의 EPO를 900만 달러(약 129억 5000만 원)어치 처방하면서 270만 달러(약 38억 9000만 원)를 챙겼다는 재무제표를 고발했다.
미국의 EPO 스캔들은 마약성진통제 처방 스캔들과 비슷한 규모의 사회적 충격을 주었다. 제약기업이 리베이트를 이용해 많은 의사들과 의료기관의 처방을 유도하였고 그 결과 환자들의 건강 피해를 방치했다는 점에서 비슷하였다. 오히려 단순히 수혈하는 등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안이 있음에도 의사들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처방했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주었다.
2007년 말까지 8건의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EPO가 심장마비, 뇌졸중, 종양 성장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EPO 약물에 대한 부작용을 적시하여 안전 사용 문제를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으며, 의사가 빈혈을 치료하기 위해 투여하더라도 최저 용량을 사용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 제약산업에 던지는 질문들
한국 제약산업도 앞선 미국의 사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국내에는 대규모 부작용 피해가 고발된 사례는 없지만 제약기업의 요청에 의해 특정 의학 교과서 기술이 변경되거나 진료 지침과 무관하게 특정 약물의 사용이 늘어나는 문제들은 수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그 외에도 내부고발로 밝혀지는 제약사의 리베이트 사건, 생산 서류 조작 논란 등도 제약산업의 이면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과연 그러한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제약사의 스캔들은 다른 기업과 달리 우리에게 더 큰 충격을 주기 마련이다. 우리가 먹는 약, 우리의 생명을 결정하는 약을 생산하는 회사에 대해 윤리적 기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제약사들이 처방을 대가로 의사들에게 주는 불법 리베이트 문제, 제약 폐수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 등에 우리가 더 큰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오늘도 우리는 약을 먹는다. 이는 단지 약을 먹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약산업과 기업의 신뢰를 먹는다는 것을 제약기업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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