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합병' 한진그룹, 지하수 증량 신청...제주도, 어떤 판단 내릴까
"계열 항공사 늘어나 기내 음용수 공급 한계...허가량 조정 필요"
'제조.판매 불가' 제주특별법 관건...통합물관리위원회 심사 회부될까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가 제주도에 지하수 취수량 증량을 정식 신청하면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한국공항㈜는 지난 30일 현행 1일 100톤(월 3000톤) 규모인 지하수 취수 허가량을 150톤(월 4500톤)으로 확대해줄 것을 요청하는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1일 밝혔다.

한국공항㈜측은 "한국공항이 생산하는 '한진제주퓨어워터'는 1984년 제주도 최초로 먹는샘물 제품으로 개발해 현재까지 대한항공 기내음용수로 공급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미 허가량 한계(1일 100톤)까지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추가 공급을 위해서는 허가량 조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내용으로 공급되는 한진제주퓨어워터를 통해 전세계 승객들에게 제주도의 청정 이미지를 알리고, 제주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해 왔다"면서 "이번 허가량 확대를 통해 활발한 기업활동을 전개하면서 투자, 채용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량은 최초(1993년) 1일 200톤 규모로 허가 받았다. 그러나 1996년 실제 사용량에 비례해 1일 취수량을 100톤으로 줄이는 조치가 이뤄졌다. 이후 30년 가까이 '100톤' 규모가 그대로 유지됐다.
한진그룹은 항공여객 수요 증가를 이유로 취수량을 최초의 허가 수준대로 환원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지하수의 공공적 관리 원칙을 내세운 도의회 관문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동안 증량신청이 이뤄진 것만 5차례에 이른다. 이 중 '120톤' 증량 동의안이 제출된 2013년, '130톤' 증량 동의안이 제출된 2017년에는 제주도의회 상임위원회 심사를 통과했으나, 본회의 상정이 보류되면서 처리되지 못했다.
2018년에는 150톤으로 늘려달라는 신청이 이뤄졌으나, 제주도에서 반려하면서 지하수관리위원회 심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문제를 놓고 한국공항은 제주도를 상대로 '지하수 개발·이용 변경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는데, 이후 더 이상 증량 신청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 계열 항공사 확장을 명분으로 7년 만에 다시 증량을 신청하고 나선 것이다.
◇ 한진 "지역발전 위한 실질적인 노력과 상생경영 실천해 나갈 것"
한진측은 이번 지하수 증량신청에 따른 보도자료를 통해 에 따른 앞으로 지역사회 환원을 강화할 뜻을 밝혔다.
한국공항㈜측은 "제주지역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며 "2022년 제주도 장애인운동선수 4명 채용을 시작으로 매년 채용규모를 확대해 현재 10명의 선수가 안정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올해는 선수단 규모를 15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며, 도내 취약계층을 위한 기부 및 지역사회 후원 활동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의 제주 기여도도 강조했다.
한국공항㈜측은 "한진그룹은 제주에서 항공, 지상조업, 물류, 호텔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면서 16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며 "2024년에는 제주도에 지방세 총 211억원을 납부했으며, 특히 대한항공은 금융리스로 도입한 여객기 18대 전량을 제주도에 등록하며 174억원의 지방세를 납부실적을 기록했다"고 강조햇다.
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한진그룹 5개 항공사는 제주 국내 여객의 60%를 담당하며, 연간 약 1600만 명을 수송하는 등 제주도의 교통·물류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공항 제주지역 총괄 김현욱 상무는 "한진그룹은 제주도에서 항공, 물류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며 함께 성장해 왔으며, 앞으로도 지역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과 상생경영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그럼에도 이어지는 논란...향후 절차와 과제는?
그럼에도 지하수 증량을 두고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이미 한진측의 증량 계획 소식이 알려진 지난 2월부터 지역사회에서는 신중론과 더불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제단체 등을 중심으로는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지하수, 골프장과 대형 호텔의 지하수 사용량이 막대한데다, 한진그룹이 최초 200톤으로 허가 받은 적이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지역사회 환원조건을 전제로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에서는 이번 지하수 증량이 제주 지하수 공수화 원칙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도는 일단 법과 절차대로 검토를 한다는 방침이다. 증량 신청안 제주도 통합물관리위원회 지하수분과위원회 심사를 통과하면, 도의회에서 동의안을 최종 처리하게 된다.
문제는 제주특별법의 '지하수 개발.이용 허가의 제한 및 취소'(380조) 규정에 저촉되는지 여부에 대한 해석이다. 이 조항에서는 '먹는샘물을 제조.판매하려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허가를 해서는 안된다고 제시하고 있는데, 예외 규정에서도 지방공기업이나 공공급수로 한정하고 있다. 즉, 민간 업체의 '제조.판매'는 허가가 안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법제처도 지난 2017년 9월 법령해석을 통해 "제주특별법 경과조치에 따라 허가를 받은 것으로 의제된 자로서 먹는샘물을 제조.판매하는 자가 그와 같이 의제될 당시 취수허가량을 늘리기 위해 변경허가를 신청한 경우 도지사는 그 변경허가를 할 수 없다"고 제주도에 회신한 바 있다.
이 유권해석을 액면 그대로 적용한다면, 한국공항의 경우 제주특별법 제정(2006년) 이전 허가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확정된 허가 범위 내에서 지속적으로 취수허가가 이어지고 있으나, '증량'의 경우 허가가 안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조.판매'로 볼
이 판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번 증량 신청안이 통합물관리위원회에 그대로 상정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이러한 부분을 염두에 둔 듯, '법률에 따른 검토' 원칙을 강조했다.
오 지사는 지난 달 10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한진그룹의 지하수 취수량 증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한진과 관련해 아직 (지하수증산 신청이)접수되지 않아 관련해 논의를 하지 않았고, 방침을 정한 것도 없다"고 전제한 후, "신청이 들어오게 되면 관련 법률에 따라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도가 내부적으로 법률적 부분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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