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고... 발에 물집 생기자 아이가 자랑하며 한 말
[공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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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식구들의 응원을 받으며 힘차게 들살이 출발! |
| ⓒ 공지욱 |
특히 6학년의 중요한 과업은 12일간의 제주 도보 들살이(여행)다. 들살이를 전후하여 교실에서는 '제주'라는 키워드를 과학, 사회, 역사, 음악 등의 과목에서 배운다. 제주 땅의 구조와 지형, 4.3, 제주 문학과 문화 등으로 풀어내고 엮어낸다. 아이들은 그 배움을 들살이를 통해 교실 밖에서 자신의 두 발과 두 눈으로 확인하고 담아낸다. 또한 스스로 세 끼를 해 먹으며 제주 한 바퀴를 돌면서 자신의 한계를 만나는 도전과 극복 속에 용기와 인내, 성취감을 얻는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던가. 아이들에게 제주 들살이의 추억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남아 때때로 곶감 빼먹는 달달함을 줄 터, 오늘 나도 지난해 만들어진 그 곶감을 하나 빼 먹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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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자유학교 6학년 12일간의 제주 도보 여행 |
| ⓒ 공지욱 |
#들살이 4일차_그날은 아침부터 비가 왔다. 오전 내내 비는 부슬부슬 내렸다가 그쳤다가 쏟아지기를 반복했다. 12kg 배낭 위로 비옷을 입고 25km를 걸어야 하는 우리에게 두두두 떨어지는 비는 '함께'이기에 낭만적이었다. 꿉꿉함이 그 낭만마저 밀어내려 할 때쯤 다행히 해가 났다. 햇살 아래 아이들은 오늘 저녁 메뉴인 떡볶이 이야기를 꺼냈다. 떡볶이가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지, 어떤 조리법을 준비해왔는지, 떡볶이 먹을 생각하면 힘이 나서 걸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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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자유학교 6학년 12일간의 제주 도보 여행 |
| ⓒ 공지욱 |
'제주도는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교실에서는 교사가 배움의 많은 부분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만난다. 그것은 당위적이고 필수적이다. 그런데 교사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더 큰 배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 순간이 교사로서는 정말 짜릿하다.
아무리 많은 준비를 해도 들살이에서는 돌발상황이 반드시 생긴다. 계획에 없던 일을 만났을 때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선택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어떤 때는 교사의 생각을 뛰어넘는 방도를 찾아낸다. 어떤 때는 이런 일은 별거 아니라며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교사의 걱정을 허공으로 날려버린다. 흔히 말하는 문제해결능력, 상황대처능력, 유연성 같은 것들이 아이들에게 쌓인다. 그런 순간이 반복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무슨 일이 일어나도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어있다. 그 빛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곁에서 보고 있으니 어찌 짜릿함이 없겠는가!
[길 위에서의 배움②]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
#들살이 10일차_그날은 유독 해가 뜨거웠다. 덕분에 덜 마른 옷을 가방에 달고 다녔다. 아이들의 다리가 쳐졌다. 걷기 시작한 지 5시간. 앞으로 걸을 시간이 곱절은 더 남아 있었다. 배가 고프다는 푸념이 길었지만 점심 먹을 마땅한 장소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겨우 그늘을 만났고 털썩 주저앉아 설익고 무슨 맛인지 모르겠는 차가운 도시락을 까먹었다. 하필이면 왜 이렇게 힘든 날, 밥이 설익느냐, 말이다. 옆에서 쌩쌩 달리는 차들이 얄미운 그런 날이었다.
기운이 없어 수다도 끊긴 즈음 지나가던 자동차가 비상등을 켜고 서더니 어떤 아주머니께서 차에서 내려 돌아 걸어 아이들에게 오셨다. "학생들 도보 여행하나 봐요. 너무 대단해. 이거 먹어요." 먹기 좋게 손질되어 비닐팩 안에 가득 담긴 시원한 망고를 건네주셨다. 감사의 인사를 여러 번 하고 아이들은 망고를 머리 위로 들며 기쁨과 감사의 환호성을 질렀다. 잠시 뒤 한 아이가 외쳤다.
"잠깐만. 이거 새옹지마예요, 딸기! 생각해보니 제주도 걸으면서 계속 그랬어요! 우리 새옹지마를 하루에 여러 번 겪어요!" 또 어떤 아이는 "우리는 진짜 복이 많아요!"하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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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책임지는 내 짐의 무게와 삶의 무게. |
| ⓒ 공지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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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금 더 자고 싶은 아이들. |
| ⓒ 공지욱 |
우리는 들살이를 통해 온몸으로 알게 된다.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대로,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만 동시에 그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지는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마냥 계속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는 것을. 오늘 하루는 충분히 빛나는 날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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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맞이하는 12번의 아침. |
| ⓒ 공지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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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 도시락을 싸는 멋진 셰프들! 들살이 기간 동안 아이들이 계획한 식단으로 아침,점심,저녁 모두 만들어 먹는다. |
| ⓒ 공지욱 |
그 시간을 살아낸 아이들과 그 곁에서 오래 아이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들살이의 힘을 안다. 그 시간이 아이들 몸과 마음에 스며들고 그것이 아이들의 마음 밭에서 고요히 피어올라 아이들의 삶을 풍성하게 채워준다는 것을. 그것을 바탕삼아 오늘도 아이들은 기쁘게, 단단하게 한 걸음 내디딘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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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자유학교 6학년 12일간의 제주 도보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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