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살리고 홍준표 죽인 한덕수, 보수를 죽일지 모른다

곽우신 2025. 4. 3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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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반성·쇄신 사라지고 '누가 한덕수에 꽃길 깔지' 경쟁하는 국힘 경선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곽우신 기자]

 국민의힘 3차 경선에 진출한 김문수, 한동훈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후보자 선출을 위한 3차 경선 진출자 발표에서 마이크를 건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덕수가 홍준표를 죽이고 김문수를 살렸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국민의힘 2차 경선 결과를 두고 나오는 촌평이다.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네 후보가 각축전을 벌인 끝에 김문수·한동훈 후보가 3차 경선에서 맞붙게 됐다.

안철수 국회의원은 나경원 의원을 꺾고 4강에 올라왔을 때부터 '이제 한계'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권은희 전 국회의원이나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예비후보 등 '당 밖'의 지원 사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당내에서 경선을 돌파하기에는 개인기도, 세력도 부족했다. 활자로 된 메시지는 안정적이었지만, 막상 방송사 인터뷰나 토론회 등에서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리스크를 노출했다. '반탄(탄핵 반대)'에 맞서 '찬탄(탄핵 찬성)' 후보를 결선에 올리려던 유권자들의 선택은 한동훈 후보 쪽이었다.

반면, 김문수 후보와 홍준표 전 대구광역시장 중 누가 결선에 오를지는 마지막까지 안갯속이었다. 보수 진영 대권주자 중 선두를 달리던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그 내림세가 확실했고, 반면 '친윤'과 '비윤' 포지션을 모두 넘나들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속된 말로 '까와 빠를 모두 미치게 만드는' 홍 전 시장 특유의 화법이 맞물리며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낳았고, 캠프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고무됐다.

하지만 결선 진출의 고지를 눈앞에 두고 결국 기세가 좌절됐다. 2차 경선 막바지, 김 후보 측은 침체됐던 분위기가 바닥을 찍고 다시 기류를 탔다. 반면, 홍 전 시장 측은 '정계 은퇴'라는 배수진을 쳤음에도 추격세가 꺾이고 말았다.

이 모든 건 결국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탓이다.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며 '간'을 보던 한덕수 대행이 당 밖에서 국민의힘 경선판을 뒤흔들었다. '누가 한덕수 대행과 단일화를 잘 할 것이냐'가 주요 의제가 되면서, 레이스 초반부터 한 대행과의 친분관계를 과시했던 김 후보가 막판에 다시 동력을 얻었다. 반면 한 대행의 출마가 "비상식적"이라며 계엄과 탄핵의 책임을 강조한 홍 전 시장 쪽은 추력을 잃었다.

비상식의 극치, 자당 경선 격하시키는 당 지도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남소연
12.3 내란사태 이후로 국민의힘이 보여준 행태 중 '상식'에 어긋난 게 많기는 했지만, 최근의 행보는 '비상식'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당 경선이 진행 중인 상황인데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서 한덕수 대행과의 단일화 조율에 매달리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헌정회장에게 전화한 일이나, 권성동 원내대표가 '빅 텐트'를 공공연하게 거론하는 게 모두 같은 맥락이다.

한덕수 대행의 출마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본인의 입으로 대선 출사표를 던지지는 않았다. 여기에 한 대행은 국민의힘 당적도 없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 역시 처음엔 당 밖에서 '입당 없는 단일화' 같은 여러 방식이 거론됐으나, 결국 전격 입당 후 경선을 거쳤다. 하지만 한 대행의 경우 당적도 없는 상태에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드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경선은 나올지 말지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누가 '꽃길'을 잘 깔아주는지 경쟁하는 모양새가 됐다. 그래서 3차 경선은 최종 경선이되 최종이 아니다. 마치 대학교 팀플레이 프레젠테이션 과제 파일 만들 듯 최종에 최종을 붙여 진짜 최종을 따로 뽑아야 한다. 결국 공당의 경선은 한 대행과의 단일화를 위한 '예선'으로 격하된 셈인데, 당 지도부가 먼저 나서서 이같은 그림을 솔선해서 그려주고 있으니 경선 흥행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이후의 컨벤션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덕수 대행이 전면에 나서면 나설수록 12.3 비상계엄 이후 보수진영이 정리하고 가야 할 '책임'의 문제가 가려진다는 데 있다. 당초 찬탄 후보와 반탄 후보가 2:2로 전선을 긋게 되면서, 보수 진영이 무엇을 반성하고 어떻게 쇄신할지에 경선의 방점이 찍히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친윤계와 반탄 세력에게 불편한 문제는 뒤쪽으로 밀려나게 됐고, 그저 '반이재명 빅 텐트'를 어떻게 펼지, 그 텐트의 주요 기둥으로 한 대행이 설 수 있을지에만 관심이 쏠리게 됐다.

공당의 목표는 수권이라고 하지만, 사실 수권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국민으로부터 통치권을 한정된 기간 동안 양도받아 '어떤 정치'를 할지 겨루는 게 선거이다. 이번 국민의힘 경선은 수권 이후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내란을 초래한 죄를 어떻게 씻을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가장 웃고 있을 것은 결국 내란 동조범 프레임에서 탈출하게 된 윤씨와 친윤계 인사들이다.

아스팔트 '극우'와 결합하며 '부정선거' 음모론과도 결별하지 못 한 김문수 후보가 최종 결선행에 오른 것부터가 국민의힘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홍준표 전 시장을 밀던 친윤계도 김 후보에게 줄을 서고 있고, 드럼통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침몰했던 나경원 의원 역시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나섰다. 말로는 비상계엄을 옹호하지 않는다면서도, 실제로는 비상계엄의 불가피성을 항변하며 탄핵 반대 최전선에 섰던 내란 동조자들이 김 후보를 중심으로 한데 뭉치고 있다.

안철수는커녕 반기문보다 약한 한덕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행이 실제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이 투표용지에서 한 대행의 이름을 볼 확률은 얼마나 될까. 국민의힘 후보에게 지지율 1~2%포인트 더해주는 불쏘시개 역할에 그칠 공산이 크다. 대선 투표일까지 시간도 얼마 없을뿐더러, 어떤 정량 지표를 보아도 현재 한 대행의 위세는 '리즈' 시절(전성기)의 안철수는커녕 한때 바람이 불었던 반기문 전 UN사무총장보다도 못하다.

그 정도 지지세와 바람이 있었어도 결국 중도에 하차할 수밖에 없는 게 대선인데 한 대행은 중도 확장성을 증명한 적도 없고, 현재 지지율도 보수 진영 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일뿐 압도적인 것도 아니다. 애초에 합친다고 한들 '빅 텐트'는커녕 '스몰 텐트'나 될는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한 대행이 마치 보수진영을 위기에서 구해줄 '백마 탄 초인' 혹은 '동아줄'인 양 구는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의 작태는 한심하다. 보수진영은 위기 때마다 스스로 후보를 만들지 못 하고 외부에서 후보를 '꿔다가' 선거를 치르는 행동을 반복해왔다. 그 가장 큰 실패 사례가 바로 직전 대통령인 윤석열임에도, 한 대행을 꿔다가 위기를 돌파해보겠다며 썩은 동아줄을 붙잡는다.

한동훈 후보는 '단일화 빅 텐트' 자체에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지속적으로 한 대행을 향한 당내 인사들의 러브콜에 날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도 결국 본래 내세웠던 '계엄 앞에 당당한 정당'의 기조는 희미해지고, 한 대행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해야 하는 처지이다.

내란 옹호범들의 총집합,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가

현재 국민의힘은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현수막은 달지만, 그 현수막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 기자의 손목을 붙잡아 강제로 끌고 가는 정당이다. 방송사를 통한 당의 공식 정책·정강 설명회에서 비상계엄에 대해 사죄하면서도 그게 당의 '공식입장'이라고는 인정하지 못 하는 집단이다. 상식과 헌법을 이야기하는 의원은 '왕따'시키면서, 전한길·전광훈 등과 결합해 극언을 쏟아내는 의원에 대해서는 '개별 헌법기관의 자유로운 정치 활동'이라고 옹호하는 이들이다.

자유한국당 시절엔 색깔론과 음모론 그리고 장외집회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집단이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북한군 개입설에 대해서 '아니다'라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했다. 이번 경선은 이 당이 내란 옹호라는 수렁에서 탈출할지, 아니면 과거로 회귀해 소멸의 길을 걸을지 판별하는 분기점이다. 근 몇 년 사이 보수정당의 이른바 '전성기'는 김종인·이준석으로 이어지며 광주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부정선거 음모론과 선을 그으며,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하던 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번 경선에서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나서는 후보가, 간신히 결별했던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시 신봉하는 후보라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본인은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으니 책임질 일이 없다고 사과를 거부한 이가 후보라면 어떻게 되는가? 혹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 주제에 선출된 권력인 양 위세를 떨고 헌법재판관 '알박기'를 시도한 이라면 또 어떤가? 이런 사람들끼리 단일화를 한다면 그것은 '내란 옹호범들의 총집합' 이상의 의미가 있는가?

단언컨대, 김문수를 살린 한덕수가 이번에는 본인은 물론 보수 진영 전체를 죽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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