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하라"는 외교부, 현실은 조력할 인력조차 없다

박정연 2025. 4. 3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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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취업사기 피해 급증 속 교민사회만 고군분투… 대사관 경찰영사 인력은 단 2명뿐

[박정연 기자]

[기사 수정 :1일 오전 10시 2분]
"현지 공관은 신속하고 적극적인 영사 조력을 제공하라."

지난 4월 30일, 외교부는 경찰청, 주캄보디아대사관과 함께 합동대책회의를 열고, 캄보디아에서 반복되고 있는 한국인 취업사기 피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윤주석 외교부 영사안전국장은 현지 공관이 피해자에게 신속하고 적극적인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대국민 홍보활동 등 예방대책 마련에도 힘쓸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의 상황은 이 같은 당부와는 거리가 멀다. 주캄보디아한국대사관에 파견된 경찰영사는 단 두 명뿐이다. 지난해 10월, 경찰청 소속 영사가 한 명 추가로 파견되긴 했지만, 지난해 무려 200여 건 이상의 피해자 신고가 접수된 상황을 감안하면, 통역 등 보조업무를 담당하는 실무관 2명을 포함하더라도 취업사기를 비롯한 거의 모든 사건·사고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대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취업사기 피해 접수는 일주일에 최소 3~4건 이상 발생하는 상황으로 물리적으로 '신속한 조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현지의 공통된 목소리다.

더 큰 문제는 구조 요청 대부분이 새벽 시간대에 들어온다는 점이다.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영사는 현장 확인, 이송, 신원 확인 등 복잡한 절차를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상황이 지연되면 피해자 가족들의 항의 전화가 대사관으로 쏟아지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실상은 외교부의 말처럼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력'이 아니라 '버티고 있는 조력'에 가깝다.

캄보디아에서 벌어지는 취업사기 사건은 단순한 민원 처리를 넘어선다. 피해자 상당수가 불법 온라인 도박, 콜센터, 인신매매 조직에 연루돼 있어 구조는 물론이고 신변 보호까지 요구되는 복합적 사안이다. 하지만 이러한 절박한 조치들을 사실상 감당하고 있는 쪽은 공관이 아니라 현지 교민사회다.

정명규 캄보디아한인회장은 "탈출한 이들을 대사관과 함께 보호하는 경우도 많은데, 인력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우리가 도와야 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범죄 조직의 보복 가능성도 있어 교민들이 스스로 나서기엔 현실적인 위험도 크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인회 임원들이 피해자 임시 거처를 마련해주고 식비를 사비로 부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의 부재를 민간이 헌신으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 피해자들 가운데에도 단순한 피해자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범죄 행위임을 알면서도 돈벌이를 위해 자발적으로 입국하거나, 사전에 '대포통장'을 여러 개 만들어 범죄조직에 넘기기 위해 입국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일부는 구조 후에도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와 동일한 범행에 가담하는 일이 반복된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 중심의 단선적 대응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구조·보호·재범 방지 등 종합적인 대책이 절실한데도 외교부는 여전히 실효성 없는 회의와 원론적인 지시만 반복하고 있다. 프놈펜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이처럼 그럴듯한 회의 몇 번으로 이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며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영사 업무를 감당할 인력을 늘리고, 구조·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실질적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외교부는 <연합뉴스> 보도를 통해 "태국·미얀마·라오스 국경지대인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선 취업사기 피해가 줄었지만, 캄보디아는 여전히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데도 정작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캄보디아에 인력을 늘리거나 구조 단계를 보완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다.

현지 교민사회에서는 더 이상 보여주기식 '탁상 회의'가 아닌, 실제 현장에 도움이 되는 인력 지원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말로만 조력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그 말에 책임지는 행동이 뒤따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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