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미국 군사위성 사진, 캄보디아 지뢰 제거에 결정적 역할
[박정연 기자]
미국 군사위성은 원래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적군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전투의 전략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군사위성은 전쟁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 군사위성의 사진들은 전쟁을 넘어서, 캄보디아의 지뢰 제거 작업에까지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40년 전 찍힌 군사위성 사진들이 오늘날 지뢰와 불발탄이 묻힌 지역을 정확히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술이 어떻게 전쟁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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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정찰 군사위성 사진자료가 40년 만에 기밀 해제된 덕분에 캄보디아 일부 지역이 새로운 지뢰 매설 조사 대상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
| ⓒ HALO / Google Maps |
헤일로 트러스트의 토비아스 휴잇 캄보디아 국장은 <스페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에도 50건 이상의 지뢰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고 수는 줄어들었지만, 지뢰는 여전히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 군사위성 사진은 지뢰가 묻힌 정확한 위치를 찾는 데 매우 중요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특히 휴잇 국장은 과거 지뢰 매설 지역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언급하며 "예전 이미지들을 일반 구글어스(Google Earth) 이미지 위에 겹쳐서 옛 도로를 찾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해상도가 낮고 오래된 구글 어스 이미지로는 과거의 지형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음을 시사하며, 이번에 공개된 군사 위성 사진의 높은 해상도와 정확성이 지뢰 제거 작업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짐작하게 한다.
새로운 위협, 농업 기계화와 대전차지뢰
최근 몇 년 동안 캄보디아 경제가 성장하면서 농촌 지역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전통적인 수작업 농업 방식을 벗어나 트랙터와 같은 농기계를 구입하는 농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새로운 지뢰 사고의 위험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휴잇 국장은 지적했다.
휴잇 국장은 "캄보디아에는 폭발하는 데 아주 적은 압력만 필요한 대인지뢰와, 차량과 같은 무거운 물체가 지나갈 때 터지는 대전차지뢰 두 종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전차지뢰는 수십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어 사람이 밟고 지나가도 터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 농업의 기계화로 인해 과거에는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지역에서도 오랫동안 잠복해 있던 대전차지뢰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는 지뢰 제거 작업이 과거의 위험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 경제적 환경 속에서 새로운 위협에도 대비해야 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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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7년 캄보디아 우정통신부에서 발행한 다이애나비 추모 기념우표. 이 중에는 지뢰 안전모를 쓴 다이애나비의 모습이 담긴 우표도 눈에 띈다. 우표 전지 하단에는 노로돔 시하누크 캄보디아 국왕이 고(故) 다이애나비에게 헌사하는 글귀가 적혀 있다. |
| ⓒ 캄보디아 우정통신부 |
지뢰 탐지 영웅, '로닌'
지뢰 탐지 작업에는 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BBC 보도에 따르면, 캄보디아 북부 쁘레아비히어 주에서 활동 중인 아프리카 큰주머니쥐 '로닌(Ronin)'은 109개의 지뢰와 15개의 불발탄을 탐지하며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다. 로닌은 탄자니아의 비영리 단체 아포포(APOPO)가 훈련한 '히어로랫(HeroRAT)' 중 하나로, 한 마리가 30분 만에 테니스장 크기의 지역을 탐색할 수 있다. 이는 금속 탐지기로 수색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로닌은 전임 영웅쥐 마가와(Magawa)의 기록을 넘어서는 성과를 이루어내며 지뢰 제거 활동에서 큰 상징적 존재로 떠올랐다.
지뢰 제거 사업의 정치적 변수
캄보디아의 지뢰 제거 사업은 국제 원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로이터>와 <CNN>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정부 지출을 줄이고 기관 규모를 축소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올해 2월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해체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지원 대상 국가인 캄보디아의 지뢰 제거 주무기관인 CMAC(캄보디아 지뢰행동센터)이 심각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이 여파로 일부 지역에서는 지뢰 탐지 작업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이러한 미국의 공백을 최근 캄보디아와 가까운 중국 정부가 나서 440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함으로써 어느 정도 숨을 돌렸지만, 이런 정치적 변화는 향후 지뢰 제거 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지뢰 제거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각국 정부의 외교적 지원에 따라 좌우되는 복잡한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지뢰 없는 세상, 아직 멀었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지뢰 제거는 단순히 땅을 복원하는 일이 아니며, 그것은 사람들의 생존과 직결되며, 지역 주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러 어려운 환경과 제약조건 속에서도 군사위성 자료, 훈련된 쥐, 국제 NGO, 각국 정부의 협력이 적절히 결합해 '지뢰 없는 캄보디아'라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헤일로 트러스트의 휴잇 국장은 <스페이스닷컴>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뢰는 땅에 묻힌 전쟁의 기억입니다. 우리는 이 기억을 끝내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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