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학자금 공약으로 빚 굴레 못 끊는다

한영섭 2025. 4. 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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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사회적 부채' 외면한 학자금 해법, 왜 지금 달라야 하는가

[한영섭 기자]

청년 학자금 대출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중대한 현안이자, 다가오는 대선에서 후보들이 명확한 비전과 해법을 제시해야 할 핵심 의무이다. 최근 국민의힘 한동훈 후보가 학자금 대출 부담 완화 공약을 발표하며 청년층의 어려움에 주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상환 방학제', 소득 기준 상향, 기업의 대리 상환 유도와 같은 제안들은 청년의 빚 굴레를 끊지 못한다.

우리 사회 기성세대에게 대학 교육은 '개인의 영달'과 '가문의 영광'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어려운 형편에도 부모님의 희생과 개인의 각고의 노력을 통해 대학 문을 넘어섰고, 그것이 실제로 더 나은 삶과 사회적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 시절의 노력과 희생은 분명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분들은 '빚을 내서라도 배워야 한다'는 신념으로 기꺼이 학자금 부담을 감수했고, 때로는 자녀들을 위해 헌신하며 등록금을 마련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과거에는 소수의 선택이었던 고등교육이 이제는 사실상 많은 일자리와 사회 참여를 위한 기본 요건이 되었다. 대학 진학률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졸 이상의 학력은 개인의 특별한 영달을 넘어선 '보편적 권리'에 가까워지고 있다. 대다수의 학생이 대학에 가는 시대에, 교육의 기회가 개인의 능력뿐 아니라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좌우된다면 이는 공정한 출발선이라고 할 수 없다.

학자금 부채 문제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우리 사회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 한 결과이다. 고등교육이 보편적 권리가 되어가는 흐름 속에서, 그 비용 부담은 여전히 '개인의 영달을 위한 투자'라는 과거의 시각에 머물러 있다. 국가가 고등교육에 대한 충분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그 비용을 개인에게 전가하면서 학자금 대출이라는 형태로 청년들에게 빚을 지우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학자금 부채를 단순히 개인이 짊어진 빚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책임 방기로 인해 발생한 명백한 '사회적 부채'라고 규정하는 이유이다.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지운 학자금 부채의 규모는 아직도 엄청나다. 한국장학재단 발표 등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잔액만 해도 6조 5224억 원에 달하며, 전체 학자금 대출의 누적 잔액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새로 발생하는 학자금 대출 규모 역시 1조 원을 훌쩍 넘어서며 청년들의 사회생활 출발점에 거대한 빚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부채가 등록금만이 아닌 생활비 명목으로 상당 부분 발생한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저소득층 학생들의 경우 생활비 대출 규모가 등록금을 넘어섰다는 통계는 학자금 대출이 더 이상 학비 조달만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본적인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청년들이 기댈 곳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학자금 부채가 개인의 학업 능력이나 노력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경제 구조가 청년들에게 지우는 짐이라는 강력한 증거이며, 과거 세대가 겪었던 학자금 부담과는 질적으로 다른 무게를 지닌다.

'사회적 부채'의 관점에서 볼 때, 한동훈 후보의 학자금 대출 공약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상환 방학제'나 소득 기준 상향은 상환 기간이나 조건의 일부를 조정하는 것일 뿐, 부채 자체를 줄이거나 발생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 빚의 고통을 잠시 유예할 뿐, 이자는 계속 늘어나고 언젠가 갚아야 할 빚으로 남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사실 학자금 대출에 이자를 부과하는 행위 자체가 교육이라는 공공의 가치에 부합되지 않는다. 이자는 본질적으로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얻는 수익이다. 이는 상업적 거래의 핵심 원리이다. 하지만 교육은 상업적 상품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누려야 할 공공재이다. 교육 접근성을 높이고 미래 세대의 성장을 지원해야 할 국가 및 공공 기관이 학자금 대출에 이자를 붙여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마치 공공 도서관 이용료에 이자를 매기거나 필수 의료 서비스에 금융 이자를 부과하는 것처럼 공공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이다. 이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누리는 데 불필요한 장벽을 세우며, 사회 통합보다는 계층 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업의 대리 상환 유도 역시 특정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제한적인 방식이며, 문제의 보편성을 해결하지 못 한다. 이는 문제 해결의 책임을 기업에게 일부 전가하며 국가의 근본적인 책무를 회피하는 방식이다.

학자금 부채를 사회적 부채로 인정하고 교육을 보편적 권리로 격상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장학재단의 성격과 기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현재 한국장학재단은 그 이름에서부터 '장학', 즉 시혜적인 관점이 강하게 배어있다. 마치 어려운 학생에게 국가가 은혜를 베푸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교육은 시혜의 대상이 아닌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이다.

따라서 한국장학재단을 '학생복지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그 기능을 시혜적 관점에서 '권리적 측면이 강화된 학생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이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지원이 모든 학생에게 당연히 주어져야 할 권리임을 천명하는 상징적인 변화이다.

학생복지재단은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첫째, 등록금 제로화를 향한 단계적 로드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학자금 대출 발생의 근본 원인인 높은 등록금을 국가가 책임지고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

둘째, 모든 학자금 대출의 이자 부과를 즉시 폐지해야 한다. 교육이라는 공공의 가치에 이자를 붙이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셋째, 이미 누적된 학자금 부채에 대해 과감하고 포괄적인 탕감 및 채무 조정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청년들이 사회생활 시작부터 빚더미에 짓눌리지 않고 공정하게 출발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부채를 조정해야 한다.

한동훈 후보의 학자금 대출 공약은 현행 제도의 틀 안에서 소극적인 개선을 시도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는 학자금 부채가 가진 '사회적 부채'의 성격을 외면하고, 교육을 시혜가 아닌 보편적 권리로 인식하는 시대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빚 걱정 없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한국장학재단을 학생복지재단으로 전환하고 교육을 권리로 보장하며 사회적 부채 해결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대선 후보만이 청년들의 진정한 지지를 얻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금융과 미래에도 실립니다.필자는 모두가 정의롭고 공정한 금융시스템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금융과 미래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자녀 경제교육과 청년 금융을 아우르며, 다원적 경제관과 사람 중심의 경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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