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얼굴 없는 인증샷...세월호 세대가 4월을 추모하는 법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청해진해운 소속 연안 여객선 세월호가 전라남도 진도군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대형 해상 재난이다. 총 476명이 탑승했으며, 이 중 172명이 구조되고 30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다. 사망자 중 상당수(250명)는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었다. 이들을 추모하려고 4월 경기 안산을 방문한 이야기다. <기자말>
[서현지, 박지우, 전희수 기자]
서현지와 박지우, 전희수. 친구인 우리 셋은 '세월호 세대'다. 11년 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던 그해, 국민 모두가 침몰하던 배를 지켜봤을 그 시절. 지우와 희수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 막내인 현지(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그해 봄 이후 우리는 달라진 공기 속을 살아왔다.
도서관에서 책 빌리기가 유일한 낙이던 지우는 출판사에서 교정·교열을 보고, 반 친구들의 캐리커처를 그려주던 희수는 그림 작가가 됐다. 나는 국어 교과서를 즐겨 읽던 학생에서 어느새 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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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실 앞 2학년 6반 전경 |
| ⓒ 서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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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통 2학년 1반 김영경 학생의 필통. 빨간 색연필과 볼펜, 샤프 등 필기구가 들어있다. |
| ⓒ 박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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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짝 2학년 9반 뒷문. 아이들에게 보내는 한마디가 적혀있다. |
| ⓒ 전희수 |
우리는 이 친구들을 추모하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냈다. 친구들이 생전에 좋아해 자주 들렀던 곳을 셋이 직접 가보기로 한 것이다. 약전을 찾아본 뒤, 여행 계획을 세워 우리는 지난 23일 다시 안산에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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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과 세월호 키링 안산 중앙역에 핀 겹벚꽃을 배경으로 찍은 세월호 카드 |
| ⓒ 전희수 |
이날 여행은 안산 중앙역에서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지우는 지각한 희수와 나를 기다리며 카페에서 뜨개질을 했다. 그 시간 덕분에 우정 반지가 생겼다. 여행 준비는 끝났다. 이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 우린 그 시절, 단원고 학생들의 친구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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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동서적 안산 대동서적 앞에서 찍은 인증샷 |
| ⓒ 박지우 |
"근데, 학생 때 문제집 사는 거 솔직히 돈 아깝지 않았어?"
고개를 돌리니, '비상', '천재', '미래엔' 등 문제집이 빼곡히 진열된 서가 앞에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희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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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집 단원고 교과서 문제집 |
| ⓒ 서현지 |
쉬는 날 화장하고 스티커 사진을 찍었다던 '3반 지숙이'와 '10반 송희'처럼 우리도 스티커 사진을 찍기로 했다. 입술을 칠했다. 오랜만에 찍는 스티커 사진에 셋 다 얼굴에 홍조를 띠었다. 짧은 카운트다운에 어설픈 포즈들이 나와, 찍는 사진마다 우리 셋은 웃음이 터졌다.
촬영을 마치고 꾸미기 기계로 옮겨갔다. 눈을 키우고, 오색 펜으로 낙서를 하고, 스티커를 붙이며 장난쳤다.
"뭐야, 싸이월드 얼짱인 줄!"
그 시절 유행했던 화장과 얼짱 포즈. 그땐 그랬지. 지나고 보면 오글거리는 흑역사지만 그땐 그게 멋이고, '간지'였다. 우리가 찍은 스티커 사진을 들여다보니, 수학여행 배 안에서 친구들과 휴대폰 사진들을 남겼을 또 다른 '우리'가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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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닭갈비 우동사리를 추가한 치즈 닭갈비 |
| ⓒ 서현지 |
"우린 3명이니까 닭갈비 3인분에, 사리는 어떻게 할래?"
학생이라 용돈에 쪼들리던 시절, 닭갈비 사리는 늘 고민이었다. 시킬까 말까. 나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예전엔 5명 모여서 3인분 시키고, 사리로 양 부풀렸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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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래방1 애창곡에 빠질 수 없는 탬버린 |
| ⓒ 박지우 |
"아, 이 노랜 못 참지."
우린 노래방에 들어가 음악에 맞춰 뛰었고, 목청껏 외쳐 불렀다. 용돈은 부족하고 시간은 많던 시절, 간주 건너뛰기는 기본이었다. 우리는 마이크를 잡고 "사장님 5분만 더요!"를 외쳤다.
셋이서 노래를 부르며 깔깔대며 신나게 웃다가도 가끔, 가슴이 저릿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아이유의 '금요일에 만나요', 2NE1의 'Come Back Home', B1A4의 '이게 무슨 일이야'를 부를 때. '돌아오는 이번 주 금요일에 만나요', '여전히 널 기다려 이렇게/ 내게 돌아와/ 컴 백 홈(집으로 돌아와)'... 노래 가사 한 줄 한 줄이 왜인지 우리 마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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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래방2 아이유의 금요일에 만나요 |
| ⓒ 전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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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리아 롯데리아 치즈스틱과 아이스크림 |
| ⓒ 서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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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패션일번가 중앙동에 위치한 안산패션일번가 골목 앞 |
| ⓒ 전희수 |
"이건... 강아지 옷인가?"
"요즘 애들 대단하다. 배가 보일텐데 배탈 안 나나?"
내가 조용히 있다가 말했다.
"... 실은 나도 저런 거 입었었어."
평소와 달리 과감한 스타일을 입어보기도, 그 시절 아이돌 옷을 따라 했을 친구들 모습이 떠올랐다. 4반 범수가 좋아했던 생과일 빙수 전문점에 왔다. 흔들리는 의자에 앉아 발을 툭툭 구르다가, 각종 과일이 얹어진 빙수를 떠먹었다. 서비스로 나온 구운 식빵을 생크림에 찍어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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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소_ 과일빙수(왼쪽)와 벽에 적힌 낙서(오른쪽) 과일빙수와 구운 토스트, 생크림 사진(왼쪽) |
| ⓒ 박지우 |
"어? 근데 여기 '박지우' 낙서 있다."
"지우, 너 언제 우리 몰래 다녀간 거야?"
"우리도 이름 남기고 가자."
여백을 찾아 '희수, 지우, 현지 왔다 감'이라 또박또박 적었다. '우리'의 오늘이 새겨졌다. 그러다 다소 움찔거리는 순간도 있었다. 혹시 단원고 친구들의 낙서가 남아 있을까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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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정천 화랑유원지 방향으로 화정천 산책 |
| ⓒ 전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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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6생명안전공원 앞 벤치 추모관(예정) 앞에 세워진 의자. '별이 된 너를 그리워하며'라고 적혀있다. |
| ⓒ 박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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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사장 가림막 의자에 앉으면 정면에 보이는 4.16생명안전공원 공사장 가림막 |
| ⓒ 전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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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대 시위 4.16생명안전공원 건립을 반대하는 시위대의 흔적. '릴레이 단식투쟁 176일'이라고 적혀있다. |
| ⓒ 서현지 |
시간이 모든 것을 흐리게 한다지만 그들은 우리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리는 그들을 따라 걸었고, 기억은 발밑에 쌓였다. 우리는 '그들'이 아닌 또 다른 '우리'를 잊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우정 반지를 낀 오늘, 우리가 웃고 떠들면서도 어떤 마음이었는지도.
우리와 비슷한 또래, 또 다른 '우리'들이 꿈꾸던 평범한 내일, 별 것 아닌 일상. 남겨진 이들이 할 수 있는 추모는 슬픔만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의 내일을 우리가 잘 살아가는 것이다. 기억이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잊지 않고 기억하는 추모는 '우리'가 꿈꾸던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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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6재단 후원 인증 캡처본 4.16재단에 정기 후원을 했다. |
| ⓒ 전희수 |
덧붙이는 글 |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세월호 11주기 이미지에 있는 카피 내용입니다(https://416act.net/29/?bmode=view&idx=160553503).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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