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모래빛 강변..." 이재명 후보의 이 말 기억한다
4월 29일은 세종보 천막농성 1년이 되는 날이다. <오마이뉴스>는 이를 맞이해 기획 기사를 내보내고, 미니다큐 영상도 제작해 선보인다. 이 기사는 그 첫 번째다. <편집자말>
[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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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천막농성장 건너 하중도에서 발견한 알을 낳아 품는 흰목물떼새. |
| ⓒ 김병기 |
강변 곳곳에 물떼새 둥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29일, 세종보 상류 500m 지점에 천막을 치고, 또 다시 맞이한 4월. 우리는 흰목물떼새 둥지와 둥지를 차지하려 교각 구멍 앞에서 다투는 박새와 참새의 울음을 통해서 계절이 한 바퀴 돌았음을 확인하고 있다.
물떼새들이 둥지를 트는 시기에는 왠지 숨을 죽이게 된다. 새들이 자리잡는 현장은 녹록지 않다. 부모 물떼새들은 알을 노리는 새들이 나타날까, 바람도 물길도 알을 해치지 않을까, 무엇 하나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쉴 새 없이 울어댄다. 한 낮에 금강에서 울리는 그 울음소리를 들으면 한 마리의 물떼새가 금강에서 태어나는 것이 그렇게 치열한 일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 ▲ [티저영상] 강은 길을 잃지 않는다_세종보 천막농성 1년의 기록 세종보 천막농성 1년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강은 길을 잃지 않는다'의 티저 영상입니다. 조만간 완결본을 선보이겠습니다. #세종보 #천막농성 #금강 #4대강사업 #보철거시민행동 ⓒ 김병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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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막농성 1주년에 함께 한 대전, 세종시민들과 활동가들. 1년을 버틴 힘이다. |
| ⓒ 황일수 |
이뿐만이 아니다. 금강이 여전히 흐르고 있는 것은 365일의 시간동안 그 곁을 지키고자 했던 수많은 이들이 함께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1만5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금강을 찾아 '강물아 흘러라'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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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름모를 분들이 응원하며 가져단 준 비타민 음료들. 그 응원 덕분에 지금까지 버텨왔다. |
| ⓒ 박은영 |
천막농성장을 찾았지만 이름도 밝히지 않고 다녀간 이들도 많다. 농성을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한 여성분이 가파른 둔치를 내려오시더니 비타민 음료 한 박스를 올려놓고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나귀도훈(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이 쫓아가 물어보니, 언론 기사를 보고 대구에서 무작정 왔다며 응원하는 마음만 전하고 후다닥 돌아가셨다.
전북 정읍에 사는 중년의 시민도 뉴스를 보고 찾아왔었다. 그의 고향은 만경강 지류인 원평천 근방. "예전에 거기서 조금 나가면 갯벌이 백합밭이었는데 (새만금사업이 완공된 뒤) 지금은 사막같아 재미가 없다"면서 "강을 뭐하러 다 막아놓느냐"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던 모습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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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탑을 쌓고 있는 세종시민 우인정님 모습 |
| ⓒ 보철거시민행동 |
세종에 찾아온 새들을 관찰하며 금강을 사랑하게 된 우인정 님의 말이다. 모래톱에 찍힌 야생동물의 발자국을 보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함께 존재하는 생명을 지키고 싶다는 그는 금강을 지키자는 대자보를 만들고, 홍보물을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세종보에 물을 채우면 여울과 자갈밭이 다 잠기게 될 것이고, 그곳에 깃들어 살던 야생동물은 어디로 가게 될까 싶어 안타까워 하는 그 마음은 영상물로도 만들어졌다(참고 영상 : 세종시민이 금강에서 보물을 찾는 법).
누구보다 이 천막농성을 지지하며 발걸음을 해 준 이들은 우인정 님과 같이 세종에 사는 이들이었다. 천막의 금요일 밤을 맡아 지켜준 '금요 동지'들, 온라인에서 투쟁하는 '우전사'를 비롯한 시민들, 나서지 않아도 물심양면으로 불쑥 찾아오는 세월호 투쟁 동지들, 장남들을 지키며 금강 천막을 지원해주는 동지들 모두 지금의 흐르는 금강을 함께 지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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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들과 강을 찾은 재민이와 친구들의 모습 |
| ⓒ 보철거시민행동 |
강을 찾는 아이들도 있다. 이제는 고3이 되어 자주 볼 수 없지만 언제나 방긋 웃으며 새를 보러 나타나는 김재민 학생은 단골손님이다. 편의점에서 꼭 1+1 음료를 사오는 것은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재민이의 카메라에는 새 사진이 가득하다. 농성을 시작하는 초반에 같이 수염풍뎅이를 발견하고 기뻐하던 모습도 눈에 선하다. 세종보가 재가동되면 이제 강 가까이서 새를 관찰할 수 없게 될까 걱정하던 재민이의 카메라엔 천막농성이 시작된 후 사계절 내내 찍은 금강의 새 사진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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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의 편 사람들 |
| ⓒ 보철거시민행동 |
"해야지, 버텨야지. 우리가 해야지 누가 해요."
가덕도 신공항 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 김현욱 집행위원장과 나눈 이야기다. 서로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숨처럼 질문하는 그에게 답한 말이다. 부산에서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그에게 했던 그 대답이 가슴 아팠지만 그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가덕도의 참새와 상괭이를 대변할 이가 있어야만 하기에 버티고 이겨야 하는 걸음이다.
금강 천막농성장은 각지에 흩어져 싸우면서 생명을 지키는 현장의 활동가들이 연결되는 곳이기도 했다. 새만금 신공항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반대 투쟁,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투쟁, 지리산 산악열차 등 난개발 투쟁, 홍천 양수발전소 반대 투쟁, 기후대응댐 투쟁을 하는 동지들을 서로 확인하고 연결하는 장이기도 했다.
아무 것도, 끝난 투쟁이 없다. 지금도 우리는 작은 텐트 아래서 생명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이런 혹독한 투쟁의 시간을 지나며 추운 겨울동안 힘들게 회복시킨 민주주의의 출발점인데, 요즘 대선주자들이 서로 앞다투어 개발과 성장을 외치는 모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자본의 확장에 초점을 둔 개발정책을 남발하며 정작 중요한 먹고 사는 문제를 개인과 공동체에게 전가하는 정치공약은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에서 바라던 것들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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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5월 6일, 큰 비에 잠길 뻔했던 천막농성장 모습 |
| ⓒ 대전충남녹색연합 |
천막농성 관련해서 지난해 5월 6일 쓴 기사제목이다. 그 때가 지금과 겹쳐지는 것은 착각일까. 윤석열 정부의 물 정책에 야당이 나서라는 말이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윤석열 정부를 몰아내고 또 같은 말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활동가들은 현장에서 1년간 세종보 재가동을 막아왔고 야당 국회의원들도 공조했다. 그리고 맞이한 지금, 우리는 더불어민주당 대권후보였던 이재명 후보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해질녘 금모래빛 강변과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우리네 모습을 기억한다. 다시 강물이 깨끗이 흐르고 뭇 생명들이 더불어 살아가도록, 4대강 재자연화에 더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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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공동주최한 국가물정책 정상화 기자회견 |
| ⓒ 보철거시민행동 |
그 외에도 김종민 국회의원과 대전 지역구인 박정현, 장철민 국회의원도 천막을 찾았다. 청주서원 지역구 이광희 국회의원은 천막의 하룻밤을 맡아주기도 했다. 세종보가 강제철거 되면 꼭 현장에 오겠다며 금강에 여러 지역의 주민들과 강의 생명들이 관계됐음에도 강을 막으려 하는 환경부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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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을 산책하는 흰목물떼새의 모습 |
| ⓒ 보철거시민행동 |
금강 천막농성장 주변은 연두색 잎사귀가 눈이 시리도록 빛나고 있다. 그야말로 잎사귀달(4월을 지칭하는 우리말)이다. 아마 우리가 천막을 치지 않았고 이대로 세종보가 재가동 되었더라면 이 초록빛이 아닌 녹조의 초록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 금강의 흐름을 지키며 알에서 깨어났던 흰목물떼새는 이제 어른 새가 되어 또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있다.
세상이 어떻게 요동쳐도 강물이 흐르고 자갈과 모래가 있다면 금강에서 자신들의 가족을 꾸릴 수 있다. 강의 권리를 외치며 우리가 지키려고 했던 건 이런 것이었다. 물떼새가 자기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 그런 것이 소중한 세상이라면 짓밟힌 인간의 무수한 권리들도 지켜지지 않겠는가.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민주주의는 그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천막농성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 투쟁의 대상은 윤석열 정부가 아니다. 강을 망치려는 정치, 강을 착취해 제 권력을 유지하려는 이들이다. 이제 윤석열 정부 하나 퇴진했다. 다음 정치는 우리 강에 대해 어떻게 답할 것인지 여기서 지켜볼 것이다. 물정책의 민주주의가 회복될 때까지 우리는 싸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천막농성을 응원하며 와주신 분들이 많지만 이 지면에 다 담지 못해 아쉽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응원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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