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담긴 사연 이해하면 예술은 더욱 깊이 다가와"

정병진 2025. 4. 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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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회관 문화예술도서관 주관 정우철 도슨트 강연 큰 호응

[정병진 기자]

전라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회관(관장 김광일) 문화예술도서관에서 주관하는 사계절 인문학 강좌로 정우철 도슨트(36세, 전시 해설가)를 초청한 특별 강연이 지난 29일 회관 2층 공연장에서 열렸다. '그림이 건네는 위로 - 빛, 감정 그리고 일상의 기적'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특강은 약 2시간 30분 동안 이어졌고 300여 명의 청중이 참석해 큰 호응을 보였다.
▲ 정우철 도슨트 29일 전남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특강 중인 정우철 도슨트
ⓒ 정병진
정우철 도슨트는 대학에서 영화와 영상학을 전공했으나 미술 전공자들이 주로 맡던 도슨트의 길에 도전했다. 그는 "도슨트로 살아보기로 결심한 이후 연애도 포기한 채 이 길을 걸어왔다"고 고백했다. 월 90만 원 남짓한 수입으로는 결혼은커녕 생계도 어려웠지만,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니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한 전시장에서 유심히 메모하며 해설을 듣던 한 쌍의 남녀를 기억한다. 이후 그들이 EBS의 PD와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 인연으로 EBS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전국 각지에서 강연 요청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정 도슨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결국 기회는 온다"라며 청중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 뭉크의 작품 '절규' 뭉크가 초창기에 그린 작품인 '절규'
ⓒ 뭉크
정 도슨트는 특강에서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드 뭉크(Edvard Munch)의 삶을 조명했다. 대표작 <절규>(The Scream)는 그가 1893년, 30세 무렵에 그린 작품으로, 극심한 불안과 고통 속 내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뭉크는 어릴 적 결핵으로 어머니와 누나를 잃었으며, 아버지는 독실한 신자를 넘어 광신도 수준이었다. 이런 가족사에 따른 심리적 고통은 그의 초기 작품에 반영돼 대체로 어두운 편이다.
▲ 뭉크의 초기 작품 뭉크의 초기 작품인 '아픈 아이'와 '기도하는 노인'을 설명하는 정우철 도슨트
ⓒ 정병진
뭉크는 한때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으나, 이후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작품을 접하면서 예술적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두 예술가가 실제로 만난 기록은 없지만, 정 도슨트는 "뭉크가 반 고흐의 그림에서 큰 위안을 얻고 차츰 화풍도 밝아졌다"고 해석했다.
뭉크는 이후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의 100주년 기념관 벽화를 맡아, 밝고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을 그린 작품 <태양>(The Sun)을 남겼다. 이 작품은 현재 노르웨이 화폐 디자인에도 반영되어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 노르웨이 화폐에 들어간 뭉크의 작품 '태양' 노르웨이 화폐에 뭉크의 얼굴과 그의 작품 '태양'이 디자인돼 있다.
ⓒ 정병진
' 또한 정 도슨트는 미국의 할머니 화가 그랜마 모지스(Grandma Moses, 본명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1860-1961)의 일화도 소개했다. 모지스는 70대 중반에 관절염으로 자수를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소박한 풍경과 따뜻한 일상을 그린 그녀의 작품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했다.
▲ 할머니 모지스의 작품 '결혼식' 할머니 화가 모지스의 작품 '결혼식'
ⓒ 모지스
정우철 도슨트에 따르면, 이 그림은 그림자도 안 보이고 원근법 표현도 서툴지만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고 기분 좋게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모지스는 12세에 가출해 식모살이를 시작했고, 오랜 시간 남의 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왔다.
중년에야 작은 농장을 마련해 살게 되었고, 일상의 기억을 그림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림 한 점이 우연히 뉴욕의 약국에 걸렸고, 이를 본 큐레이터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정 도슨트는 "최근 그녀의 작품 한 점이 한화 14억 원에 낙찰되었다"고 소개하며, 나이를 이유로 무언가를 미루지 말 것을 강조했다.
▲ 모지스의 작품 '슈거링 오프' 할머니 화가 모지스의 작품 '슈거링 오프,' 이 작품은 지난 2006년 경매에서 120만 달러(한화 14억)에 낙찰됐다.
ⓒ 모지스
모지스는 생전 "사람들은 늘 내게 너무 늦었다고 했어요.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가장 고마운 시간이에요. 진정으로 무언가를 추구한다면 바로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정우철 도슨트는 강연 말미에 "그림은 화가의 내면을 치유하는 도구이자, 관람자에게는 위로와 희망을 건네는 통로가 된다"며, "작품에 담긴 사연을 이해하면 예술은 더욱 깊이 다가온다"고 전했다.

이날 강연은 단순히 미술 작품과 작가 해설을 넘어, 삶과 예술이 어떻게 맞닿아 있고 그림 작품이 위로와 희망을 주는지를 일깨우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사계절 인문학은 학생, 교직원, 지역민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 신청은 회관 누리집을 통해 매회 강연 한 달 전부터 신청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061)808-0172로 문의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겨자씨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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