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보내고 멈칫... 대화조차 조심스러웠던 그날의 밤

화성시민신문 안승민 2025. 4. 3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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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기고] 서울대학교 인문학부 안승민 학생

[화성시민신문 안승민]

2024년 12월 3일, 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조금 늦게 접했다. 평소 같았으면 누구보다 빨리 알았겠지만, 수능이 끝난 후 쉬는 중이라 뉴스를 늦게 확인했다.

침대에 누워 있던 중 아버지에게서 계엄령 소식을 들었다. 처음엔 가짜 뉴스라고 생각했다가 실제 뉴스 속보를 확인하고 나서야 사실임을 깨달았다.

비상계엄이라니, 있어서는 안 될 일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날 낮,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를 시청했다. 검찰과 법원이 협력해 브라질 대통령을 사법적으로 죽이려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대통령을 수사하던 검찰총장이 정치에 뛰어들고 대선에 출마한 장면에서 우리나라 상황과 겹쳐 보여 더욱 유심히 보게 됐다.

브라질은 사법적으로 사람을 죽이려고는 했어도 국민과 국회의원에게 총을 겨누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선 국회 상공에 헬기가 출현하고, 계엄군이 국회 유리창을 깨며 본관으로 진입했다.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은 전국으로 송출됐다.

그날 친구 한 명이 대화방에서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물어왔다. 나는 순간 욕설을 내뱉었다가 '카카오톡 정도는 계엄군이 다 검열할 텐데, 나도 반국가세력으로 몰려 처단되는 게 아닐까' 걱정을 하게 됐다.

그날 밤은 뜬눈으로 지새웠다. 국회 입구는 계엄군에 의해 차단됐고, 본회의장에는 국회의원 150명이 모였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상정되고, 재석의원 190명 가운데 190명이 만장일치로 찬성해 가결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해제 선포는 3시간여 뒤인 오전 4시 27분에야 이뤄졌다. 그 소식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잠을 잘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었다.
ⓒ 화성시민신문
그리고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윤석열씨를 파면했다. 나는 안국역에서 동료 시민들과 함께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았다. 삶의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 주마등처럼 스쳐 갈 순간 중 하나일지 모르겠다.

재판관들의 입만 바라보며 시위를 이어가던 그 시간, 나는 '탄핵이 기각된다면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을까, 대학에 입학했어도 버스를 타고 학교로 들어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멈출 수 없었다. 인용을 낙관하면서도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그 걱정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걱정을 할 때다. 윤석열씨를 파면한다고 이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2017~2018년의 촛불혁명이 아직도 내게 아쉬움으로 남는 이유는, 박근혜씨가 파면되고 새 대통령이 선출됐음에도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4-2025년의 '빛의 혁명'이 또다시 아쉬움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사회 대개혁을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그때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많은 이가 사회에 대한 신뢰를 잃고 변화에 대한 믿음조차 흔들리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시 8년 후, 오늘을 되돌아봤을 때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안승민 서울대학교 인문학부
ⓒ 화성시민신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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