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상품 가격에 ‘관세’ 표기하려다…트럼프 ‘격노’에 즉각 철회

임성수 2025. 4. 3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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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적대적이고 정치적인 행위” 공개 비난
아마존 “앞으로도 그럴 계획 없다” 고개 숙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미시간주에 있는 공군 방위군 기지에서 연설하기 위해 대통령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일부 상품 가격 옆에 관세를 표기하려던 아이디어를 추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맹비난 이후 즉각 철회했다. 관세 탓에 물가가 올라간다는 미국 소비자들의 불만을 자극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아마존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초저가 상품 ‘아마존 홀(Amazon Haul)’ 스토어를 운영하는 팀이 특정 제품에 수입 비용을 표시하는 아이디어를 검토했으나, 이는 주요 아마존 사이트에 대한 고려 대상이 결코 아니었으며 아마존의 어떤 플랫폼에도 구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해당 아이디어가 앞으로도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수입 수수료(관세)를 표시하면 미국 소비자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비용을 중국이 아닌 자신이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전 미국의 온라인 매체 펀치볼뉴스는 아마존이 상품 가격 옆에 관세로 붙게 된 비용을 표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이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진 이날 오후 트럼프는 기자들을 만나 “제프 베이조스는 아주 좋은 사람”이라며 “그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했다. 그는 옳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베이조스는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했고, 지난해 대선 당시엔 자신이 소유한 워싱턴포스트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 지지 사설을 내지 못하게 막는 등 트럼프 2기 들어 관계 개선에 나선 상태다. 트럼프도 연방 의사당에서 열린 자신의 취임식에 베이조스를 맨 앞 줄에 초대하기도 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실에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사진을 들고 아마존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백악관은 해당 보도가 나온 뒤 아마존을 맹공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아마존의 적대적이고 정치적인 행위”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4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기록했을 때 왜 아마존은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레빗 대변인은 2021년 12월 로이터 통신의 기사가 인쇄된 종이를 들어 보인 뒤 “아마존이 중국 선전 기관과 협력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는 아마존의 중국 웹사이트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설이 수록된 책에 대한 이용자 리뷰를 검열했다는 내용이다.

아마존에서는 대부분 독립 판매자들이 자체 상품을 판매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중국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들 판매자에게 중국 관세 속에서도 가격을 낮게 유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마존의 경쟁업체인 테무와 쉬인은 최근 상품 가격과 ‘수입 비용’을 표시해 별도로 관세 비용을 안내하고 있다. 중국업체인 이 두 곳은 미국의 무역정책과 관련된 비용 증가로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테무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쇼핑 앱 중 하나로 아마존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이에 아마존은 지난해 11월부터 중국의 테무와 쉬인을 겨냥한 쇼핑몰 ‘아마존 홀’을 열고 20달러 이하의 초저가 상품을 판매해왔다.

다른 미국 소매업체들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145%의 관세 탓에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줄이거나 배송을 연기하고 있다. 최근 월마트와 타깃, 홈디포 등 소매업체 최고경영자들은 트럼프를 만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로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한 바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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