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수첩]상속 분쟁 없는 '웰다잉'을 위한 선택, 유언대용신탁

권재희 2025. 4. 30. 06:1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 올림픽선수촌PB센터 Gold PB부장 한영숙

고령화 사회에서는 '어떻게 살 것인가' 만큼 중요한 질문이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이다. '웰빙(Well-being)'을 넘어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확산하면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주체적으로 준비하고자 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전의료의향서, 장례 설계와 함께 사후 재산 분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언장은 사후 재산 분배를 위한 대표적인 법적 수단이었지만, 가족구조의 변화, 상속 분쟁의 증가, 그리고 치매와 같은 판단능력 저하 등의 상황이 현실로 대두되면서 유언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사례가 늘어났다. 실제 국내 한 조사에 따르면, 상속을 경험한 사람 중 82%가 별다른 준비 없이 상속을 맞이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가족 간 갈등이나 법적 분쟁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상속 문제에 대한 사전 대비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대안으로 유언대용신탁이 주목받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생전 신탁계약을 통해 사후 재산 분배와 집행 절차를 사전에 확정할 수 있는 제도다. 유언장과는 달리 생전의 재산 운용과 관리, 사후 집행까지 모두 포함한다. 치매, 질병, 사고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한 자산 보호는 물론, 여러 세대에 걸친 자산 분배까지 할 수 있어 개인의 의지를 더욱 충실히 반영할 수 있다. 또한 계약한 금융기관에서 사망 이후 신속하고 정확하게 계약 내용을 이행하기 때문에, 상속인 간의 오해나 분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크다.

그동안 유언대용신탁은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자산 규모와 무관하게 누구나 고려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상속 설계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이라면 유언대용신탁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배우자와 사별하고 자녀 없이 혼자 사시는 분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가 있어 상속 집행이 복잡할 경우 ▲본인 사망 이후 자녀 간 상속 분쟁 예방하려는 분 ▲재혼하신 분으로 보유 중인 재산별로 미리 명확하게 상속인을 지정하고 싶은 분 ▲믿고 의지하는 형제자매나 조카에게 상속하고 싶은 분 ▲기업 경영인으로 승계 계획이 필요하신 분.

실제로 자녀 간 갈등을 우려해 유언대용신탁으로 이를 사전에 차단한 사례가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70대 김모 씨는 평생 모은 아파트와 예금을 두 자녀에게 공평하게 나누고 싶었지만, 자녀들의 경제력과 생활 여건이 달라 단순 유언장만으로는 분쟁의 소지가 컸다. 김씨는 은행 PB센터와의 상담을 통해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체결했고, 부동산 처분 시기와 방식, 상속 순서와 용도까지 구체적으로 설계해 상속 갈등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상속 분쟁에 대한 우려가 없는 독신자의 경우에도 유언대용신탁은 자신의 뜻대로 삶을 마무리하는 데 유용하다. 60대 독신자인 박모씨의 사례가 그렇다. 박씨는 평생 가까이 지낸 조카와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으나, 법정 상속 순위에 따라 먼 친척에게 재산이 귀속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아파트는 조카에게, 예금 자산은 친구에게 분배되도록 계약했고, 장례비용과 반려동물 돌봄까지 신탁 내용에 포함시켜 자신의 뜻을 마지막까지 반영할 수 있었다.

은행창구에 유언대용신탁에 대한 고객 문의가 크게 늘면서 주요 은행의 PB센터에서는 매월 관련 세미나를 여는 등 고객들의 이해를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PB, 신탁전문가, 세무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 팀이 1대1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고객 상황에 최적화된 신탁 계약을 제안하는 서비스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단순히 재산을 나누는 방법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내 삶의 가치를 마지막까지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다. 재산을 누구에게, 어떻게 나눌 것인지 나의 뜻에 맞게 정확히 반영할 수 있으며, 복잡한 상속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신탁은 나 자신은 물론, 나의 소중한 이들에게도 깊은 의미를 지닐 것이다.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상속 설계 전문가와 함께 내 삶의 마무리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가기를 제안해본다.

하나은행 올림픽선수촌PB센터 Gold PB부장 한영숙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