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사장님, "이 사태에 위약금이 말이 되냐"고 합니다

이정환 2025. 4. 2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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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초 경제뉴스] 소비자들이 분노한 이유... "고작 유심 100만개"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정환 기자]

 SK텔레콤이 유심 고객정보 해킹 사고로 관련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에 나선 28일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대리점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넘어질 수 있고요. 문제는, 이후에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SKT 해킹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진 'SK텔레콤 개인정보유출 집단소송카페'에 올라온 글의 일부입니다. 작성자는 직장인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큰 지 엿 볼 수 있는 것은 게시 시간입니다. 오늘(29일) 오전 6시 12분입니다.

자신을 SKT의 CI가 나비 모양으로 바뀔 때부터 함께 한 '충성 고객'이라고 소개한 작성자의 글에는 이번 사태에서 소비자들의 분노가 어느 지점에서 비롯됐는지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작성자는 "회사든 학교든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한두 시간 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한 시간 기다려서 들은 말은 유심 22개만 교체 가능이었다. 줄 서 있는 100명 중 78명(78%)은 헛짓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이어갔습니다.

"열불나더군요. 아침부터 준비하고 이동시간 + 대기시간 + 미조치로 인한 다시 소요될 시간 = 개인의 시간당 일당보다 적다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는데 비용 산출 해볼까요? 시간당 최저임금 1만30원입니다."

많은 언론이 "SKT 고객 2500만인데, 유심칩 확보 100만개 뿐"이라거나 "고작 100만개, 티도 안 난다... SKT '유심대란' 현실화" 등과 같은 제목으로 유심칩 숫자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만으로 소비자들의 분노에 이른 것은 아닌 듯합니다. 그보다는 소비자들의 입장을 감안한 최소한의 사후 수습 시스템이 대기업에 기대했던 수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는데 있습니다. 해당 카페에 올라온 많은 글들의 문제의식 또한 잘못은 SKT가 했는데 왜 고객들이 일종의 '2차 피해'를 봐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 드는 시간과 체력, 불편함을 고작 무상 유심 교체로 보상한다는 게 말이 안 됨."

"아무래도 시골이라 SKT보다 KT가 상용화, 근방 원정 나가야 할 지경."

어제 <오마이뉴스>가 유심 교체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의 반응 또한 그랬습니다. 대리점으로 소비자들이 몰릴 것이 뻔히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기다리게 만드는 상황이나 유심 재고 현황 등에 대한 최소한의 안내가 없었다는 점 등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관련기사] 8시 20분부터 길어진 줄... 오늘 유심 22개? "평생 SKT만 썼는데 배신감" (https://omn.kr/2d96p)
 'SK텔레콤 개인정보유출 집단소송카페'에 올라온 글들.
ⓒ SK텔레콤집단소송카페
사정이 이렇다보니 해킹으로 인한 불안에 계속 시달리기보다 아예 통신사 변경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SKT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는 이 지점에서 더 커지고 있습니다. "위약금 면제는 당연한 것 아니냐"거나 "이 사태에 위약금 내라는 게 말이 되냐"는 등의 글들이 해당 카페에 잇따르고 있습니다.

어제(2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통신사를 바꾸는 것도 2차 피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해킹 때문에 통신사를 바꾸게 된다면 위약금 문제도 해결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윤한홍 정무위원장의 말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회사 쪽에서 전향적으로 고려해 봐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전향, 방향을 바꾼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기업의 경영도 경영이지만, 그보다 지금은 소비자들의 안전을 가장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는 것이죠.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SKT 안에서는 유영상 대표입니다. 유 대표는 이런 결정이 소비자들에게 유효하게 다가갈 시간 또한 그리 많지 않다는 현실적인 측면 또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SK텔레콤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킹 공격을 통해 외부에 유출된 정보가 최대 9.7기가바이트(GB)에 이른다고 합니다. 문서 파일로 300쪽 분량의 책 9천권에 달하는 양이라고 합니다.

해킹 사태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가 나타난다면, 소비자들의 불안과 분노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 분명합니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가 25일 서울 중구 SKT타워 수펙스홀에서 SK텔레콤 이용자 유심(USIM) 정보가 해커 공격으로 유출된 것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늘은 그 외 SKT 해킹 사태 관련 보도를 더 전합니다.

SKT 휴대전화 가입자 숫자는 2300만 명으로 통신 3사 중 1위입니다. 당연히 이번 사태,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사고는 SK텔레콤이 쳤는데 피해는 왜 오롯이 고객들의 몫이어야 하냐"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국민의힘 역시 TF를 구성해 "책임을 명확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비자단체들 역시 SKT를 규탄하고 나섰습니다. 소비자시민모임 등 10여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다수 가입자들에게 여전히 불안하고 불편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임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보여주는 사과를 하는 것으로 대충 넘기려 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또한 "유심 교체 지연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국가정보원이 정부 전 부처는 물론 공공·산하기관을 대상으로 SKT 유심 교체를 권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 역시 직원들을 대상으로 같은 내용의 권고를 한 바 있습니다. "과거 LG유플러스나 KT 사건에 비해 훨씬 더 중대한 상황"이라는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상황입니다.

SK텔레콤 측이 29일 오전 9시 기준 28만 명이 새 유심으로 교체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입자의 1% 수준입니다. 교체 예약 이용자는 약 432만 명입니다. 한편 28일 SKT를 이탈해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사람은 3만 4132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28일 KT에 새로 가입한 사람은 2만 1343명, LG유플러스 경우는 1만 4753명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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