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 하루 1만 8000원으로 살 수 있을까요?
[전보경 기자]
"또 올랐네."
빵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듣게 되는 손님들의 말이다. "지난번엔 식빵이 3200원이었는데, 오늘은 3500원이네"라는 손님의 볼멘소리에서 물가 상승을 체감할 수 있다.
소비자로서도 마찬가지다. 자주 먹던 학교 구내식당의 쌀국수는 지난 학기 7900원이었지만 이번 학기 들어 8000원대에 진입했다. 약 17년간 동결되었던 대학 등록금도 인상되었다. 아르바이트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대학생들의 지갑 사정은 이러한 가격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버겁다.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 대한민국의 대학생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1만 8000원으로 하루살기를 실천해 보려고 한다.
하루 1만 8000원은 대학생 한 달 평균 용돈을 30일로 나눈 값이다. 2024년 4월 알바몬이 전국 대학생 118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평균 한 달 용돈은 약 50만 원이라고 한다. 주변 자취생과 통학생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월 40~60만 원 선이 일반적인 대학생의 한 달 생활비라고 볼 수 있다. 이에, 그 중간 평균치인 55만 원을 30일로 나누어 하루 예산을 1만 8000원으로 설정했다.
1만 8000원 중 1300원 남아... 커피 한 잔 마시기 힘들었던 하루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리 어렵지 않을 줄 알았다. 오히려 예산을 넉넉하게 남기며 마무리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점심 한 끼, 경기도에서 오가는 왕복 교통비, 간단한 편의점식 저녁 식사와 같이 필수적인 소비를 최대한 아끼려 했음에도 예산 대부분이 빠르게 사라져 갔다. 카페 한번, 간식 하나조차 쉽게 허용되지 않는 어려운 하루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하루를 버티는 데 집중하게 되었다.
다음이 실제 소요된 비용을 정리한 것이다.
1. 이동 : 집 → 학교
- 1151번(광역버스) → 102번(광역버스) → 7호선(지하철) → 2155(시내버스)
- 교통 카드 사용 기준, 환승 할인 후 3300원
=> 누적 지출 : 3300원
2. 점심 : 학식
- 교내 식당 덮밥 6500원 (비교적 저렴한 편에 속하는 메뉴를 선택)
=> 누적 지출 :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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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내식당메뉴 교내식당 메뉴 중 저렴한 가격대의 메뉴를 선정했다. |
ⓒ 전보경 |
3. 저녁 : 편의점
- 남은 금액은 8200원인데 이동비 3300원은 남겨두어야 하므로 실질적으로 저녁 식사에 쓸 수 있는 금액은 4900원.
- 교내식당에 4900원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이 없음.
- 편의점에서 라면(1800원)과 달걀 (1800원) 구입.
=> 누적 지출 : 1만 3400원
4. 이동 : 학교→ 집
- 2155(시내버스) → 7호선(지하철) → 102(광역버스) → 1151(광역버스) : 3300원
=> 누적 지출 : 1만 6700원
5. 총계
=> 1300원 남음
하고 싶은 것보다 할 수 있는 것만 따지게 되는 하루 속에서, 나 자신도 점점 더 작아졌다. 교통비와 식비만으로도 빠듯한 하루였다. 예산이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마시고 싶던 커피를 포기하고 카페 대신 도서관을 이용해야 했다. 이 상황에서 보험료나 문화생활과 관련된 지출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걸 먹어도 될까?' '그럼 남는 돈이 얼마지?'
대학생들은 일상에서 물가 상승의 영향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보통 한 달에 40~50만 원 정도를 용돈으로 쓰는데, 최근 물가 상승으로 친구들과의 만남을 줄였어요. 친구들과 나가서 만나는 약속은 거의 한 달에 한 번 정도? 그래서 일부러 친구네 집이나 저희 집에서 만나요. 배달만 시켜 먹고. 딱 밥 먹는 데에만 돈 쓰려고요. 학교 식당에 제가 정말 좋아하는 메뉴가 있는데 물가가 올라 8000원대가 되면서 정말 화나는 날에만 먹기로 스스로 정했어요. 약간 보상처럼요." (통학생 A씨, 22세)
"요즘엔 화장품도 다 비싸져서 그냥 다이소에서 구매해요. 하루에 거의 만 원씩 밥값 쓰는 것도 부담되는데 화장품 살 돈이 어디 있겠어요?" (기숙사생 B 씨, 2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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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물가지수 자료 2025년 3월 통계청 소비자 물가지수 동향 자료 |
ⓒ 통계청 |
이런 상황에 정부는 청년들의 삶을 돕겠다며 다양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청년도약계좌'는 5년간 매달 30만~70만 원을 납입하면 정부가 최대 3600만 원까지 지원해 준다. 그러나 월평균 50만 원 내외의 생활비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매달 30만 원'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중도 해지 시엔 지원금이 전부 회수되기 때문에,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에게는 오히려 압박으로 작용한다. '청년 월세 지원' 역시 월 20만 원씩 1년간 지원되는 제도로, 실질적인 주거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 문제는, 이런 정책에 대해 청년들이 "있는지도 몰랐다"라는 것이다. 2023년 7월 발간된 서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대상 정책에 대한 인지도는 낮고, 전달 구조는 복잡해 정책과 수요자의 '접속'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학생 D씨는 "뉴스나 학교에서도 이런 정보를 본 적이 거의 없다. 나한테 해당하는지 잘 모르겠고, 신청하려고 들어가 보면 너무 복잡해서 포기한 적 있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청년들의 '도약'을 진짜 돕고 싶다면, 삶에 밀착되는 '도달'할 수 있는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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