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는 비겁한 변명,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

김민수 2025. 4. 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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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기자]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전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며칠 전, 뉴스를 접하고 나는 긴 침묵에 빠졌다.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위원장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군 개입 여부에 대해서 모른다"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비극이 시작되는 소리를 들은 듯했다.

'모른다'는 말은 때로 무지의 고백처럼 들리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것이 가장 비열한 거짓말이 된다. 특히 진실이 이미 충분히 규명된 사안에 대해서, "모른다"고 하는 것은 무지가 아니라, 진실에 대한 조직적 부정이 담긴 대답이다.

그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자 28일, "자신이 다 확인할 수 없어서 모른다고 한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는 식의 답변을 내놓았다. 이 사태에 대한 위원장의 사과는 없었지만, 진실화해위원회 직원들이 고개 숙여 사과를 했다. 이 사태를 보면서 내란수과 윤석열 정권의 역사 의식 수준에 개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런 인물들을 기용하고, 이런 인물들만 곁에 있었으니 정상적으로 판단하고, 정상적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었겠는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이 신군부의 총칼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치며 일어섰던 사건이다. 수많은 이들이 희생당했고, 그 희생 위에 오늘의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서 있다. 이 사건은 국내외 수많은 조사와 연구를 통해 명확히 규명되었다. 국가 권력이 자행한 제노사이드, 그 폭력 앞에 맨 손으로 나약한 민중들이 외쳤던 고귀한 함성이었음은 더 의심할 바 없는 역사적인 진실이다.

'북한군 개입설'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 법정과 정부 조사기관, 언론 검증을 통해 완벽히 허위로 판명된 음모론이다. 민주주의를 향한 빛고을 광주의 순수한 외침을 더럽히려는, 불의한 권력과 극우 보수주의자들의 추악한 왜곡 시도였을 뿐이다. 그런데, 진실을 바로 세우고 화해를 이끌어야 할 진실화해위의 수장이, 그 허위에 대해서 "모른다"고 말했다. 역사인식이 없는 인물을 수장으로 임명한 순간부터 진실화해위는 그 기능을 상실했다.

박선영 위원장의 발언은 모르기 때문에 "모른다"고 발언한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그것은 진실을 '모른 척'하는 것이요, 진실과 거짓 사이에 불순한 회색 지대를 만들려는 고도의 불순한 목적으로 가진 의도적 행위이다. 진실화해위는 단순한 행정기구가 아니라 국가 폭력의 피해자들에게 늦게나마 불의를 바로잡아 정의를 세우고, 아직도 굳게 닫혀있는 진실의 문을 열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그런데 위원장이 그 진실을 흔드는 순간, 피해자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주고, 역사는 또다시 흔들리며, 살아있는 우리들은 모두 역사 앞에 또다시 죄를 짓는 것이다. 그러므로 박 위원장의 발언은 단순한 무책임을 넘어 역사 부정의 방조요, "모른다"는 말 한마디로 수천 명의 죽음과 수만 명의 절규를 그저 '논란'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나는 다시 묻고 싶다. 이런 사람이 과연 진실을 다룰 자격이 있는가? 더 근본적으로 묻는다. 이런 사람을 위원장으로 임명한 내란수괴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박선영을 임명할 자격이나 있었던 것인가?

박선영 위원장은 2023년 12월 6일에 임명됐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실패로 돌아간 내란수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했다. 물론, 탄핵이 인용되기 전이라고는 하지만, 이 모든 시나리오는 내란음모를 옹호해 줄 이들을 포섭한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이 '비상계엄 문건'이라는 이름의 끔찍한 진실을 마주했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윤석열 정부는 과거사 문제를 다루는 핵심 기관에 이런 인사를 앉혔기 때문이다.
▲ 진화위 박선영 위원장 사퇴하라! (사)오월어머니집, (사)5·18서울기념사업회, 민족문제연구소 등 27개 단체 주최로 28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박선영 진화위원장 퇴진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5.18 영령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박선영 위원장의 과거 이력을 보면, 극우 성향을 보였던 발언들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왜곡된 인식, 역사의 진실을 불편해하는 태도 등이 곳곳에 드러난다. 이런 인물을 비상계엄이 무위로 돌아간 상황에서 굳이 진실화해위원장에 앉혔다는 것은 "극우보수의 입장에서 과거를 다시 쓰겠다"는 결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끊임없이 역사를 지우고, 진실을 흔들고, 민주주의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선택을 반복해왔다. 5·18 정신을 폄훼하는 이들과의 친근한 교류뿐 아니라, 친일·독재 미화 세력과의 공공연한 협력, 노동·인권·언론에 대한 탄압, 이승만·박정희 띄우기, 독립투사들 깎아 내리기 등등 이 모든 조짐 속에서 진실화해위마저 역사의 거짓을 은폐하려는 기구로 삼으려 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박선영 위원장의 "모른다"'는 발언은 개인의 실수라고 하기보다는 그가 뒷배라고 여기고 있는 아직도 '윤석열 어게인'을 외치는 이들이나 '내란수괴를 옹호하는 이들'의 역사 인식이 드러난 것이다.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그가 만든 시스템이, 그가 임명한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을 조롱하고, 진실을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자 언론보도에 따르면, 내란수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분당의 어느 보리밥집에서 저녁을 먹었다고 한다. 언론은 비상계엄 이후 첫 번째 외출이네 뭐네 호들갑을 떨기만 했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내란수괴의 명령을 집행한 이들은 구속되어 수사를 받고 있는데, 내란수괴 우두머리는 백주대낮에 대한민국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는 것이. 그리고 언론이 그 심각성을 보도하지 않고 가십거리용 정도로 보도한다는 것이. 경호원도 동행했을 것이니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내란수괴가 대한민국을 마음대로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아니다. 내란죄뿐 아니라 수많은 범법 행위들의 인멸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윤석열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본다.

나는 박선영 위원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만이 진실 앞에 드리는 마지막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도 진실을 밝히고 화해의 장을 열어가야 할 자리에 박선영을 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진실을 짓밟는 정권은 결국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진실을 부정하는 나라는 결국 역사 앞에 바로 설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진실의 역사는 "모른다"라고 하는 이들에 의해 다시 어둠 속으로 밀려나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저항해야 한다. "모른다"고 하는 자들에게. 그것만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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