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플' 콘서트날 날아온 소식... 비국민의 곁에 함께 선다는 것
[최주원 기자]
개정된 출입국관리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자행된 '선제적 추방'
지난 4월 18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25개월째 구금되어 있던 나이지리아 국적의 난민 신청자 V가 인천공항으로 끌려갔다. V가 법무부의 '국외호송 대상자 명단'에 오른 것이다. V의 강제송환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한껏 들뜬 마음으로, 8년 만에 내한한 콜드플레이의 공연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긴박한 소식을 계속 확인하면서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다시 한번 수용소에 갇힌 비국민과 국민인 나 사이의 격차를 극적으로 마주했다.
V는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시민모임 '마중'에서 2년째 만나 온 사람이다. 약 스무 명의 인원이 V를 제압하여 끌고 나갔다고 한다. 법무부-출입국-보호소가 V의 강제송환을 시도한 사건에 촉발되어 4월 23일 규탄집회가 열렸다. 무기한 구금을 금지하는 개정 출입국관리법이 시행되기 전 법무부-출입국-보호소가 6월 1일 즉시 '보호해제'되어야 할 장기구금자를 대상으로 '선제적 추방'을 자행하는 행태를 규탄하기 위해 서른 명 남짓한 사람들이 화성외국인보호소 앞에 모였다.
마중 활동가들은 지난 한 달 간의 면회를 통해서 구금된 이들에게 충격적인 제보를 받았다.
"같은 수용실에서 지내던 사람이 아침에 끌려나가더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보호소 직원이 명단을 들고 찾아와 내 이름을 가리키며, 내가 내일 강제송환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나의 동의 없이 여행증명서를 발급하고, 강제송환을 준비하는 것 같아요. 이것은 명백한 불법행위가 아닌가요?"
"단 한 번도 내가 난민 신청하는 것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매니저가 갑자기 찾아와 난민신청 진행 상황을 캐물었어요."
4월 23일 '마중' 활동가들은 집회에 참여하기에 앞서 화성외국인보호소의 구금자들과 오전 면회를 진행했다. 면회한 구금자들은 모두 V가 결박된 채 끌려 나가는 강제송환의 장면을 목격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나도 강제송환 될까봐 너무 두렵고 무섭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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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지리아 국적의 V가 보내온 자필편지 강제송환이 시도되었던 4월 18일의 이송과정과 그 이후 독방 구금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
| ⓒ 화성외국인보호소방문시민모임 마중 |
집회가 시작되자, 피해자 V를 오전에 면회하고 나온 동료가 직접 전해 들은 V의 말을 전해주었다. V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머리에 '머리보호대'가 씌워지고, 손목에 2개의 수갑이 채워지고, 양 무릎을 밧줄에 묶인 채, 법무부의 긴급호송 버스에 실렸다고 한다. 그렇게 인천공항으로, 출국장으로 끌려 갔다. 하지만 V의 강제송환을 막아낸 것은, 온몸이 결박당한 V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항공 승무원이 던진 질문이었다.
"Against your wish?" (당신의 의사에 반하는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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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의 특별계호(=독방 구금)통고서 강제송환이 불발되자 화성외국인보호소로 돌아온 V는 사흘 간 독방에 구금되었다. 독방 구금(=특별계호) 사유는 ‘지시불응’이었다. |
| ⓒ 화성외국인보호소방문시민모임 마중 |
V가 겪은 폭력을 구체적으로 전해 듣자,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강제송환 되었을 수많은 V를 상기하며, 떠날 수 없는 이들, 나아가 "떠나고 싶지 않은 이들"의 삶에 관해 말하고 싶었다. 나는 "내쫓기지 않고 함께 살아갈 권리"라고 적은 손피켓을 들고, "이 땅에서 삶을 일구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불법화('불법체류자')하여 납치('단속')하고, 감금-수용('보호')하고, 다른 땅으로 내쫓는('강제퇴거') 행위를 지금 당장 멈추라"고 외쳤다.
여러 연대발언과 'Freedom and Justice'(자유와 정의)라는 잔잔한 노래가 이어지던 집회 현장에 강제송환을 시도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법무부의 긴급호송 버스가 등장하면서 모든 것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어느새 집회 참여자 수를 훌쩍 뛰어넘는 출입국관리직 공무원과 경찰들이 시위대를 둘러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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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23일 화성외국인보호소 정문 앞에서 경찰들이 시위대를 끌어내는 장면 두 명의 활동가가 현장에서 체포되어 수갑이 채워졌고, 이틀 만에 석방되었다. |
| ⓒ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 |
하지만 4월 23일 화성외국인보호소 앞에서 우리는 그곳에 갇힌 이들을 향해 외치고 또 외쳤다. "You are not alone! We are here for supporting you!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을 지지하기 위해 우리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우리의 목소리가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갇힌 이들에게까지 들렸다고 한다. 여전히 욱신거리고 시큰한 손목과 팔로 이 기사를 적는 와중, 구금자들에게서 응원의 전화가 걸려왔다. "Fighting!", "Take care!", "Thank you!" ("힘내세요, 몸 잘 챙기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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