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순경]강력팀 막내 순경이 된 오만왕국 '마스터'

이은서 2025. 4. 2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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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경기북부청 파주경찰서 최원석 순경
오만왕국 태권도 무도 교관 6년 경력 '눈길'
편집자주
Z세대가 온다. 20·30 신입들이 조직 문화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대다. 경찰이라고 제외는 아니다. 경찰에는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성·청소년 등 다양한 부서가 있다. 시도청, 경찰서, 기동대, 지구대·파출소 등 근무환경이 다르고, 지역마다 하는 일은 천차만별이다. 막내 경찰관의 시선에서 자신의 부서를 소개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일과 삶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경찰 자기 자신부터 보호할 줄 알아 국민의 안전도 지킬 수 있죠."

경기북부경찰청 파주경찰서 최원석 순경이 기념 촬영에 응하고 있다. 이은서 기자

경기 파주경찰서에서 만난 최원석 순경(34)은 형사과 강력3팀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도 태권도의 무도 정신을 잊지 않는다. 그는 "모든 품새 동작이 방어에서 시작되는 태권도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기술"이라며 "경찰 업무도 경찰 자신을 포함한 사회를 지키는 무도와 같다"고 했다.

최 순경은 경찰이 되기 전 오만 경찰들의 '마스터'였다. 태권도가 그 연결점이었다. 최 순경은 "학창 시절 태권도 시범단을 보면서 감명을 받았다"며 "대학교에서도 태권도를 전공했고, 국기원 시범단으로 2년 동안 20여개국을 돌아다니며 태권도를 알리는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최 순경은 오만 경찰특공대 본부에서 무도 교육 교관으로 태권도 및 호신술을 가르쳤다. 지방 경찰특공대에서 선발된 오만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태권도 2년 교육과정을 진행한 덕에 오만 경찰 80여명이 태권도 국기원 공인 1단과 2단 자격을 획득했다. 수백명의 오만 경찰에게는 1개월 단기 교육과정으로 태권도와 호신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교관 시절 오가며 마주친 오만 경찰관이 대형 쇼핑몰에서 흉기 난동을 막다 사망한 사건을 보며 경찰관의 안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오만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경찰이 위험에 대항해 어떻게 자신을 지키며 범인을 검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최원석 순경이 오만 경찰관들 앞에게 발차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본인 제공.

최 순경은 한국 태권도를 일본의 가라테로 알고 있는 오만 사람들에게 태권도를 알리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최 순경은 "해가 뜨고 첫 기도가 시작되는 아침 7시부터 스트레칭, 품새, 지르기, 발차기 등을 5시간 동안 훈련했었다"며 "라마단 기간에는 오만 경찰을 위해 태권도 교본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순경의 노력 덕에 최 순경이 귀국할 무렵에는 오만 전국 경찰특공대에 20여명의 한국인 태권도 교관이 교육을 맡게 됐다.

최 순경은 가장 보람찼던 순간으로 오만 경찰특공대 본부 개청 때 태권도 시범을 보였던 일을 꼽았다. 그는 "2018년 오만 경찰특공대 본부가 새로 개청하는 기념으로 로열패밀리 앞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인 적이 있다"며 "반년 동안 준비했고, 제자들이 부상을 당하며 힘들어했지만 이 시범을 통해 오만에서 한국과 태권도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물론 종교와 문화가 다른 나라의 경찰관을 교육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최 순경은 "오전 7시에 운동을 시작해야 해서 6시 반부터 와서 교육을 준비하고 몸을 풀었는데, 7시부터 교육생이 하나둘 오기 시작했다"며 "제자들과 지도부에 화도 내봤는데 서로 이해가 힘들더라"고 전했다.

최원석 순경이 마약 관련 사건 피의자에게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 본인 제공.

최 순경은 태권도를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아랍어도 배웠다. 그가 가장 먼저 배운 아랍어는 '문제없다'는 뜻의 '마무쉬낄레'였다. 그는 "체력 훈련을 하다가 무릎 아프다고 '무쉬낄레(문제 있다)'고 핑계 대는 아랍인들에게 문제없으니 빨리 오라고 얘기하다 배웠다"면서 "훈련에 늦는 오만인들에게 내일 늦지 말라고 당부하면 '인샬라(신의 뜻대로)'라고 답해 답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만난 한국 경찰관들이 최 순경의 버팀목이 됐다. 당시 경찰관들과 지낸 경험이 최 순경을 경찰의 길로 인도했다. 그는 "경찰관들과 함께 일하고 지내다 보니 경찰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돼 경찰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최 순경은 입직 후에도 당시 만난 경찰관들과 연락을 이어나가며 많은 조언을 받고 있다고 했다.

태권도를 수련하며 습득한 차분함과 순발력은 최 순경의 강점이 됐다. 특히 파주 운정신도시가 개발돼 인구가 급증하며 강력 사건도 늘었다. 그는 "피의자와의 기 싸움부터 악성 민원인까지 감정 소모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감정 컨트롤을 잘하는 게 강점"이라며 "태권도를 수련하며 발달한 근력도 범인 검거나 주취 민원인 상대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최 순경은 '등대 같은 경찰'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태권도 고단자가 될수록 태권도의 진리를 탐구하고 연구하듯이, 경찰도 범죄의 실체적 진실을 수사해 국민을 지킨다는 점이 닮았다"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 등대처럼 우뚝 서 있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을 마쳤다.

이은서 기자 lib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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