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Live] 호날두 우승, 그리고 "시우!" 게임 속에서 먼저 울려 퍼졌다… e스포츠계 ACLE 초대 대회 현장

김정용 기자 2025. 4. 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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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축구연맹 e챔피언스리그 엘리트(eACLE) 결승전 현장. 김정용 기자

[풋볼리스트=제다(사우디아라비아)] 김정용 기자= 알나스르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4강부터 결승까지 골을 몰아치며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아직 열리지 않은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결과를 예언하겠다는 게 아니다. AFC e챔피언스리그 엘리트(eACLE) 즉 e스포츠 대회 결승전 이야기다.


28일(현지시간) 마무리된 eACLE는 아시아 최대 축구대회 ACLE에 맞춰 열린 e스포츠 대회다. ACLE의 주요 스폰서 코나미 사의 축구게임 e풋볼을 종목으로 삼았다.


AFC의 e스포츠 대회는 지난 2023 아시안컵과 더불어 개최했던 e아시안컵 이후 두 번째다. 당시에는 20개국이 참가했고 16강에서 한국을 꺾은 인도네시아가 우승했다. AFC는 지난해 말 e스포츠 포럼을 열면서 아시아의 e스포츠 생태계와 축구의 접목을 체계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ACLE 리그 스테이지에 오른 팀들이 e풋볼 대표 선수 2명을 선정, 대회 장소인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모여 직접 대회를 가졌다. ACLE 본선 24강에 비해 eACLE는 16팀으로 더 규모가 작았는데 각국마다 불참하는 구단이 속출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K리그는 모두 참가했다. ACLE 본선 참가팀 광주FC, 울산HD, 포항스틸러스가 e스포츠 대표 선수를 한 명이라도 구해 제다로 보냈다.


그러나 eACLE 마지막 날인 현지시간 한국 선수선수들은 없었다. 일찌감치 탈락했기 때문이다. 원래 대회 형태는 리그 스테이지를 거쳐 16강을 가리는 것이었지만 참가팀이 16개로 줄어들면서 리그 스테이지는 한 팀도 탈락하지 않는 시드결정전의 형태를 띠었다. 한국 팀들은 리그 스테이지부터 부진하더니 토너먼트에서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했다.


eACLE조차 서아시아가 강세였다. 페르세폴리스(이란)가 8강에서 비셀고베(일본)를 잡고 4강에 올랐다. 파흐타코르(우즈베키스탄)는 조호르다룰타짐(말레이시아)를 꺾고 올라왔다. 알나스르(사우디)는 상하이선화(중국)을 잡았다. 유일한 동아시아 4강 진출팀 요코하마마리노스(일본)가 알라얀(카타르)를 꺾고 올라왔다.


▲ K리그 구단의 '허둥지둥' 축구게임 선수 구하기


한국은 e스포츠의 종주국이지만 e풋볼은 요즘 인기 있는 종목이 아니다. 이름이 위닝일레븐이던 시절에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다른 축구 게임이 더 강세다. 그래서 K리그 팀들은 선수를 구하는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아마추어 게이머들은 보통 직업이나 다니는 학교가 따로 있기 마련이고, 어지간한 상금이 걸리지 않는 한 해외 경기 참가는 어렵다. 그런데 eACLE에는 상금이 없다. 게다가 대회 개최까지 시간이 촉박했다.


e풋볼 실력자 섭외에 성공한 팀은 광주 하나뿐이었다. 한 팀은 다른 축구게임 종목의 게이머를 섭외해 급히 e풋볼을 연습시켰다. 선수를 공개모집 했더니 단 한 명이 지원해 자동 합격했고, 그의 부모님을 설득하러 구단이 나서야 했던 경우도 있었다.


반면 서아시아 참가팀 중에는 타국의 e풋볼 프로급 실력자를 대회 직전 영입해 eACLE 대표로 참가시키기도 했다. 꼭 같은 국적이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대회 방식도 한국 선수들에게 불리했다. 각 게이머는 자신이 대표하는 클럽으로 게임에 임해야 한다. 형평성을 위해 능력치는 모든 팀을 맞췄다. 하지만 각 선수의 특성을 반영하는 게임 속 '기술'은 원래 선수 그대로 유지됐다. 당연히 사우디 구단 소속 슈퍼스타들이 좋은 기술을 줄줄이 달고 있는 반면 K리그 선수들의 기술은 비교적 적을 수밖에 없다. 마치 배기량은 똑같지만 풀옵션인 차와 '깡통'인 차의 성능 격차와 마찬가지다.


아시아축구연맹 e챔피언스리그 엘리트(eACLE) 우승 트로피. 김정용 기자
아시아축구연맹 e챔피언스리그 엘리트(eACLE) 결승전 현장. 김정용 기자

▲ 게임 속 호날두의 압도적 성능, '개최국' 알나스르 우승


동아시아의 마지막 자존심 요코하마는 4강에서 탈락했다. 알나스르와 치열한 대결을 벌인 요코하마는 두 번이나 리드를 잡았지만 그때마다 동점을 만드는 알나스르의 끈질긴 추격에 시달렸다. 요코하마는 K리그에서도 뛰었던 아마노 준, 최전방의 브라질 공격수 안데르손 로페스를 활용해 전방으로 잘 진입하고도 슛을 날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알나스르는 사디오 마네, 존 두란 등 스타 선수의 캐릭터가 맹활약했다. 알나스르가 3-2로 승리했다.


1차전 이후 알나스르 게이머가 감을 잡았다는 듯 팀 플레이보다 개인기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드리블과 중거리 슛을 난사했다. 그리고 문전으로 쇄도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두 골을 주워 먹으며 2차전은 한층 수월하게 승리했다.


결승전도 마찬가지 양상이었다. 사우디의 알나스르, 이란의 페르세폴리스가 격돌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여러모로 라이벌 관계다. 결승전도 유독 치열했다. 그런데 페르세폴리스 게이머들이 날카로운 패스와 결정력으로 많은 골을 퍼붓는 듯 보였지만 알나스르는 호날두를 적절하게 활용한 드리블 및 문전 마무리로 쉽게 점수차를 벌린 뒤 경기 막판에는 수비 숫자를 확 늘렸다. 이번에도 3판 2선승제에서 2연승을 거둔 알나스르가 최후의 승자로 남았다. 알나스르는 초대 eACLE 우승팀이 됐다. 게이머들은 벌떡 일어나 호날두 특유의 동작 "시우"를 선보였다.


▲ e스포츠로 더 성장하려는 AFC의 시도


결승전을 마치고 '풋볼리스트'와 만난 윈저 존 AFC 사무총장은 "국가대항전이었던 e아시안컵이 아주 성공적이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엔 클럽들의 대회 eACLE를 출범시켰다. 이번 대회는 긍정적이었다. 장단점을 분석해 가면서 앞으로 더 발전한 대회를 만들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밝혔다.


초대 대회는 무관중으로 인터넷 중계만 진행했지만 대회의 잠재력은 분명해 보였다. 축구게임은 보는 이들이 직접 플레이한 경험이 없더라도 축구 규칙만 안다면 빠르게 몰입하고 응원할 수 있다. 특히 eACLE처럼 실제 축구 대회와 같은 시공간에서 진행한다면 축구팬들을 e스포츠 결승전 현장으로 쉽게 끌어들일 수 있다. e풋볼은 아시아에서 인기가 높다. 종주국 일본은 물론 주요 시장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 내년에도 ACLE 파이널 스테이지를 개최할 사우디에서 특히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있다. AFC가 e스포츠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제다에서 첫발을 디딘 이유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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