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도 눈치보여요”…쉬어야 할 권리, 현실은 제각각

“연차가 직장인의 권리라는 거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죄짓는 기분으로 쓰게 돼요. 바쁠 때는 ‘왜 쉬냐’는 눈총도 받아요”
광고업계에서 근무하는 A(26)씨는 “팀원들이랑 겹치게 쓸 수도 없으니,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차는 법으로 보장된 권리다. 그러나 여전히 ‘눈치’와 ‘업무 부담’이라는 벽에 막혀, 연차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29일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직장인 10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32.9%는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응답했다. 직장인 3명 중 1명꼴이다. 직장인 12.8%는 연차휴가 사용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었다. 이 중 60%가량은 회사의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없는데도 휴가를 거부당했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대기업에서도 연차 사용 논란이 불거졌다.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승무원들의 연차 신청을 잇따라 반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부 승무원들은 정당한 사유 없이 연차 신청이 거부됐고,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한 상태다.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형사 처벌이나 과태료 부과가 이뤄질 수 있다.
이 같은 사례는 단지 대기업이나 특정 업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업종, 다양한 규모의 사업장 곳곳에서 ‘쉴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스타트업, 공공기관 하청·용역 근로자 등 상대적으로 고용 여건이 불안정한 곳일수록 연차 사용에 제약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이모(30·여)씨는 “야근이 일상이라 평일에는 퇴근 시간이 정해져있는 게 의미가 없을 때도 많다”며 “일이 끝나야 퇴근하는 구조라, 연차를 내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연차 소진 때문에 억지로 날을 비워도, 결국 사무실에 나와서 일하게 된다”고 호소했다.
어린이집 교사 B씨도 “연차를 쓰려면 대체 근무가 가능한 교사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인력이 넉넉하지 않아 주변 동료들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특히 샌드위치 연휴 같은 때는 아예 연차 쓸 생각도 못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여전히 기성세대의 일중독 문화가 조직 변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봤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기성세대는 한때 휴일도 눈치 보며 보내야 할 정도로 일 중독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며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워라밸을 중시하는 흐름이 자리 잡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변화가 완전히 뿌리내리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이나 관리자층은 과거 일 중심 문화에 익숙한 기성세대가 많아, 조직 내 변화에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며 “조직을 이끌어가는 세대가 일중독적 사고를 완전히 떨쳐내야 진정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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