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재부 왕노릇" 다음날…민주당 '기재부 쪼개기' 띄웠다

이재명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면서, 민주당 내 정부조직 개편 공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경제부처의 경우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 중이고, 이에 따른 기능 조정으로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관장하는 산업·통상·에너지 중 에너지 분야를 떼어내는 방향에 논의의 무게가 실려 있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기재부를 둘로 나누는 방향은 당내 공감대가 이뤄져서 유력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도 전날 후보 수락연설 뒤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가 경제 기획을 하면서 한편으로 재정을 컨트롤 해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상당하다. 저도 일부 공감한다”면서 “(기재부에)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 있어 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기재위원들은 이 대표의 말을 이어받듯 28일 국회에서 ‘기재부 등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를 열고 ‘기재부 쪼개기’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 기재위원들에 따르면, 기재부를 기획·예산 기능과 재정 등 나머지 기능으로 나누는 방안이 이 후보 공약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노무현 정부 때처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나누자는 것이다.
다만 기획·예산 기능 조직을 기획예산처처럼 국무총리 아래 조직으로 둘 건지, 대통령비서실 내 조직으로 둘 건지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기획·예산 기능 조직을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안과 총리 아래에 두는 안 중 특별히 무게가 있는 안이 어떤 것이라고 아직 말하기 힘들다”며 “이 후보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한 민주당 기재위원은 “대통령실에 두는 안은 소수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양론이 엇갈린다. 하태수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는 “총리의 행정 통할권을 실효성 있게 만들려면 총리 산하에 기획예산처를 둬야 한다”며 “대통령실이 예산 기능을 가져가는 순간 총리는 허수아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총리 산하에 예산처를 두는 건 의원내각제에 적합한 모델”이라며 “대통령실이 직접 예산 기능을 담당하면서 공약들을 실천하고 그에 따른 정치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기재부 개편에 수반할 수밖에 없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개편도 논의중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기재부 개편과 금융위, 금감원 개편은 세트”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유력한 방안은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예산 기능을 덜어낸 재정경제부로 옮기고, 기존 금융위는 감독 기능 중심의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금융 정책 관할 부처가 기재부(국제금융)와 금융위(국내금융)로 나뉘어 있고, 금융 감독 기능이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이원화돼 있어 비효율적인 데다, 금융위가 금융 정책과 감독 정책을 동시에 수행하다보니 감독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다만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국내금융 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옮기면 너무 권한이 커져 모피아(마피아+재무 관료) 논란이 또 나올 수 있어 조심스런 목소리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금감원 개편은 아직 구체적 방향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대표적으로 금융감독 기능을 금융 건전성 감독 기능을 하는 금융감독위와 영업행위·자본시장 감독 기능을 하는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 두 기관이 나눠 맡게 할지, 금융감독위 하나 기관이 맡고 그 아래 금감원을 둘지 등이 쟁점이다.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공약에 담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논의할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 정책 파트를 떼내는 방안도 심도있게 다뤄지고 있다. 이 후보는 2022년 대선 때도 기후에너지부(산업부의 에너지와 환경부의 기후탄소 업무 통합) 신설을 공약했다. 특히 이 후보가 인공지능(AI)을 신성장 동력으로 보는 만큼 전력 확보 등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은 더 높아진 상황이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통상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산업부의 통상 기능을 떼내어 독립시키는 방안도 제기되지만,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여러 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경제 부처 중엔 기재부 산하 통계청을 총리실 산하 통계처로 재편하는 방안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친명계 중진 의원은 “정부조직 개편은 여야 합의로 추진하는 게 관례인 데다, 기재부 분할은 집권시 정책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반론도 적지 않아 실제 어떤 수준의 변화를 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 경선 캠프 소속이었던 의원도 “확정된 방향은 없다”면서도 “인수위원회가 없이 출범하는 상황도 고려해야할 것”이라며 정부조직 개편 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너무 개편 규모가 크면 새 정부 출범하고 공무원들이 일을 할 수 없다”며 “기재부·검찰 개편과 함께 몇 개 부처 조정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정부조직 개편은 중소벤처기업부 승격 등 소폭에 그쳤다.
이 후보는 조만간 당 정책위로부터 정부조직 개편안을 포함한 공약안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정책위가 준비한 안과 외곽 싱크탱크 등이 건의한 정책을 아우른 내용이다. 이 내용을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가 검토한 뒤 이 후보가 선택하면 최종 공약이 된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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