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바다에 큰 문제 있다"…서해 덮친 '냉수'에 어민들 비명

지난 24일 오후 1시 충남 보령 대천항. 새벽 4시 출항해 오전 내내 조업을 했던 진양3호가 돌아왔다. 선장 양시동(62)씨는 배를 선착장에 정박한 뒤 그물을 정리하던 선장 양시동(62)씨는 한숨을 쉬면서 “기름값도 못 건지겄네”라고 했다. 꽃게 성어기지만, 배에는 키조개만 보였다. 기자가 바닥에 널브러진 꽃게를 가리키며 “한 마리 잡힌 거냐”고 묻자 “그건 (죽은 채 잡힌 거라) 못 파는 거여. 팔 게 없어”라고 답했다.
대천항 신흑수협위판장의 수조도 비어 있었다. 전체 수조는 50개 남짓이었지만, 꽃게는 수조 한쪽 그물에 담긴 십여 마리가 전부였다. 김동주 연안어업인협의회 감사는 “이 시간쯤이면 꽃게가 적어도 20~30톤은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1톤은커녕 몇 개 없다”고 말했다. 그는 “12월 중순부터 이상 조짐이 보였는데, 요즘 바다에 큰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수온 시달리던 바다, 올해는 저수온에 텅텅

현재 서해에는 '청수'(연근해 바닥이 보일 정도로 투명한 냉수)가 15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보통 5일 정도 나타나다 사라지는데, 냉수가 바다에 머물자 보리숭어도 올라오지 않고 있다고 어민들이 입을 모았다. 성어기인 4월 중순에도 꽃게, 숭어, 갑오징어 등 연근해 특산 어종이 잡히지 않는 이유다.
위판 실적도 급감했다. 지난해 3월 넷째 주 위판된 꽃게의 양은 441톤(t)이었는데, 올해는 76t으로 급감했다. 도매 가격은 두 배 뛰었다. 연안어업 충남지회장 “충남 바다는 남북 어종이 교차하는 ‘황금어장’으로 불리는데, 지금 10분의 1은커녕 30분의 1 정도 잡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해역의 수온은 평년보다 0.5~1도가량 낮다. 위성 등을 통해 관측한 결과 지난 2월 말에 평년보다 1~1.5도 내려간 뒤 올봄 내내 1도가량 낮은 상태다.
수산과학원의 정래홍 기후변화연구과장은 “저수온은 4월 중순까지 나타난 늦추위와 우리나라 해역을 지나는 황해난류와 대마난류 세력이 약해진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해난류와 대마난류는 구로시오(黑潮) 해류에서 파생돼 각각 서해와 남해·동해에 열을 수송한다. 수산과학원은 최근 5년 동안 황해난류와 대마난류의 세기가 평년보다 강했는데, 올해는 평년보다 약한 상태라고 밝혔다.
역대 최저 해빙 면적, 늦추위 일으켜 수온에 영향

조양기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서울대 해양연구소 소장)도 “황해난류와 대마난류의 열 수송량이 작아진 원인 중 하나는 동중국해 날씨가 추웠기 때문”이라며 북극발 늦추위가 난류를 약화시켰을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동부 지역도 봄철에 3월과 4월에 눈보라와 강풍을 동반한 이례적인 한파를 겪었는데, 이런 날씨가 황해난류와 대마난류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조양기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고수온이 이어지던 걸 고려하면 바다 생물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매우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태 연안어업연합회장은 “올해 수산물 가격이 많이 오를 텐데, 향후 대응을 위해서는 다각도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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