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집앞 덮쳐…대구서 이렇게 큰 산불 상상도 못해"

“경북에 산불이 났을 때 순식간에 안동에서 영덕까지 불길이 갔다고 해서 이번에도 간밤에 어떻게 될지 몰라 우선 대피소로 왔습니다.”
28일 오후 7시 대구 북구 팔달초등학교 강당에서 만난 이춘희(77·노곡동)씨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장이 문을 두들기며 대피하라고 했고, 급히 오느라 옷 두 벌만 챙겼다고 했다. 이씨는 “대구에서 이렇게 큰 산불이 발생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1분쯤 노곡동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평균 초속 3m, 순간 최대 풍속 초속 11m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조야동으로 확산했다. 임시 대피소가 된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경자(83·조야동)씨는 “순식간에 집앞까지 불씨가 도달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는 산불이 확산하자 인근 조야·노곡동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899가구 1200여 명이 팔달초·매천초·동변중학교로 대피했다. 갑작스럽게 대피소 지정이 이뤄지면서 텐트나 구호품도 제대로 준비되지 못했다. 서변동에 있는 한 요양원 입소자 44명은 대피할 곳을 찾지 못해 대기하고 있다가 대구의료원과 요양사 집으로 급하게 옮기기도 했다.

산림당국은 이날 오후 3시 10분 대응 1단계에 이어 30분뒤 대응 2단계, 오후 6시 대응 3단계로 상향시켜 진화 작업을 벌였다. 강풍과 연무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자, 소방청이 오후 4시 5분쯤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기도 했다. 국가 소방동원령 발령으로 동원된 소방차량은 경북소방 20대와 중앙119구조본부 8대 등 모두 28대다. 6시 현재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경찰청도 주변교통 관리·통제, 주민 대피를 위해 산불 현장에 교통 순찰차 등 9대, 기동대 5개 중대, 기동순찰대 8개 팀 등 400여 명을 배치했다. 도로 곳곳도 통제됐다. 검은 연기로 경부고속도로 북대구IC 양방향 진입·진출이 차단됐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진화율은 15%이며 산불영향구역은 92㏊로 추정됐다. 전체 화선 6.5㎞ 가운데 0.9㎞를 진화 완료하고, 5.6㎞가 여전히 진화 중이다.
대구시에서는 지난달 경북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이후 지난 1일부터 ‘입산 통제’ 긴급 행정명령을 시행해왔다. 함지산도 출입 통제 대상이며, 산불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라”고 당부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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