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그 오래 지워진 이름을 오늘 다시 떠올리는 이유
[김성수 기자]
이 책 <오랫동안 김상진: 김상진 의거 50주년 백서>는 김상진(1949-1975) 의거 50주년을 맞아 (사)김상진기념사업회를 통해 진행해 온 수십 년의 활동을 뒤돌아보고, 새로운 활동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일종의 이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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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표지 |
| ⓒ 김상진열사 기념사업회 |
"민주열사 김상진은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68년 서울대 농대 축산학과에 입학해 이념서클 한얼에서 활동했다. 1971년 가을 군에 입대해 복무를 마치고 1974년 가을 복학했다. 1974년 가을부터 1975년 봄 동안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가 전국에서 벌어졌는데, 이 운동은 학생뿐만 아니라 언론인, 종교인, 교수, 재야, 야당 등 각계로 확산되었다. 1975년 봄 서울대 농대에서도 여러 차례 유신반대 비상학생총회와 시위가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김상진은 박정희 유신정권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할복의거를 단행, 절명하였다.
그는 '이것이 우리의 사랑스런 조국의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길이며 영원한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길이라면 이 보잘것없는 생명 바치기에 아까움이 없노라'라고 했다. 김상진은 자신의 희생이 유신체제를 무너뜨리는 민주혁명의 도화선이 되기를 바랬고, 실제로 26세의 청년으로 민주화의 제단에 목숨을 바친 김상진 의거는 1979년 유신체제를 무너뜨리는 출발점이 되었다." (출판사 책소개 중 '김상진 열사의 약력')
그래서 "오랫동안 김상진", 이 짧은 글자 속에, 반세기 넘는 무거운 시간의 무게, 역사의 무게가 담겨 있다. 지난 1975년, 스물여섯 청년 김상진은 차디찬 박정희 군사독재권력 앞에서 뜨거운 몸을 역사 앞에 던졌다. 그 후 그의 이름은 지워졌고, 잊혔고, 금기처럼 숨겨졌다.
이 책 <오랫동안 김상진>은 그렇게 지워진 이름을 다시 오늘 우리에게 이 세상으로 불러낸다. 지워진 시간 속에서 1970년대 박정희 군사독재시절 김상진의 인간적인 고뇌와 책임을 끄집어낸다.
김상진은 단순한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의 희생자가 아니었다. 당시 그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뜨겁게 행동한 '깨어있는 양심'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배를 칼로 그은 그의 할복은 절망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1975년 4월 11일, 서울대 사회대학 신관 2층 복도. 김상진은 불의의 시대에 저항했다. 분노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친구들이 다칠까 미리 경고장을 돌렸고, 어디에도 누를 끼치지 않으려 조용히 준비했다. 그것은 절망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친구와 진실을, 그리고 조국을 향한 사랑. 그가 남긴 양심선언문은 지금 읽어도 눈을 뗄 수 없다.
"진실을 죽이는 권력은 스스로 죽는다."
김상진은 단순히 자신을 희생한 것이 아니라, 진실을 지키기 위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우리 모두를 대신해 저항한 것이다. 부끄러운 시대, 김상진이 다시 묻는다. 이 책은 과거를 추모하려는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이 시대를 날카롭게 고발한다.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 미화하는 권력. 박정희를 '위대한 지도자'라 칭송하며 유신독재를 미화하는 세력.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하며 민주주의를 능멸하는 정치인들. 24일 국회 행안위 현안질의 중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잘 모른다" 답한 진실화해위원장. 김상진은 죽었지만, 그래서 1975년 4월 그가 던진 질문은 여전히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관련 기사: "모른다"는 박선영, 그 무서운 폭력 ).
"너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진실을 회피하는 불의한 권력이 활개 치고, 거짓과 역사왜곡이 판치는 시대. 우리는 과연, 김상진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 그래서 이 책은 한 청년 김상진이 목숨을 걸고 부른 시대의 메아리다. 이 책 <오랫동안 김상진>은 김상진의 개인사가 아니다. 그의 투쟁은 동시대 청년들의 고민과 절규와 맞닿아 있었다. 특히 책에 수록된 육성녹음 파일은 심장을 울린다.
"민주주의가 죽으면 인간도 죽는다."
오래된 테이프에서 살아 돌아온 그의 목소리는 오늘의 우리를 향해 뜨겁게 외친다. "진실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왜 다시 김상진을 읽어야 하는가?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검찰 권력을 휘두르던 윤석열, 민주화의 역사를 조롱하는 기름장어, 미꾸라지 같은 관료들, 가짜뉴스로 여론을 농단하는 수구언론들. '모른다'는 칼끝으로 진실을 베어내려는 시대. 우리가 김상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김상진은 죽어서도, 부끄러운 우리역사, 오늘 우리의 현실을 끊임없이 일깨운다. 그리고 진실은, 아무리 억눌러도 결국 다시 살아난다는 것, 부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원히 김상진, 그리고 영원히 진실. 이 책은 단순한 고인 김상진에 대한 추모가 아니다. 우리시대 대한민국 오늘에 진실의 부활을 다짐하는 선언이다.
"위대한 승리가 도래하는 날, 나 소리 없는 갈채를 보내겠다."
그 갈채는 김상진에게만이 아니라, 진실을 지키기 위해 고통을 견디는 모든 이들에게 향한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우리가 다시 김상진이 되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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