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삼쩜영] "어떻게 이걸" 해외살이 8년차 부부가 감탄하는 순간
그룹 '육아삼쩜영'은 웹3.0에서 착안한 것으로, 아이들을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가치로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서울, 경기도 가평, 부산, 제주,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보호자 여섯 명이 함께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 <편집자말>
[김보민 기자]
사람들을 만나보면, 집마다 음악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누군가의 집에 간 날을 떠올려 본다. 호스트가 식사 내내 신경 써서 선곡하기도 하고, 음악을 틀지 않는 식구도 있고, 티브이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활용하는 때도 있다.
우리 집은 음악이 일상의 일부다. 나의 일상만 봐도 그렇다. 식구 중 가장 먼저 일어나 아이들 간식을 싸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전, 어떤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할지 고민한다. 달리기할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 집 청소할 때 듣는 팟캐스트,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듣는 음악 리스트를 정성으로 챙긴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저녁 식사를 준비할 때, 나의 기분과 그날의 날씨, 분위기 등을 고려해 음악을 고르는 편이다.
남편도,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1학년, 5학년 아이들도 자신의 감정이나 분위기에 맞춰 노래를 고르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우리 네 식구가 함께 차에 탈 땐, 순서를 정해가며 각자 좋아하는 노래를 틀 정도다. 각자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선명해지면서 음악을 소재로 한 대화가 한층 깊어지고 넓어지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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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D '어머님께' 뮤직비디오 캡처 |
| ⓒ GOD '어머님께' 뮤직비디오 |
마치 티브이 프로그램 '복면가왕'에 나온 것처럼 열창하고 있는 나와 남편을 아이들은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를 아이들도 진지하게 들으며 덩달아 좋아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가사를 외워 따라 부를 정도가 되었다.
지오디의 '어머님께'를 듣다가 가사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지 궁금해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어머니는 왜 짜장면이 싫다고 했을까?"
"어머니는 짜장면을 싫어하고 짬뽕을 좋아해서. 엄마도 짜장면 싫어하잖아."
둘째의 답이다. 아직 가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가사 이해를 도와주는 힌트를 준다.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한번 한 적 없었고 라는 가사가 맨 처음에 나오잖아. 그러다 중국집을 갔는데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한 거야. 왜 그랬을까? "
"아, 엄마가 돈 아껴서 아이들 짜장면 사주려고 엄마는 맛없다고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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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겨울, 아이가 들려준 스틱 시즌(Stick Season). 스틱 시즌(Stick Season)은 주로 버몬트주와 메인주 등 북동부 지역에서 사용되는 표현으로, 단풍이 모두 지고 첫눈이 내리기 전까지의 쓸쓸한 시기를 말한다. Noah Kahan은 코로나 시기에 'Stick Season'이라는 노래를 만들어, 이 계절을 상실과 변화, 기다림의 감정으로 풀어냈다. |
| ⓒ 김보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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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NBA 농구팀 보스턴 셀틱스(Boston Celtics)의 홈구장인 보스턴의 티디가든(TD Garden)에서 있었던 AJR의 공연 |
| ⓒ 김보민 |
지난해 봄, 보스턴에 이들의 콘서트가 있었고, 콘서트 티켓을 예매해 두고 한참 동안 온 식구가 오매불망 콘서트 날만 기다렸다. 콘서트는 우리가 기다린 날들만큼, 티켓 가격보다 훨씬 값어치가 있었고 그날의 즐거움과 설렘은 지금도 우리 기억 속에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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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JR은 뉴욕시 출신의 형제들인 아담(Adam), 잭(Jack), 라이언(Ryan) Met으로 구성된 미국의 인디 팝 밴드이다. 자택의 거실에서 직접 작곡, 녹음, 프로듀싱을 하며 음악을 제작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도 높아 기후 변화, 정신 건강, LGBTQ+ 권리 등에 대한 메시지를 음악을 통해 전하고 있다. |
| ⓒ 김보민 |
알고 보니, 그 작곡가는 유명한 재즈 아티스트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퀸시 존스였다. 그의 이름도, 존재도 몰랐지만, 그의 노래는 90년대에 들어본 적이 있었기에 아이들을 통해 미국 팝스타들이 같은 무대 위에서 다 함께 노래를 불렀던 그 장면을 단번에 떠올릴 수 있었다.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듣다가 우리는 자연스레 마이클 잭슨의 힐 더 월드(Heal The World)를 듣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 댄스를 보게 되었고, 그날 저녁 아이들은 문워크 춤을 추며 한참 동안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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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잉글랜드 음악원(New England Conservatory of Music)에서 한국인 연주자의 공연이 열리면, 우리는 만사를 제쳐두고 음악을 들으러 간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공연 장면. |
| ⓒ 김보민 |
나 역시 중학생 시절, 라디오를 들으며 좋아하는 노래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두었다가 점심시간이면 친구와 이어폰을 나눠 끼고 녹음한 노래를 같이 듣곤 했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줬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들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이 카세트테이프를 본 적이 없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그땐 유튜브 뮤직이 없었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나와 남편은 격세지감을 느꼈다.
봄이면 버스커버스커의 '꽃송이가'를 들으며 나와 남편이 데이트하던 그 봄의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은 우리가 어떻게 만났고, 사랑에 빠졌고,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해마다 들으면서도 또 듣고 싶어 한다. 우리 가족의 봄노래는 버스커버스커가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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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 식구의 플레이리스트. 누군가 좋아하는 노래를 찾으면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느라 분주하다. |
| ⓒ 김보민 |
아이들은 나와 남편의 어린 시절을 만나기도 하고, 더 멀리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이런 시간 여행은 아이들을 90년대로, 더 거슬러 올라가 70년대 한국으로 데려가고, 다시 2025년의 한국과도 이어준다.
이제껏 들어온, 혹은 우연히 마주친 노래 위에 우리의 이야기가 겹치며, 아이들과 교감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노래를 함께 듣는 시간은 곧 우리의 추억이 되고, 언젠가 오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미래가 올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노래를 통해 미래에 나눌 이야기를 오늘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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