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기분 파악도 제 업무에 포함돼 있나요?"

윤수은 2025. 4. 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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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들 '사장과 상사' 기분 살피는 감정노동 시달려... 응답자 83.5% "감정노동 경험 있다"고 답해

[윤수은 기자]

 근로생 단톡방을 재현한 사진
ⓒ 윤수은
"오늘 팀장님 기분 어때요?"

방학 기간 동안 청소년센터에서 근로생으로 근무했던 A(23)씨는 매일 아침, 팀장의 기분부터 확인했다.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상사의 기분을 예측하는 능력'이었다고 했다. 실제, 상사의 기분에 따라 커피를 마셔도 되는 날과 안 되는 날이 있었다. 복장도 팀장의 기분에 따라 달라졌다.

A(23)씨는 날마다 출근 전 근로생 단톡방을 확인했다고 한다. 먼저 출근한 근로생이 올린 팀장님의 기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A씨는 "팀장님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근로생들끼리는 말도 안 하고, 조용히 숨죽여 있었다"고 전했다.

A씨의 팀장은 기분이 좋을 때는 '커피도 마시고 얘기도 하고, 쉬면서 일해'라고 했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A씨가 "커피를 마셔도 되냐" 물어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 근로생은 A씨에게 "오늘 팀장님 기분 안 좋은 날이니 그런 질문을 하지 말라"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방학 기간의 경험에 대해 그는 "일에 대해 배운 것도 없고 그냥 소모된 기억 밖에 없다"고 했다.

평소에는 'OO씨' 바쁠 땐 '야'... 그저 '죄송하다'고 해야했던 알바의 경험

대학생 B(22)씨도 비슷한 감정 노동의 경험이 있었다. B씨는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세 달 간 일했다. 사장은 평소에 그를 'OO씨'라고 부르며 존댓말을 썼다. 그러나 손님이 갑자기 몰려 일이 바빠지는 상황이 오면 사장은 소리를 지르며 "야", "저리 비켜"라며 반말과 함께 감정적인 말을 쏟아냈다고 했다. 바쁜 상황이 종료된 후에는 다시 존댓말을 쓰며 다정해지는 일이 반복됐다.

그는 "사장님의 그런 모습이 혼란스러웠지만 기분 나쁜 티를 내지 못했다. 그저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사장님의 기분을 먼저 살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감정노동이 정서적 소모를 넘어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학생 C씨(23)는 쇼핑몰 향수 브랜드에서 세 달 간 일했다. 주 업무 내용은 고객 응대와 시향지 배포였다.

C씨의 매니저는 매출이 저조할 때마다 한숨을 크게 쉬었다고 한다. C씨는 "그때 눈치 보이고 모든 신경이 매니저에게 쏠렸다" 고 했다. 해당 매니저는 매출 저조의 원인을 알바생에게 돌리는 등 압박감을 조성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매출액에 따른 인센티브 및 복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C씨가 매출 압박에 시달린 이유이다.

매니저는 "오늘 (매출) 200만 원 안 채우면 안 돼요"라고 강조했고, C씨는 눈치가 보여서 자비로 제품을 구매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돈이 아깝고 우울했다"고 했다.

"사장 기분 맞추는 감정노동 경험 있나요?" 83.5%가 '네'
 구글폼에서 실시한 아르바이트 감정노동 실태조사 결과
ⓒ 윤수은
 "사장, 상사의 기분을 맞추거나 눈치를 보는 등의 감정노동 경험에는 어떤 것이 있었습니까?"의 답변
ⓒ 윤수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 115명 중 83.5%가 "사장의 기분을 맞추기 위한 감정노동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이 밝힌 감정 노동의 유형 중엔 "표정·말투를 조심했다"(64%)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다른 직원 및 손님 등에 대한 험담이나 하소연을 들었다"(53%)였다.

'기억에 남는 감정노동 경험이 있느냐'는 주관식 질문에는 "자기가 어떻게 사장이 됐는지 계속 들어주기를 원하고 인정해주지 않으면 화를 내고 짜증을 내니 힘들었다", "자신의 매장에서 구매를 강요하고 자주 구매하는 알바생을 좋아했다", "음식점 알바 중 다른 파트 알바의 험담을 하며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압박이 있었다" 등의 답변이 올라왔다.

감정노동으로 인해 느낀 감정으로는 피곤함(66%), 불쾌함(54.4%), 위축감(39.8%)이 주를 이루었고, 그 외에도 분노(28.2%), 무력감(26.2%) 등이 있었다.

또, 응답자 중 38.7%는 "감정노동 때문에 퇴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생계를 유지하거나 학비 부담을 덜기 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에서 많은 청년들은 '업무'에 앞서 '감정' 관리에 소모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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