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뒤흔든 트럼프, 새로 결집하는 유럽연합
[박민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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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 명령에 서명하기 전 연설하고 있는 모습. |
| ⓒ AP/연합뉴스 |
학문적으로 국제 정치(international politics 또는 international relations)는 사회과학(social science)으로 분류된다. 개인적으로 이성과 감정을 모두 가진 인간 그리고 그 인간들이 모여 구성한 국가에 의해 이루어지는 국제 정치를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는 것이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수많은 학자들이 국제 정치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의 주요 패턴을 발견해 과학적으로 공식화하고자 노력했고,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사회과학, 즉 국제 정치는 실험실에서 다양한 변수들을 통제하고 검증할 수 있는 자연과학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금 트럼프는 이것을 간과한 듯하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으로 그린란드 매입, 밴스 부통령의 유럽 내 극우정당 지지 발언, 관세정책 등을 밀어붙이면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4월 29일,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저비스(R. Jervis)는 자신의 인생 말미에 이렇게 국가들 사이의 관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unintended effect)'를 낳는 것이 국제 정치의 한 단면임을 밝힌 바 있다.
분명 트럼프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트럼프의 재등장은 유럽통합의 역사에 새로운 모멘텀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삐걱거리는 대서양 동맹?
한국의 주요 정책 결정자들이 한미동맹을 하나의 상수로 상정하듯이, 오랫동안 미국과 유럽 사이의 주요 인사들이 대서양 동맹을 마치 주어진 그래서 변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환상을 트럼프가 산산조각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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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밴스 부통령이 2025년 4월 17일 목요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동기지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향하는 에어포스투에 탑승하고 있는 모습. |
| ⓒ AP/연합뉴스 |
그러면서 유럽 내에서의 이슬람 코란 소각, 반이민 선동 등을 처벌한 것이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켰다고 그는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민주주의의 발원지인 유럽의 민주주의를 비판한 것은 자국의 반이민 및 차별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관련 링크)
여기에 더해 미국이 전 세계를 향해 벌이고 있는 관세전쟁은 대서양 동맹을 흔드는 또 다른 요소다. 물론 최근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발표하며 소강상태로 들어갔지만, 불과 100여 일 사이에 그가 보인 행보들은 전통적인 대서양 동맹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유럽 시민들의 생각
그렇다면, 과연 유럽의 시민들은 트럼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은 향후 유럽통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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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 트럼프의 재등장에 대한 유럽 시민들의 인식을 다룬 폴리티코 기사 사진이다. (출처: Politico) |
| ⓒ POLITIC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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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8일, 트럼프의 재등장에 대한 유럽 시민들의 인식을 다룬 Atlantic Council 분석기사 사진이다. |
| ⓒ Atlantic Council |
이처럼 트럼프의 재등장이 야기한 국제 위기 상황에서 유럽연합에 대한 유럽 시민들의 지지가 급등하는 것을 두고 미국의 싱크탱크인 'Atlantic Council'은 '국기 집결 효과(rally 'round the flag effect)'라고 분석한다. 트럼프로 인해 점점 예측 불가능해지는 국제 정치 상황에서 유럽 시민들은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깃발 아래로 결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이상 유럽통합의 위기 속에서 유럽 시민들의 비판의 대상이던 유럽연합에 대한 유럽 시민들의 이러한 지지의 변화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는 유럽 시민들이 미국을 더 이상 유럽 안보의 중심적 존재가 아닌 세계에 대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며, 동시에 유럽통합에 새로운 기회의 모멘텀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트럼프의 의도하지 않은 정치적 결과인 셈이다.
트럼프가 쏘아 올린 작은 공
결국 트럼프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재등장은 유럽통합의 역사에 새로운 모멘텀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유럽통합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70년의 유럽통합은 내부적 각성과 하향식(top-down)으로 진행되었다. 1952년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으로 평가되는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 대륙에서의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이탈리아와 베네룩스 3국(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과 함께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출범한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유럽연합의 시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은 한 것은 장 모네, 로버트 슈만 등으로 대변되는 소위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이었다. 이후에도 오랫동안 유럽통합은 각국의 정상과 브뤼셀에 있는 고위 행정관료들에 의해 추동되었다. 이에 유럽연합을 향한 지속적인 비판이 바로 민주주의의 결핍(democratic deficit)이었다.
공교롭게도 향후 유럽통합은 외부적 각성과 상향식(bottom-up)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외부적 각성은 트럼프의 재등장이다. 많은 독자들이 잘 알다시피 2010년 이후 유럽연합은 통합은커녕 존속의 위기를 맞이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 위기와 2010년대 난민 위기, 급기야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까지 이어지며 유럽통합은 말 그대로 위기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위기로 인해 헝가리와 같은 동유럽 국가들은 물론 독일과 프랑스까지 유럽연합에 회의적인 극우 정당들이 급성장하며 유럽통합은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트럼프의 재등장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야기한 대서양 동맹의 공백을 유럽 시민들은 유럽연합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메르켈과 같은 리더들에 의한 유럽통합이 이제는 유럽 시민들의 필요에 의해 강화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트럼프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다.
저명한 유럽 정치학자인 위버(Ole Wæver)는 '지금의 유럽연합 그리고 유럽연합의 정체성은 2차 세계대전 이전 참혹했던 자신의 과거 유럽(Europe's own past)을 타자화(othering)하며 형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10년 후 유럽연합을 평가할 땐 다음과 같이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유럽연합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의존했던 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하며 새로운 유럽통합의 모멘텀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기점은 2025년 트럼프의 재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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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D 밴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각)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모습. |
| ⓒ UPI/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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