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일 토마토 괴롭히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나는 33세 때 아내와 함께 귀농해 21년째 유기농 농사를 짓는 전업 농부다. 농부로 사는 일은 힘들지만 보람이 있다. 흙 만지며 사는 농부의 이야기를 연재 기사로 정리하고자 한다. <기자말>
[조계환 기자]
'죽지 않을 만큼만 토마토를 괴롭혀라', 처음 토마토 농사를 배울 때 선배들로부터 들은 말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농사라는 건 작물에 애정을 갖고 보살피며 하는 일이 아닌가? 전업 유기농 농부로서, 20년 넘게 토마토 농사를 지으면서야 이 말의 참뜻을 이해하게 됐다.
인생 편하게 산 토마토는 맛이 없었다. 해마다 조금씩 '괴롭히기' 기술을 터득했다. 토마토 농사에 인생이 담겨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토마토에 고난을 주는 특별한 방법, 맛있는 유기농 토마토 농사법을 소개한다.
'토마토 괴롭히기', 어릴 때 극한의 고난을 준다... 중간에 '단수'도
맛있고 튼튼한 토마토를 키우려면 먼저 접목을 해야 한다. 뿌리가 튼튼한 품종의 토마토, 열매가 맛있는 토마토 품종을 인위적으로 연결해서 붙이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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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목을 하면 토마토가 튼튼하게 자란다. |
| ⓒ 조계환 |
모종이 잘 자라고 꽃 하나 정도가 피었을 때 본 밭에 아주심기(식물이나 작물을 이전에 자라던 곳에서, 수확할 때까지 재배할 곳에 옮겨 심는 것)를 한다.
아주심기 하기 전에 토마토는 퇴비를 많이 뿌리지 않는다. 토마토가 정착할 수 있도록 극소량만 퇴비를 뿌리고, 산도 조절과 칼슘 제공을 위해 패화석(굴껍데기 분쇄한 것) 등을 뿌려준다. 퇴비를 많이 주어 거름기가 충만하면 토마토가 게을러져서 뿌리를 뻗지 않는다.
아주 심기를 한 후에는 하루 동안만 물을 넘치도록 준다. 주변이 거의 물바다가 될 정도로 흥건하게 물을 준다. 그리고 해가 쨍쨍한 날 기준으로 10일에서 15일간 물을 주지 않는다. 목이 마른 토마토는 물을 찾아 뿌리를 더 깊게 뻗기 시작한다. 토마토는 초기 정착 과정이 중요하다. 햇볕 쨍쨍한 날, 막 옮겨 심은 토마토에게 '15일 단수'는 엄청난 괴로움일 것이다.
그러나 이 기간을 잘 이겨내면 이제 본격적인 토마토 인생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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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을 조절하며 키우면 토마토 당도가 높아진다. |
| ⓒ 조계환 |
토마토 같은 열매 작물은 줄기와 잎이 자라는 '영양생장'과 열매가 자라는 '생식생장'간의 균형을 잘 잡아줘야 한다. 잎과 줄기만 무성하게 자라도록 내버려 두면 열매가 커지질 않는다. 열매 바로 밑 줄기는 광합성을 위해 놔두고, 그 밑의 줄기 끝을 조금만 자른다. 곁순은 바로바로 자른다. 토마토가 자라는 모양새를 보다가 5화 방이나 8화 방 사이에서 본순을 자르는 순 지르기를 한다. 이렇게 줄기와 순을 자르면 토마토가 열매 쪽으로 기운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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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심히 일하는 수정벌들 |
| ⓒ 조계환 |
방충망은 수정벌을 지킬 뿐 아니라 해충인 나방이 들어오는 것도 막아준다. 토마토 병충해는 나방유충 피해와 잎곰팡이, 청고병(잎과 줄기가 마르며 죽어가는 병) 등이 있는데 유기농에서는 방충망으로 비닐하우스를 막아서 나방유충 피해를 막고, 난황유(계란 노른자와 식용유, 물을 섞은 유기농자재)를 뿌려줘서 잎곰팡이병을 예방한다. 청고병은 접목을 하면 오지 않는다.
이밖에 유기농 방제에서는 미생물, 제충국 같은 식물추출물, 유황 등을 활용한다. 병충해가 오기 전에 미리 방제를 해야 하는데, 유기농 자재는 화학농약에 비해 3배 정도 비싸고, 3배 정도 효과가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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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마토는 사람 키를 훌쩍 넘어 크게 자란다. |
| ⓒ 조계환 |
물은 해뜨기 전에 주는 게 제일 좋다. 물을 줄 때 유기농 액비(물에 유박퇴비, 토착미생물 등을 풀어서 발효시킨 것)를 타서 주는 것도 좋다. 특히 아주 더운 여름이라면 물을 조금씩 주면서도 물속에 영양성분을 넣어 주면 토마토가 잘 자란다. 대부분의 작물들이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좋지 않다. 고추도 물을 조금씩 주면서 줄기와 줄기 사이의 간격을 짧고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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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 이상 완숙된 상태에서 토마토를 수확해야 맛과 영양이 좋다. |
| ⓒ 조계환 |
이처럼 고난을 이기고 자란 유기농 토마토는 맛도 좋고 저장도 오래된다. 화학비료를 물에 타서 키우는 수경재배, 화학비료를 뿌리에 직접 주는 양액재배 등으로 자란 토마토는 쉬운 인생을 살아온 탓에 밍밍한 맛이 난다. 영양적으로도 유기농 토마토가 항산화성분, 비타민, 미네랄이 훨씬 더 풍부하다고 한다.
때때로 오는 고난, 결국은 우리를 성장하게 만든다
21년 전 귀농 첫해에 토마토를 직거래로 팔았다. 책이나 인터넷에 나오는 농사법은 너무 어렵기만 하고, 대부분 현실과도 맞지 않았다. 현실 농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외국 농사법을 번역한 느낌이었다. 진짜 농사법을 찾아다녔다. 토마토 농사 잘한다는 사람들은 다 찾아다니며 비법을 배우려 했으나 보통은 잘 알려주지 않았다. 가서 일을 도와드리고 친분 관계가 생기면서 조금씩 비법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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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하루 새초록으로 변해가는 농장 풍경이 아름답다. |
| ⓒ 조계환 |
태풍으로 비닐하우스가 다 날아가버리기도 하고, 이웃이 매일같이 쓰레기를 태우는 통에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이건 토마토 농사처럼 행복한 삶을 위해 찾아오는 고난이다, 결국은 나를 성장시키는 힘'이라고 생각하며 이겨냈던 것 같다. 최근 전 세계 젊은이들이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것도, 한국이 여러 숱한 고난과 역경을 딛고 보다 나은 나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또 밭을 만들고 새로운 토마토를 심으려고 한다. 올해는 얼마나 또 토마토 농사가 재미있을까, 얼마나 맛있는 토마토로 키워낼 수 있을까 싶어 마음이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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