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이재명, 다음은 김동연"... 2위, 하지만 '남는 장사'였다

최경준 2025. 4. 2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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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경선 지킴이, 김동연' 향해 "아깝다" 응원... 네거티브 대신 정책 경쟁, 차기 대선주자 잠재력 부각

[최경준 기자]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후보가 20일 영남권 순회 경선이 열린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 후보 선거 운동원에게 다가가자, 운동원들이 반가워하면서 악수를 청하고, 주변 운동원들도 사진을 촬영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김동연캠프
[# 장면 1] 지난 19일 오후 5시 30분경,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첫 순회 경선이 끝난 충북 청주실내체육관. 2위를 한 김동연 후보가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데 이재명 후보 선거운동 유니폼을 입은 한 청년이 슬쩍 다가와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김 후보는 흔쾌히 응했고, 청년은 환하게 웃으며 김 후보와 나란히 셀카를 찍었다. 주변에 있던 한 당원이 "난 다음에는 김동연 밀 거야"라고 외쳤다.

[# 장면 2] 세 번째 순회 경선을 앞둔 지난 24일 오후 전남 장성 황룡시장을 방문한 김동연 후보. 이 시장에서 오랫동안 장사했다는 한 상인이 "장성까지 온 대선후보는 처음"이라며 김 후보의 방문을 특별히 반겼다. 시장 내 상인들은 전날(23일) 오마이TV를 통해 방송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를 화제로 삼았다. 고구마말랭이를 파는 한 상인은 "토론을 봤는데, 경제 전문가로만 알았던 김 후보가 토론도 잘해 놀랐다"며 "좋은 대선후보가 민주당에서 나와서 좋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김 후보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했고, "김동연"을 연호하며 따뜻한 환호와 응원을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김동연 후보는 끝까지 완주하며 2위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호남권 경선에서는 7.41%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고, 수도권 등 전체 경선 과정에서도 꾸준히 2위 자리를 지켰다. 이재명 후보의 압도적 1위(89.77%) 속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강민석 김동연캠프 대변인은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재명 후보가 빠진 민주당은 뚜렷한 차기 대선주자가 안 보이는 상황"이라며 "김동연 후보는 이번 경선에서 당원들에게 각인시킨 스펙과 존재감으로 정치적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고 말했다.

김동연 후보가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 경선에서 결국 2위에 그쳤지만, 경제 전문성과 중도 확장성, 통합형 리더십 이미지를 바탕으로 차기 대선주자로서 잠재력을 일정 부분 부각했다는 점에서 이른바 '남는 장사'였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를 자제해 '명낙대전'(이재명·이낙연 대전) 재현을 피한 점도 향후 정치 행보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 이재명,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27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를 확정한 김동연 경선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기울어진 운동장... 정권교체 대의 위해 정치적 불이익 감내"

김동연 후보는 경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대선후보를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로 선출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기존에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선출했던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 방식이 후보 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됐다며 "민주당의 원칙과 전통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당 선관위가 제시한 역선택 우려 등은 경선 룰을 바꾸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다.

김동연 후보 측은 또 경선 절차와 방송토론 횟수, 투표 방식, 여론조사 업체 등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일방적으로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방송토론 횟수가 적고, 후보 측과의 협의 없이 결정됐으며, 경선의 공정성과 다양성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김동연 후보는 캠프 차원의 공식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 당 선관위에 대한 문제 제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가 경선 룰에 대한 반발로 후보 사퇴까지 고려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김 후보는 "농부가 밭을 탓하겠느냐"면서 결국 당 선관위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김동연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경선 룰은 최악의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이런 숱한 문제를 모두 감내하며 경선에 계속 참여한 것은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정치적 불이익을 감내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김동연 후보가 '경선 지킴이' 역할을 해냈다. 만약 김 후보가 불참했다면, 경선이 엉망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김동연 후보를 한 지지자가 부둥켜안으며 응원하고 있다.
ⓒ 김동연캠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김동연 후보를 향해 이재명 후보 선거 운동원들이 박수를 치며 응원하고 있다.
ⓒ 김동연캠프
'명낙대전' 재현 피하며 '원팀' 강조... "친명, 비명, 수박 등과 결별"

김동연 후보는 이번 경선에서 비방이나 인신공격 대신 비전과 정책 경쟁에 집중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네거티브하지 않고 국민 앞에 정권교체를 위한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최대한 노력하겠다"면서 정책과 가치 중심의 선거운동을 추구하는 자신의 정치 철학을 내세웠다. 실제 김 후보는 TV 토론이나 언론 인터뷰 등에서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가 재판에 출석했던 지난 22일, 김동연 후보는 언론브리핑(백팩 메고 TMI)에서 기자들로부터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에 관해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김 후보는 "법원에서 판단할 노릇이고, 지금의 경선 과정에서 그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 후보가 당당하게 대처할 문제"라며 "그런(사법 리스크 등) 문제에 관심 없고, 비전과 정책을 가지고 경선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겠다"고 일축했다.

김동연 후보의 네거티브 자제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른바 '명낙대전'이라는 네거티브 공방 후유증이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당내 반성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다. 또한, 당의 분열을 막고, 대선 이후 '원팀' 정신을 유지하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27일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민주당 내부의 민주주의부터 더 크게, 더 깊게 만들어가자고 간절하게 호소드린다"며 "'친명(친이재명)'이니 '비명(비이재명)'이니 '수박(비명계 멸칭)'이니 하는 분열과 배제의 언어와 이제 결별하자. 우리 모두는 민주당의 이름 아래 하나"라고 강조했다.

네거티브 자제로 경선 흥행과 긴장감이 떨어졌단 평가도 있지만, 당원과 국민에게 신뢰와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를 얻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분열은 필패'라는 인식이 확산해 있었고, 김 후보의 태도는 당원들에게 적지 않은 울림을 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거티브 없이 경선을 치른 김동연 후보는 비록 득표율은 낮았지만, 향후 정치적 행동 반경이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네거티브 공방으로 상처를 입은 당 분위기 속에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당내 신뢰와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며, 차기 도전이나 당내 역할 확대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김동연캠프의 한 관계자는 "비명(비이재명) 측에서는 네거티브 포기가 실망스러웠을 수 있으나, 과거 '명낙대전'을 재현하지 않았다는 점, 분열을 막아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충실했단 점에서 당원들에게 공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경선 현장에서 이재명 후보 선거 운동원들이 김동연 후보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하거나, "지금은 이재명, 다음은 김동연", "아깝다, 김동연" 등의 응원 메시지가 많았다고 한다.
▲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선거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네거티브 없이도 할 말 다한 김동연... 탈관료, 뚝심 있는 대중정치인으로 전환"

네거티브는 없었지만, 김동연 후보는 경제 정책, 감세·증세, 당 정체성, 사회적 약자 정책, 지역 공약, 통합 메시지 등에서 이재명 후보와 뚜렷한 정책적, 노선적 차별화를 시도했다. 정책 중심 경쟁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색채와 비전을 부각하려는 시도였다.

김 후보는 이 후보의 경제성장 전략을 "20년 전 흘러간 레코드판을 트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단순한 성장률 목표 제시가 아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경제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비전 2030'(국가장기전략)을 만들었던 경험을 언급하며, 시대 변화에 맞는 정책 경쟁을 촉구했다.

이재명 후보가 감세 기조를 보인 데 대해서도 김동연 후보는 "정치권에서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적 감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증세까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재정 책임성과 실질적 복지 재원 마련 방안에서 이 후보와 차별화했다.

김동연 후보는 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해 "공정·평등·사람 사는 세상 등의 가치가 본질"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이재명 후보의 실용주의·중도보수론에 대해 "우리의 기본 진보 가치는 변함없다"고 각을 세웠다.

또한, 김동연 후보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 국가장애인위원회 신설, 비정규직 안식년제 등 사회적 약자와 젠더 이슈에서 과감하고 진보적인 공약을 내세워 이재명 후보와 차별화했다. 2030 세대와 사회적 약자층을 겨냥한 전략이었다. 용산 대통령실 세종 이전·해양수산부 인천 이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등 지역 균형발전과 수도권 중심 공약에서도 이재명 후보와 노선을 달리했다.

강민석 대변인은 "김 후보가 네거티브는 하지 않았지만, 돌직구 메시지를 던지며 할 말은 다 했다"면서 "관료 이미지를 벗어나 뚝심 있고, 배짱 있는 대중정치인으로 전환했다"라고 평가했다.
▲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선거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경선 완주와 2위, 그리고 경제 전문가.... "유쾌한 도전과 반란, 이제 첫발 뗐다"

김동연 후보는 IMF, 글로벌 금융위기, 박근혜 탄핵 정국 등 세 차례의 국가 위기를 극복했던 경제 책임자였다. 김 후보는 이번 경선에서 '경제 대통령', '통합형 리더'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그는 "경제와 글로벌, 통합 측면에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다"고 강조하며, 경제 위기 극복과 사회 통합의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김동연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역임하며 경제 정책 추진력을 입증했고, 중도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확장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범야권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2~3위에 오르는 등 대권 잠룡으로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다만, 당내 기반이 약하고 전국적 조직력이 부족한 것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비록 이번 경선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득표율이었지만, 경선 완주와 2위 기록, 그리고 경제 전문가라는 이미지는 향후 재도전의 명분과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선 결과가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운신의 폭을 좁혔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국적 인지도와 정책 브랜드를 쌓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또한, 경선 과정에서 경제, 개헌 등 정책 이슈를 선도하고, 합리적 비판과 정책 경쟁에 집중한 점도 장기적으로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김동연 후보는 당분간 경기도지사직에 집중하면서 도정 성과를 쌓은 뒤, 내년 지방선거나 당권 경쟁, 혹은 차기 대선 등 중앙 정치 무대에서 공간이 열릴 경우 다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연 후보는 경선이 끝난 27일 오후 SNS를 통해 "저의 유쾌한 도전과 반란, 이제 첫발 뗐다"며 "앞으로도 당당하고 담대하게, 저 김동연답게, 강물처럼 가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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