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軍 넘버3 48일째 실종…당대회 2년 앞두고 군부 권력투쟁 격화

지난 25일 두 달 만에 열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집단학습에 허웨이둥(何衛東·68)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불참했다. 시진핑(習近平·72), 장유샤(張友俠·75)에 이어 중국군 권력서열 3위인 허 부주석은 지난 3월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이후 48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실각설이 힘을 얻고 있다. 낙마가 현실화할 경우 1967년 허룽(賀龍, 1896~1969) 중앙군사위 부주석 이후 58년 만에 군부 최고위급 장성의 실각이다. 당 권력서열 24위권인 정치국원의 낙마로는 지난 2017년 7월 쑨정차이(孫政才·62) 충칭시 당 서기 이후 8년 만이다.

26일 중국중앙방송(CC-TV)의 메인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는 전날 열린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한 제20차 정치국 집단학습을 톱뉴스로 보도했다. 뉴스 화면에는 허 부주석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중국·중앙아시아 외교장관회담에 참석 중인 왕이(王毅·72) 외교부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군부에서는 장유사 부주석, 쉬쉐창(許學强·63·상장) 장비개발부장, 쉬웨이진(徐爲進·소장) 과학기술위 부주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허 부주석이 공개 행사에 불참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2일 연례 군 식목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8~9일에는 당·정·군 핵심 간부가 전원 참석한 주변공작회의에 불참했다. 이어 23일에는 베이징에서 열린 군 관련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5일에는 2월 28일 이후 두 달 만에 열린 정치국 집단학습까지 결석하면서 이미 신체 자유를 잃었을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외신은 허 부주석 숙청설을 타전했다. 지난달 25일 미국 워싱턴타임스와 이달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각각 복수의 미국 정보소식통을 인용해 허 부주석의 낙마를 기정사실로 보도했다. 중국도 적극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우첸(吳謙) 인민해방군 대변인은 “관련 소식이 없다. 이 방면의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장샤오강(張曉剛) 군 대변인은 “앞서 관련 문제에 답변했다”며 추가 언급을 피했다.
허 부주석의 ‘죄상’이 군 고위 장성에게 통보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으로 망명한 자오란젠(趙蘭健) 전직 중국기자는 지난 17일 지난해 11월 낙마한 먀오화(苗華) 중앙군사위 위원 겸 정치공작부 주임과 허 부주석의 혐의를 담은 내부문건이 소장 이상의 장성급 군인에게 통지됐다고 24일 X(옛 트위터)에 폭로했다. 해당 문건은 “먀오화와 허웨이둥은 패거리를 결성하고, 정치 단체를 만들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책임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라며 “21차 당 대회의 군대 인사 및 배치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문건이 전달됐다는 17일은 시 주석이 동남아 말레이시아를 떠나 캄보디아에 도착하던 해외 순방 기간이었다.
1957년 5월생인 허 부주석은 난징군구제31집단군에서 장기간 복무했다. 서남전구부사령원, 동부전구사령원을 역임한 뒤 지난 2022년 20차 당 대회에서 군사위 부주석에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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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군 행사 불참…군권 이상설 증폭
지난 23일 열린 전국 쌍옹(雙擁) 대회에 시 주석이 불참하면서 군권 이상설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쌍옹 대회는 이른바 “중국 인민은 군을 옹호하고 군인 가족을 우대하며, 군은 정부를 옹호하고 인민을 사랑한다”는 ‘옹군우속 옹정애민(擁軍優屬 擁政愛民)’의 군민 일체화 정책을 홍보하는 행사다. 지난 2016년 7월 29일, 2020년 10월 20일 행사는 모두 시 주석이 참가했다.
반면 이날 CC-TV가 보도한 행사는 시 주석이 참석하지 않고 리창(李强) 총리가 군대·정부·민간의 단결을 호소하는 시 주석의 지시를 전달하는 형식으로 축소 개최됐다. 특히 지난 2020년 왕후닝(王滬寧) 당시 중앙서기처 서기가 참석했던 것과 달리 시 주석의 심복인 차이치(蔡奇) 현 중앙서기처 서기는 참석하지 않았다. 또 앞선 두 행사에 쉬치량, 장유샤 제2 부주석이 참석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허웨이둥 대신 장유샤 제1부주석이 참석했다.
여기에 허훙쥔(何宏軍·64·상장) 정치공작부 상무부주임 역시 불참했다. 앞서 자오란젠은 지난 20일 허훙쥔 부주임도 체포됐다고 전했다. 시 주석의 총애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허 부주임은 지난해 7월 20기 제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3중전회) 직전 상장으로 진급했다. 비상설 직책인 정치공작부 상무부주임을 맡아 지난해 11월 먀오화 낙마 후 군 인사와 선전 업무를 맡아왔다.
끝 없는 중국 군부 숙청으로 시 주석의 4선 가도가 시험대에 섰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2일 “미국과 갈등이 시 주석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최우선 과제 아닐 수 있다”라며 “경제가 역풍에 맞서 싸우는 가운데 부패를 척결하고 당 수뇌부의 충성심을 강요하는 시 주석의 캠페인이 혼란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4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7년 차기 당 대회를 앞두고 향후 몇 년이 그에게 가장 큰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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