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와 차별 타파, 성별 무관... 콜드플레이 내한이 남긴 것
[이현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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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16일부터 4월 25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열린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 |
|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
지난 4월 25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의 내한 공연 ' '라이브 네이션 프레젠츠 콜드플레이 :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딜리버드 바이 디에이치엘(LIVE NATION PRESENTS COLDPLAY : MUSIC OF THE SPHERES DELIVERED BY DHL)'에서 그 이유를 확인했다.
영화 < E.T >의 메인 테마를 배경 음악 삼아 무대로 걸어 나온 콜드플레이는 첫 곡 'Higher Power'부터 빈틈이 없었다. 21세기의 떼창을 상징하는 'Viva La Vida', 전세계인을 위로한 'Fix You'를 비롯해 'Paradise', 'Adventure Of A Lifetime', 'The Scientist' 등 20년 넘게 우리와 함께 해 온 히트곡의 포진은 압도적이었다. 공연장 전체를 종횡무진하며 관객을 지휘하는 크리스 마틴의 에너지는 닳지 않았다. 젊은 시절의 공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중년(1977년생)의 목소리 역시 놀라웠다. 근면 성실이 만든 카리스마다.
음악과 몸동작은 조명, 불꽃놀이와 일체화되었다. 특수 효과의 타이밍도 절묘했다. 'Clocks'의 피아노 리프와 함께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녹색 레이저, 'A Sky Full Of Stars'의 불빛은 찬란한 소우주의 탄생 같았다. 중앙 통제를 통해 움직이는 팔찌 '자이로 밴드'는 모든 관객을 공연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2017년 첫 내한과 비교했을 때도, 기술적 진보가 돋보였다. 쓰는 순간 공연장이 하트로 가득해지는 안경 '문 고글'은 공연을 사랑의 체험장으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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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드플레이의 프론트맨 크리스 마틴은 'People Of The Pride'를 부르던 도중 '프라이드 플래그'를 꺼내 들었다. |
| ⓒ 본인 촬영 |
웅장한 하드록 'People Of The Pride'를 부를 때는 LGBTQ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 '프라이드 플래그'를 당당하게 펼쳤다. 이 외에도 팬들에게 "여러분이 키가 크든, 작든, 부자든, 가난하건, 이성애자든, 성소수자든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다"라며 응원했다. 'Something Just Like This'를 부를 때는 크리스 마틴이 직접 청각 장애인 팬들을 위해 수어를 선보였다. 실제로 콜드플레이는 공연장에 30명의 청각 장애인을 초대했으며, 수어 통역사가 그들 앞을 지켰다. 그 어떤 사람도 소외되도록 두지 않겠다는 아티스트의 의지다. (콜드플레이는 내한 공연과 함께 진행한 팝업 스토어의 수익금 일부를 청각장애인 수술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사랑의 달팽이'에 기부한다.)
콜드플레이는 인류애와 평화를 노래하는 음악의 아이콘이다. 그리고 그런 아티스트의 대형 공연은 대개 아티스트와 관객의 거리를 멀게 한다. 그러나 콜드플레이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킨다. U2의 선지자적인 아우라보다는 친근함과 인간미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태양의 "여러분 너무 보고 싶었어요" 밈을 직접 한국어로 따라 했고, 팬을 무대 위로 불러 신청곡 'Everglow'를 불러주었다. 전광판에 키스를 하는 커플의 모습이 잡히면 웃으며 "One More"를 외치기도 했다.
공연의 마지막도 팬과 함께였다. 외계인 코스튬을 한 채 눈물을 흘리던 팬을 무대 위로 직접 초대했다. 크리스 마틴은 그의 손을 잡고 뛰어다니며 'feelslikeimfallinginlove'를 불렀다. 팬의 벅찬 마음이 모든 관객에게 전이되었다. 음악만이 만들 수 있는 청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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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16일부터 4월 25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열린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 |
|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
그러나 5회차 공연에는 깜짝 게스트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스탠딩존 뒤쪽 히든 스테이지에 올라 'Don't Panic'을 들려주었다. 이 곡은 콜드플레이가 25년 전 발표한 데뷔 앨범 < Parachutes >의 첫 트랙이다. 이 곡과 함께 네 사람은 방에서 노래를 만들던 시절로 돌아갔다. 밤바람과 함께 들려오는 기타리스트 조니 버클랜드의 간결한 연주가 모든 게스트를 대체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밴드가 된 또래 친구들이 간직한 초심 또한 확인했다.
콜드플레이가 지켜온 왕관은 무겁다. 2020년대 이후 이들이 내놓은 두 장의 앨범은 예전의 앨범들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뉴욕 타임즈>는 콜드플레이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견딜 수 없는 밴드"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타성에 젖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성대한 프로덕션으로 무장하면서도, 진심을 잃지 않는다. 무해하고 따스하면서도 재미있다. 그래서 "여러분의 가족, 친구, 애인, 개와 고양이, 전 남자친구와 전 여자친구에게도 사랑을 보낸다"라는 다소 낯간지러운 멘트조차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혐오와 불신을 이길 방도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시대, 상업 예술 정점에 선 이 밴드는 우직하게 사랑을 외친다. 그리고 우리가 음악 안에서 연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어쩌면 더 선하고 친절하게 살 수 있다는 기대를 두 시간 동안 실현한다. 콜드플레이의 공연이 전 세계의 로망인 이유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BELIEVE IN LOVE"(사랑을 믿어요.)
(콜드플레이의 콘서트 마지막을 장식한 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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