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플레이 내한공연의 감동은 설계된 것? 그 조명의 비밀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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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드플레이의 월드투어 '뮤직 오브 더 스피어(MUSIC OF THE SPHERES)' 한국 공연. |
| ⓒ 라이브네이션코리아 |
팔에 찬 작은 밴드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객석 전체가 동시에 출렁이며 반응했다. 종이로 만든 얇은 안경을 눈에 갖다 대는 순간, 무대에서 쏘아진 조명이 하트 모양으로 퍼졌다. 누군가에겐 마법 같았고, 누군가는 짜릿하고 즐거웠다.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아무 말 없이 위로가 되는 순간이었다.
콜드플레이가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월드투어(Music Of The Spheres World Tour)'로 8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 총 6회 공연을 진행하며 회차당 약 5만 명, 총 30만 명의 팬들과 만났다.
여섯 차례에 걸쳐 이어진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를 넘어섰다. 5만 명의 관객이 한꺼번에 팔목을 들어 빛을 흔들 때, 무대 위 음악과 객석 아래 기술은 완벽히 맞물렸다. 그들의 감동은 자연발생적인 것이 아니었다. 치밀하게 계산되고 정교하게 설계된 테크놀로지의 산물이었다.
콜드플레이는 이번 투어에서 손목형 LED 조명인 '자이로밴드(Xyloband)'와 '문고글(Moon googles)'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또 한 번 공연 문화의 진수를 보여줬다. 각각의 장치는 관객의 움직임과 시선을 공연 연출과 실시간으로 연결하며, 팬을 무대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이제 공연은 무대 위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만이 아니라, 무대 아래 팬과 기술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감각적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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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목형 LED 조명인 자이로밴드를 착용한 채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 |
| ⓒ 라이브네이션코리아 |
'Lights will guide you home' - 콜드플레이 'Fix You' 중
조명이 감정을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이 그에게 '손목 위 조명'이라는 아이디어를 안겨줬다. 그 직관은 이후 콜드플레이 공연의 시그니처 연출이 되었다.
자이로밴드는 LED와 무선 주파수(RF) 수신기가 내장된 장치로, 공연장에 설치된 송신기에서 전송하는 신호를 실시간으로 수신해 빛을 낸다. 각 밴드에는 고유 ID가 있어, 좌석 구역별·타이밍별로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 수신 범위는 최대 300m에 달해, 무대에서 수만 명의 팔목을 동시에 빛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콜드플레이의 매니저 필 하비(Phil Harvey)는 이 기술에 주목했고, 크리스 마틴과의 연결을 통해 2011년 마드리드 공연에서 처음 실전에 투입됐다.
기술은 연출의 도구로만 멈추지 않는다. 자이로밴드는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해 설계되었다. 최근 투어에서는 100% 퇴비화 가능한 식물성 플라스틱을 사용해 제작되며, 공연 후 회수해 재사용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실제로 고양 공연의 회수율은 99%에 달해, 일본을 넘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회수된 밴드는 세척·살균·재충전을 거쳐 다음 공연으로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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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고글로 바라본 공연 모습. 조명이 편광 필터를 통해 하트 모양으로 보인다. |
| ⓒ Coldplay Indonesia |
문고글(Moon Goggles)이라 불리는 이 안경은 편광 필터(polarizing filter)라는 기술을 이용한다. 편광 필터는 빛의 특정 방향만 통과시키는 얇은 필름으로, 평소엔 보이지 않는 빛을 골라서 보여준다. 무대에서는 조명 장비를 이용해 특정한 파장을 가진 빛을 쏜다. 맨눈으로 보면 그냥 일반 조명처럼 보이지만, 문고글을 착용하면 그 빛이 특정한 형태로 시야에 나타난다. 조명을 바꾼 게 아니라, 빛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마치 선글라스를 쓰면 반사광이 줄어드는 것처럼, 문고글은 보통은 잘 보이지 않던 빛만 골라서 보여준다.
이 안경을 쓴 사람만이 무대 위 숨겨진 레이어를 볼 수 있다. 그래서 같은 공연을 보고 있어도, 문고글을 착용한 관객과 그렇지 않은 관객은 서로 다른 장면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콜드플레이는 매회 디자인이 다른 문고글을 배포한다. 어떤 안경은 폭죽을 하트 모양으로 바꾸고, 어떤 안경은 무대 조명을 다이아몬드로 쪼개 보여준다. 관객은 자신이 받은 안경에 따라 각기 다른 장면을 경험하게 되고, 이러한 맞춤형 경험은 공연의 또다른 기대와 재미가 된다.
기술은 관객을 무대의 일부로 만든다
공연이 기술을 만나 화려해지는 흐름은 콜드플레이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미 K-pop은 응원봉 연동 시스템으로 전 세계 팬덤을 사로잡고 있다. 팬들이 사용하는 응원봉은 중앙 제어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색상과 점등 패턴이 조절된다. 관객의 좌석 위치에 따라 조명이 달라지고, 전체 공연장이 하나의 거대한 '무대 연출 장치'로 작동한다.
아이유는 작년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IU HEREH WORLD TOUR CONCERT ENCORE : THE WINNING'을 진행했다. 이 공연에서는 밤하늘에 1000대의 드론이 '7시를 가리키는 시계', '바다 위에 떠 있는 해' 등 다양한 풍경을 그려냈다. 히트곡만으로도 충분한 무대에 드론과 레이저, 리프트가 더해지며 한층 더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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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드론과 응원봉으로 연출된 아이유 콘서트 ‘THE WINNING’ 현장, 그립톡 형태의 응원 장치 ‘라이트톡’. |
| ⓒ 이담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
빛이 말을 걸고, 안경 하나가 숨겨진 메시지를 드러내며, 손목에 찬 조명이 무대를 완성한다. 관객은 더 이상 객석에 앉아 있는 이방인이 아니다. 그 장면을 함께 완성하는 존재다.
"당신은 이 무대에 얼마나 가까이 있나요?"
기술은 그 거리를 좁히고 있다. 무대는 점점 관객 쪽으로 다가오고, 그들은 이제 그 안에서 경험의 중심에 선 사람이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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