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모 돌봄에 손주 양육까지... 67년생 동년배들의 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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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미 기자]
친구 외할머니가 105년의 일기를 마치고 지난주 하늘로 거처를 옮겼다. 한 달여 요양 시설에 계신 것 외엔 줄곧 팔순 자녀의 보살핌을 받았다. 주변 도움이 있긴 했지만 주요 돌봄은 팔순 부모님 몫이었다고 한다. 자녀에게 조부모 돌봄이란 부담까지 줄 수 없다는 부모님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 80은, 실은 돌봄 대상에 가깝지 돌봄 제공자 역할을 해야 할 나이는 아니다. 다행히 두 분 다 건강해서 괜찮았지만, 사실 동반 입원이나 요양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지금 한국에서 팔순 자녀의 돌봄은 특이 현상일 수도 있으나, 일본에선 이미 '초노노(超老老) 돌봄'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80대 자녀가 100세 부모를 돌보는 조짐이 시작된 것이다(관련 기사: 일본을 덮친 '2025년 문제', 한국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 https://omn.kr/2ce6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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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등한 삶을 살다 간병인과 환자의 관계로 바뀌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우므로 다양한 돌봄이 공공화돼야 한다. |
| ⓒ UnsPlash |
친구들은 때때로 돌봄에 들일 에너지가 없다고, 혹은 다 고갈된 것 같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도 잦다. 이미 발생한 자신의 만성질환이나 체력 저하 탓에 다른 이를 돌보는 게 수월하지 않다고 고백한다.
연로한 두 분이 살면서 좀 더 건강한 분이 다른 배우자를 돌볼 경우, 돌봄 제공자의 불만이나 스트레스가 자녀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도 갈등 요인이란다. 딸인 내 친구도 답답해서 한 마디 내뱉고는 바로 후회했다면서도, 매번 금세 같은 갈등이 되풀이되곤 한다고 안타까워한다.
덜 부딪치려는 요령과 노부모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려는 방법으로, '부모님댁에 CCTV를 놔드렸다(설치했다)'는 친구도 있다. 노부모의 일상을 챙기면서 갈등을 줄이는 데 효과는 있었으나, 이 또한 아직 궁여지책에 불과할 뿐이란다.
친구들 부모님은 보통 팔십 중후반이지만, 다들 일상생활을 전적으로 타인에게 의지해야 할 만큼 중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각자 지병이 있고 신체·정신적으로 쇠약한 상태라 병원 진료, 반찬 조달, 집안 건사 등을 살펴야 한다. 밀착 돌봄까진 아니어도 노부모 일상에 주목해야 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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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신을 돌볼 여유도 없이 누군가를 계속 돌봐야 하는 5060 비롯한 시니어 세대도 사회적 지원과 배려가 절실하다. |
| ⓒ Unsplash |
30대 시절 잇달아 쓰러지신 부모님... 여전히 돌봄은 개인 책임
내 경우, 나이 삼십 대였던 시절에 부모님께서 잇달아 쓰러지셨다. 1999년 칠십 중반인 아버지가 당뇨 합병으로, 2002년 칠십 초반 엄마는 고혈압으로 쓰러지셨을 때 돌봄 과정이 쉽지 않았다. 당시 아이 둘 챙기랴, 노부모 신경 쓰랴, 일도 하랴 너무 벅찬 나날이었다.
형제자매 간 분담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어서 책임감이 강한 사람에게 집중되기도 했다. 그 당시만 해도 부모 돌봄은 온전히 개인의 문제였고 공적 지원은 거의 없었다. 나 또한 간병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돌봄을 맡다 보니 질도 떨어지고, 자녀들에게도 부담감이 큰 편이었다.
부모가 치매나 중증 질환, 낙상 사고로 이어지기라도 하면 고강도의 돌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때. 시설을 선택하면 자녀들은 죄책감에 시달렸고, 노부모는 버림받았다며 서운해 하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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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부모는 외롭지 않고 자녀는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제도적,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
| ⓒ Unsplash |
현재 돌봄 서비스 인력이 부족해 돌봄의 질이 저하된 시설에 선뜻 보내기 어려운 현상도 자녀 돌봄(가족 간병)으로 이어지는 여러 이유들 중 하나다. 무엇보다 낯선 환경을 거부하며 자녀 돌봄을 원하는 부모라면, 자녀가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등 정서적 이유도 있다.
눈 앞 닥친 초고령화 사회... '낀 세대' 부담 줄이는 방법
빠른 속도로 진입한 초고령 사회에서 5060은 경제적·신체적·정서적 번아웃을 겪으며 자신의 삶을 잃어가고 있다. 결국 형식적 제도 안에서 '돌보는 사람'으로 남아야 할 형국이다. 이제 국가는 노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적절한 돌봄 시스템을 정착시키지 못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노부모를 돌보고, 손주 양육도 병행해야 하는 '낀 세대'의 부담을 줄이려면 지역 사회와 국가 차원의 돌봄이 강화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족 책임이란 전통 인식에서 벗어나 공동체가 함께 돌보는 문화로 전환돼야 노부모도 자녀도 존엄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재가 돌봄 서비스나 돌봄 휴가제 같은 복지제도가 개선·확대되고,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보편화돼야 이들 낀 세대의 신음이 외면 당하지 않을 것이다. 일례로, 치매 초기 단계인 부모님이 병원 정밀검사나 상담을 받을 때 돌봄 휴가를 신청하는 식으로 말이다.
외에도 부족한 돌봄 인력을 더 뽑고, 돌봄 시설 확충을 비롯해 정책적 일상 지원이 정교해져야 한 세대가 무너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 이들이 건재해야 다음 세대도 위태롭지 않을 수 있다. 노부모나 자녀 모두 만족하는 노후가 가능하도록, 사회가 전문가들 의견에 집중해 주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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