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원숭이 어디로 사라졌나 했더니...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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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 긴꼬리 원숭이가 나무를 타고 있다. |
| ⓒ 박정연 |
그 많은 원숭이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기자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이런 의문이 드는 가운데, 그 해답은 뜻밖에도 국제 생명과학 산업의 공급망에서 찾을 수 있었다.
최근 환경 전문매체 <몽가베이>가 확보한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 야생 긴꼬리마카크(Macaca fascicularis) 개체 수는 201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 과거 수십만 마리 수준이던 개체 수는 최근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이 같은 감소가 자연 감소나 도시화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과학 연구를 위한 국제 수출이라는 명목 아래 불법 포획과 '세탁 수출'이 진행된 결과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철창 속에서 어떻게 그런 출산율이 가능하죠?"
미국 생명과학 기업 찰스리버랩(Charles River Laboratories)이 사용하는 실험용 원숭이 상당수가 사실상 야생에서 포획된 개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영리 조사기관 '샌디리버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캄보디아 일부 농장에서 관찰된 번식률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이는 불법 포획된 원숭이를 합법적으로 번식된 것처럼 조작해 수출하는 '세탁'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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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창에 갇힌 원숭이 |
| ⓒ 박정연 |
이번 의혹은 국제 자연보호기구 CITES(멸종위기종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다. <몽가베이>는 2023~2024년 사이 CITES 사무국이 캄보디아 정부에 원숭이 거래 중단을 권고했으나, 상임위원회가 이를 채택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 사이 캄보디아는 실험용 원숭이의 주요 공급국으로 급부상했다.
찰스리버랩은 원숭이를 계속 수입했고, 영국 매체 <더 가디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실험용 원숭이의 가격은 개체당 약 2만 5000달러에 달한다. 반면 <몽가베이>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 현지 농장에서 원숭이 한 마리의 가격은 2022년 기준 150~200달러 수준이었으며, 최근에는 공급 과잉으로 50달러 선까지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500배 이상의 가격 차이와 높은 이윤은 서류 조작과 불법 포획 의혹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러한 의혹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4월 25일 자 <크메르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캄보디아 산림청은 "원숭이 수출은 국내법과 국제 협약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거래 중단 권고를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 연구를 위한 원숭이 수출이 글로벌 공공 보건에 기여한 점을 강조하며 "일부 기관이 캄보디아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현지 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프놈펜 외곽에서 만난 한 시민은 "우리 숲은 점점 비워지고 있는데, 그 속에서 사라진 동물들은 결국 외국 연구소로 팔려 가는 셈"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시민은 "국가가 생물 자산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으면 남는 건 오명뿐"이라고 말했다.
베트남까지 번지는 의혹… 감염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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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의 깊은 정글 속 늪지대에서 우연히 만난 긴꼬리 원숭이 무리. 밀수업자들의 포획으로 갈수록 개체수가 줄고 있다. |
| ⓒ 박정연 |
찰스리버랩을 비롯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윤리적 책임을 외면한 채 이윤만을 좇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샌디리버연구소는 "원숭이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합법적 공급 길이 부족해지자, 불법 포획과 세탁이 산업 전반에 뿌리내렸다"고 분석했다.
찰스리버랩은 "우리는 공식적인 수출 경로로만 원숭이를 수입했다"라며 현재 관련 당국의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정글속 밀거래 범죄로부터 시작된 원숭이 실종 미스터리는 단순한 동물 거래를 넘어, 생물다양성, 윤리, 공중보건 그리고 국제 범죄 문제까지 연결되어 있다. 사라진 생명들에 대해 국제 사회가 여전히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당장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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