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8일 만에 해체 소동… '이재명 싱크탱크'에 무슨 일이?

류승연 2025. 4. 2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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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정책 언론플레이에 내부 혼선, 일부 인사 입각설에 논란... 이재명 후보 측도 선긋기

[류승연 기자]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정책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 출범식에서 유종일·허민 상임 공동대표가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치고 있다.
ⓒ 남소연
"성장과 통합을 '이재명 싱크탱크'라고 표현하던데 사실이 아니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때를 가정해 활용할 만한 정책을 발굴하는 진보 학자들이 모인 단체다. 물론 요즘은 다들 성장을 이야기하시니 '진보' 표현도 쓰기 어렵겠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최근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성장과 통합'의 존재감에 대해 다소 박한 평가를 내렸다. 지난 16일 성장과 통합 출범식에 김민석 수석최고위원, 이언주·전현희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여러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하며 주목을 받았던 '무게감'과는 거리가 있었다.

집권 계획을 짜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이재명의 싱크탱크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 것과는 달리 이 핵심 관계자는 "평가절하할 정도는 아니지만 캠프와 특별히 접점도 없다"라며 선을 그었다.

성장과 통합, 과도한 기대감에 좌초 위기

성장과 통합이 출범 8일 만에 '해체' 위기를 맞았다. 사회 전 분야를 아우르는 34개 분과위원회를 꾸린 데다, 공동대표인 유종일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와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등 분과에 각계 전문가가 포진해 민주당 집권 후 정책 전략을 마련할 핵심 단체로 여겨졌던 곳이었다.

하지만 성장과 통합이 활동을 중단하면서 지난 23일부터 정치권에는 성장과 통합 해체설이 돌기 시작했다. 지난 22일로 예정됐던 성장과 통합 유종일 공동대표의 국회 특강이 취소되는가 하면 오는 28일 열릴 예정이었던 인공지능(AI) 분야 심포지엄 또한 다음 달 초로 연기됐다.

결국 24일 오후, 이현웅 기획운영위원장이 성장과 통합의 해체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하지만 두 시간 뒤 유종일·허민 공동대표가 이를 부인하는 의견문을 내는 등의 촌극이 벌어졌다.

먼저 이현웅 운영위원장은 이날 운영위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고 성장과 통합의 해산 사실을 밝혔다. 그는 성장과 통합의 성과에 대해 설명한 뒤 "상당한 성과와 반향에도 특정 후보의 싱크탱크로 타칭되고 '성장과 통합'의 일부 인사들이 차기 정부의 특정 자리에 이름이 거론되면서 사전 선거운동 시비와 민주당 선대위 활동과 관련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라며 "(그런 우려가) '성장과 통합' 기획운영위원회에서의 해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유종일·허민 공동대표는 두 시간 뒤 이 보도자료 내용을 부인하는 의견문을 냈다. 두 공동대표는 "해체에 관한 보도자료는 유종일, 허민 대표가 인지하지 못한 내용"이라며 "성장과 통합은 여러 정책 전문가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정책 제언집을 완성한 후 향후 활동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책 제언집을 특정 캠프에 전달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각 정당에 전달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라며 "성장과 통합은 정책을 제언하는 집단으로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책 생산이라는 본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설익은 정책 우후죽순 공개돼 혼선... 민주당 정책위도 경고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이정문 수석부의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성장과 통합의 위기가 표면적으로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과도한 여론 관심에 대한 피로도는 이미 그 전부터 누적되고 있었다. 유종일·허민 대표가 지난 16일 성장과 통합 출범 당시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부동산에 대한 각기 다른 아이디어를 놓았는데 그게 사실상 이재명 후보의 '대선 공약'으로 여겨지면서 혼선이 생기기도 했다.

유 대표가 단체 설립 배경으로 이재명 후보의 이름을 직접 꺼내든 것도 잡음을 낳았다. 실제 유 대표는 지난해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안이 가결됐을 무렵, 이 후보가 전화를 걸어와 "경제 성장 전략을 만들어달라는 구체적인 요구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관련 기사: "'성장과 통합' 명칭 내가 만들어...이재명의 이 약속 때문" https://omn.kr/2d2no).

이 때문에 성장과 통합 논의에 언론사 취재 경쟁이 붙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나 'AI(인공지능) 정부' 구성, 감사원의 정책감사 폐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그 때마다 민주당은 '하나의 아이디어일 뿐이지 대선 공약으로 확정된 바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반복해야 했다.

진성준 정책위 의장은 지난 24일 최근 정책위 등 민주당 관계자발로 나오는 정책 및 공약보도에 대해 "후보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설익은 정책공약 보도가 쏟아지는 것에 당내외 우려가 크다"라고 지적하면서 "정책위 차원에서 보도 경위 등을 철저히 파악하고 재발 방지와 반복 시 징계 요구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내'라고 선을 그었지만 우후죽순으로 나오는 설익은 정책 단독 보도에 피로감을 내비친 것이다.

앞서 진 의장은 같은 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소속 의원들에게 "개별 의원실 차원의 정책, 법안을 설명할 때 그게 당 입장이나 캠프의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오해가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에서도 쏟아진 '외부 노출' 피로감

성장과 통합 내부에서도 비토가 나왔다. 합류 사실이 보도됐던 성장과 통합의 한 인사는 최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언론에서 연락을 많이 받고 있지만, (정책과 관련해) 낼 것도 없고 아직은 내서도 안 된다"고 노출을 경계했다.

그는 특히 "토론만 한 상태에서 자꾸 정책 내용이 (언론에) 나가 중구난방이 되고 있다"라며 "(관계자들이) 자신들이 논의만 한 내용을 언론에 말하고 기사가 나오니 혼선이 왔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책에 성숙도를 높이려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채택되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성장과 통합 핵심 관계자들의 '입각' 관련 하마평까지 나돌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실제 한 언론은 최근 유종일 대표의 경우 국무총리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의 대선 후보도 결정되지 않은 시점에 집권 후 내각 인선 관련 전망까지 회자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두 공동대표는 의견문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책 생산이라는 본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겠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재명 후보 캠프 관계자도 "싱크탱크가 성장과 통합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정책 주도권 잡기 과열 경쟁은) 선거철마다 나오는 모습인데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외부 단체가 아니라 당 선거대책위 중심으로 정책위 등 당내 공식 기구들이 끌고 가게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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