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3명 이탈' 정관장의 뼈 아픈 비 시즌
[양형석 기자]
지난 11일 시작된 V리그 여자부 FA시장이 2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국배구연맹은 2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5년 V리그 여자부 자유계약 선수 결과를 공시했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서 활약했던 이다현이 연봉 총액 5억5000만원(연봉3억5000만+옵션2억)에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계약했고 고예림도 총액 3억7000만원(연봉3억+옵션7000만)에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이적을 선택했다. 이다현과 고예림을 제외한 11명의 선수는 원 소속 구단에 잔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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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승주는 정관장이 챔프전 준우승에 오른 2024-2025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택했다. |
ⓒ 한국배구연맹 |
2011-2012 시즌까지 세 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던 정관장은 이후 4번의 시즌 동안 3번이나 최하위에 머물 정도로 하위권에 허덕였다. 정관장은 2016-2017 시즌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득점왕을 차지한 알레나 버그스마의 활약에 힘입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후 다시 6시즌 동안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다. V리그 여자부에서 6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한 팀은 정관장이 유일하다.
그렇게 여자부를 대표하는 약체로 전락하던 정관장에게 '희망의 빛'이 들어온 것은 V리그에서 처음으로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한 2023년이다. 전체 3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정관장은 2023년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파격적으로 인도네시아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를 지명하는 모험수를 단행했다. 팀의 주 공격수 자리를 배구팬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무명 선수에게 맡긴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모두가 우려했던 고희진 감독의 승부수는 대성공을 거뒀다. 외국인 아웃사이드히터 지오바나 밀라나와 쌍포를 형성한 메가는 2023-2024 시즌 득점 7위(736점)에 오르며 정관장의 공격을 이끌었다. 여기에 비 시즌 동안 어깨 수술을 받은 후 전반기까지 벤치를 전전하던 이소영(IBK기업은행 알토스)이 후반기 공수에서 맹활약하면서 정관장은 무려 7시즌 만에 봄 배구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2024-2025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부키리치의 아웃사이드히터 변신이라는 또 하나의 과감한 모험이 있었다. 2023-2024 시즌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한 부키리치는 2024-2025 시즌 정관장의 지명을 받은 후 서브 리시브를 받아야 하는 아웃사이드히터로 변신을 단행했다. 공격력은 강해지겠지만 자칫 리시브 라인이 흔들리면 팀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부키리치는 우려와 달리 정규리그 30경기에서 638득점과 함께 34.38%의 준수한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여기에 베테랑 표승주가 34.9%의 리시브 점유율을 책임지며 부키리치의 부담을 덜어줬고 V리그 2년 차를 맞는 메가는 득점 3위(802점)에 오르며 더욱 위력적인 공격력을 자랑했다. 그렇게 정관장은 무려 13년 만에 챔프전에 진출해 흥국생명과 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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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장이 자랑하던 '쌍포' 메가(왼쪽)와 부키리치도 다음 시즌 V리그에서 볼 수 없게 됐다. |
ⓒ 한국배구연맹 |
시즌 후반 발목 부상을 당했음에도 봄 배구에서 복귀해 투혼을 발휘했던 부키리치 역시 정관장과의 재계약이 무산됐다. 정관장에서 서브 리시브를 담당하며 수비에 부담을 느꼈던 부키리치는 유럽리그로 복귀해 아포짓 스파이커에 재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로써 정관장은 오는 5월 9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메가와 부키리치를 대신할 새 외국인 선수를 찾아야 한다.
'FA보다 나은 보상선수'로 맹활약했던 표승주의 은퇴도 큰 충격이었다. 표승주는 2주간의 FA협상에서 구단과 협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현역 은퇴를 선택했다. 메가와 부키리치가 공격을 전담하면서 득점은 277점에 머물렀지만 34.9%의 리시브 점유율과 세트당3.38개의 디그는 쉽게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게다가 이적이 아닌 은퇴를 선택하면서 정관장은 보상 선수를 영입할 기회조차 사라졌다.
이로써 정관장은 2024-2025 시즌 챔프전 준우승 멤버 중에서 좌우날개 메가와 부키리치,표승주가 동시에 빠져 나가며 엄청난 전력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정관장이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공격을 전담할 아포짓 스파이커를 지명한다면 아웃사이드히터 두 자리는 위파위가 돌아올 때까지 국내 선수들로 채워야 한다. 부키리치와 표승주가 있을 때와 비교하면 무게감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정관장에는 2025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대표팀에 선발된 이선우를 비롯해 플레이오프에서 리베로로 변신했던 박혜민, 시즌 후반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준 전다빈 같은 아웃사이드히터 자원들이 있다. 하지만 세 선수는 각각 서브리시브와 파워, 경험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핵심 선수 3명이 동시에 빠져나가며 큰 위기에 빠진 고희진 감독이 다음 시즌 개막까지 팀을 어떻게 추스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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