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재테크]결혼 후 살집 마련에 대한 한·일 인식 차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본 여성과 결혼한 국내 젊은 직장인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일본 신혼부부들은 결혼 후 자신들의 능력에 맞는 수준의 임대주택에서 사는 것을 당연시한다.
일본 SMBC그룹의 지난해 12월 '결혼 비용에 관한 의식·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약혼식과 결혼반지, 결혼식·피로연, 신혼여행, 신혼생활 자금 등으로 지불하는 총 결혼 비용 평균은 484만엔(약 4840만원)이고 이를 양가에서 반반씩 부담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 집 소유하지 않아도 존중
내집마련 매달리는 분위기 돌아봐야
일본 여성과 결혼한 국내 젊은 직장인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서울에 파견 온 일본의 회사원과 결혼했다. 일본 업무상 이메일을 주고 받다가 결혼에까지 이르게 됐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현재 아내가 된 그 여성이 결혼할 때까지 '결혼해서 살 집은 어떻게 할 것이냐'란 질문을 한번도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비록 중고지만 작은 아파트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질문을 받으면 집은 이미 마련했노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묻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에선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가 제일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살 집 마련'이다. 그 문제로 다투기도 하고 파혼으로까지 발전하는 사례도 있다. 혹시 그 여성의 경우가 특별한 사례가 아닌가 싶어 일본의 지인 몇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돌아온 대답은 모두가 비슷했다. 결혼 후 주거 문제에 대해 신혼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길만한 소지가 거의 없으니, 특별히 물어볼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일본 신혼부부들은 결혼 후 자신들의 능력에 맞는 수준의 임대주택에서 사는 것을 당연시한다. 여기엔 월세 두달분에 해당하는 보증금만 있으면 된다. 한국에서 일반화된 전세나 반전세 제도가 일본엔 없기 때문에 목돈 들어갈 일도 없다. 물론 신혼집을 매입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평균 35년 정도의 주택론을 받아 매입한다.
한마디로 일본의 젊은 세대들 사이엔 경제적으로 독립한 두 사람이 각자 형편에 맞게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부모들도 대부분 자녀의 신혼집 마련에 자금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다. 일본 SMBC그룹의 지난해 12월 '결혼 비용에 관한 의식·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약혼식과 결혼반지, 결혼식·피로연, 신혼여행, 신혼생활 자금 등으로 지불하는 총 결혼 비용 평균은 484만엔(약 4840만원)이고 이를 양가에서 반반씩 부담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 부모들은 자녀 결혼과 관련해 200만엔 정도를 결혼축하금 명목으로 주는 게 일반적이었다.
한국의 결혼 비용 실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웨딩컨설팅업체 '듀오웨드'가 발표한 '2025년 결혼 비용 실태보고서'를 보면, 총 결혼 비용 평균은 3억6200만원이었다. 여기서 5800만원이 결혼식 관련 비용이고, 3억400만원은 신혼집 마련 비용이다. 이 비용을 신랑 측과 신부 측이 평균 6:4의 비율로 부모가 부담한다. 신랑 부모가 평균 1억6300만원, 신부 부모가 8300만원 정도를 부담한다는 것이다.
결혼식 비용만 놓고 보면 예단, 이바지 비용 정도가 추가될 뿐 일본과 큰 차이는 없다. 문제는 신혼집 마련 비용 3억400만원이다. 신혼집 마련 방법 중 전세가 44%, 자가주택 구입이 38%를 차지하다 보니 평균적으로 그만큼의 목돈이 필요한 것이다. 반면 일본은 결혼 시점에 반드시 집을 소유해야 한다는 압박이 우리보다 훨씬 덜하다. 일부러 집을 소유하지 않는 선택도 존중받는 사회 분위기다. 1990년대 이후 부동산 장기불황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의 중요한 지표인 '일본 3대 도시(도쿄, 오사카, 나고야)의 택지 지가지수는 1982년에 100으로 출발해 부동산 버블의 피크인 1991년 290까지 3배 가까이 상승했다. 2012년엔 3분의 1 수준인 102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약간 반등해 120 수준에 있다. 현재의 일본인들은 우리처럼 내 집 마련에 목을 매고 있지 않다. '집 없으면 어때? 빌려 살면 되는데'란 인식이 강하다. 몇억원의 금융자산이 있는데 자가주택이 없다면, 은행에서 융자받아 내 집 마련을 할 것인가, 아니면 집은 빌려 살고 그 돈은 다른 곳에 활용할 것인가를 냉정하게 따져보고 결정한다.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은 우리가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무리한 내 집 마련이 언제까지 올바른 선택이 될 것인가? 새 가정을 이루는 젊은 세대들이 한번쯤 냉정하게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93세라고? 50대인 줄"…이길여 가천대 총장 근황에 '깜짝' - 아시아경제
- "한국인·중국인은 오지마"…일본 식당들, 줄줄이 '출입금지' 왜? - 아시아경제
- 손흥민, 공갈 혐의로 20대 여성 고소…"임신 속여 수억원 금품 요구" - 아시아경제
- 성수기 에베레스트 간다고?…"입산료 2100만원 입니다" - 아시아경제
- "임신한 척 편하게 지내더라"…감옥서도 사기 친 전청조 - 아시아경제
- '세종대왕 나신 날' 영상에 日신사…"있을 수 없는 일" - 아시아경제
- "인도 전투기 격추됐다" 中 조롱 영상 1억뷰 돌파…인도인들 분노 - 아시아경제
- "과소평가했다" 목표주가 140만원대 '픽'…깜짝실적에 황제주 등극한 삼양식품[특징주] - 아시아
- 유시민 "이재명 최소 55% 김문수 최대 35% 득표"…근거 알고보니 - 아시아경제
- 韓, 아시아물리올림피아드서 전원 입상…이혁준 학생 종합 1위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