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교정원장 “차기 대통령, 진보·보수·중도 모두 포용해야”

‘2025 기자간담회’…남북 평화·기후위기 대응 등 촉구
‘자살 예방·저출산 대응·마음공부’ 핵심과제로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이 24일 서울 용산구 원불교 서울교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이 조기대선 후보들에게 정치적 진영에 관계없이 전 국민을 포용하는 정치를 촉구했다.

나 교정원장은 24일 서울 용산구 원불교 서울교당에서 열린 ‘2025 기자간담회’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의 조건에 대해 “진보나 보수나 중도나 모두가 국민인데 선거 때만 되면 중도만 국민으로 본다”며 “정권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상대 진영도 품고 가는 정책이 반영되도록 진행해야지 무시하고 가면 5년 뒤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모두가 생각이 다를 뿐이지 다 국민이란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남북 평화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노력하고, 기후위기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지방 균등 발전을 하겠다고 하는데 지나보면 거의 다 안 한다. 수도권 중심”이라면서 “지방에 가서도 충분히 교육과 문화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증명되고 주택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구의 약 5%인 250만명이 외국인이고, 다자녀가정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을 짚었다.

지난해 말 이후 정치적 격변에 대해선 “저는 1961년생으로 대학 1학년 때 학교 정문 앞에 탱크가 서 있고 휴교령이 내렸던 경험 있는 세대라 너무 놀랐다. 정상적으로 잘 회복되길 바랐다”며 “국민이 양분돼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지만 어쨌든 헌법재판소의 판결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인도, 정의, 공정한 법칙은 누구나 예외없이 적용돼야 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원불교는 올해 핵심과제로 ‘생명존중 자살예방’, 저출산 대응 ‘다붓다붓’ 캠페인, 마음공부의 사회화를 정했다.

2022년부터 정부와 함께 중점적으로 진행해 온 자살예방 프로그램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심폐소생술 같은 역할을 하자는 취지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저변을 확산시키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종교계에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주택 마련, 교육, 여성 경력 단절 등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나 교정원장은 “대학에 가면 등록금을 주는 것이 저출산 예산에 들어가 있다. 그건 차후 문제인데 거기에 왜 들어가냐”며 “당장 급한 것은 결혼하고, 주택을 쉽게 얻고, 보육을 걱정하지 않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안한 얘기지만 종교계에서 맞선 보고 하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인가 싶긴 하다”고 덧붙였다.

마음공부는 원불교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단어라며 미국 원다르마센터, 전남 영광 국제마음훈련원 등에서 마음공부, 명상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젊은 세대들이 예전에 비해 종교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경향에 관해 그는 “영성적이지만 종교에 굳이 속하고 싶지 않은 마음들이 있다. 그런 분들도 종교에서 도움과 위안, 평화, 행복을 얻고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개교 110주년을 맞은 원불교는 전국 15개 교구, 600여 개 교당을 운영 중이다. 교무(성직자)는 2000여 명이며 정기적으로 법회에 참여하는 핵심 교도 40만명, 매주 출석하지는 않지만 교리를 신봉하는 일반 교도 90만명 등 총 130만명의 교도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