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망신 위기 '내란비호' 인권위, "강등 안 바라지만 강등 충분"

소중한 2025. 4. 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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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계인권기구 특별심사 전망·과제' 토론회... "안창호·김용원·이충상, '현병철 시기'보다 훨씬 퇴행"

[소중한 기자]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1월 13일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 의결에 반대하는 직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에 막혀 전원위원회 회의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 소중한
"(이명박 정권의) 현병철 전 인권위원장 시기보다 훨씬 퇴행적이고 파괴적인 국면이다." -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
"강등되길 바라지 않지만, 강등된 타국 사례를 살펴보니 우리도 강등되기에 충분한 사유가 존재했다." - 최새얀 변호사
"인권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고 국회가 선출하도록 해야 한다." - 이성훈 한국인권학회 부회장(아주대 교수)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이 2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세계인권기구연합의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 특별심사 전망과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36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공동행동은 윤석열 정권 들어 꾸준히 문제를 일으킨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대한 특별심사 요청서를 2024년 10월 세계인권기구연합(GANHRI)에 제출한 바 있다. 이후 세계인권기구연합은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약 4개월 후인 지난 3월 26일 특별심사 개시를 결정했다.

세계인권기구연합은 회원국의 국가인권기구를 5년마다 정기심사하는데, 인권위가 정기심사 외 특별심사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의 내란 비호 권고안 통과 등 때문에 특별심사 결과 국가인권기구 등급이 A등급에서 B등급으로 강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권력에 굴종·기생, '파리원칙'에 어긋나"
 왼쪽부터 토론회에 참석한 몽(활동명)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김학진 국민대 연구교수(민주주의법학연구회), 서채완 민변 변호사, 이성훈 한국인권학회 부회장(아주대 겸임교수), 최새얀 민변 변호사,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연구소장,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
ⓒ 소중한
토론회에서 이집트, 태국, 니카라과의 강등 사례를 발표한 최새얀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세계인권기구연합은) 승인소위원회(SCA)의 특수 검토 및 재인증 절차에 따라 '파리원칙'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등급을 조절한다"라며 "파리원칙 일반권고는 '쿠데타 또는 비상사태가 발생한 경우 국가인권기구의 역할'을 별도 목차로 구성하고 있으며 '높은 수준의 경계와 독립성'을 갖고 '엄격하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인권위는 헌법과 법률을 전혀 준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동된 비상계엄을 사실상 두둔하는 공개 성명서를 발표했다. 나아가 공권력을 심각하게 남용해 심각한 인권침해를 야기한 윤석열 및 국무위원 등을 적극적으로 비호하는 권고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라며 "심지어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세계인권기구연합 특별심사 의견서에 인권위 행보를 두둔하는 변명만을 기재하고 (내란 비호 권고안) 결정문의 반대의견을 의도적으로 누락해 제출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태국의 경우 아시아 지역에서 국가인권기구의 모델로서 작용해왔으나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독립성과 정당성을 확보받지 못하고 쿠데타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상황을 제대로 조치하지 못 해 (A등급에서) B등급으로 강등됐다"며 "(한국) 인권위는 비상계엄 당시 상황이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어떤 기본권 침해가 이뤄졌는지 모두 인지한 상황에서 시민, 특히 사회적 소수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 보호하거나 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권력에만 굴종했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또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됐듯 이번 특별심사를 통해 인권위 등급이 강등되기만을 바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권위 기능이 정상화돼야 한다"라며 "그러나 타국 사례를 살펴보고 인권위의 만행을 다시 한 번 톺아보니 강등 권고를 받기에 너무나 충분한 사유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더해 "파리원칙은 국가인권기구가 보통 국회나 대통령 지명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고려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매우 중시하고 있었는데 현 인권위의 가장 심각한 결함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라며 "12.3 비상계엄 이전부터 이 문제는 고질적으로 있었으나 이후 더욱 수면 위로 드러났고 그 어느 때보다 인권의 관점에서 상황을 조사하고 시민들을 보호해야 하는 시기에 인권위는 권력에 기생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등 '인권위 무력화'도 조사 필요"
 토론회에 참석한 이성훈 한국인권학회 부회장(아주대 겸임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 소중한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2024년 12월 기준으로 총 118개 회원국 중 91개 인권기구가 A등급을 받고 있고, B등급의 인권기구는 27개에 불과하다"라며 "(물론) A등급이라고 해서 꼭 해당 국가의 인권 상황이 B등급보다 낫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A등급에서 B등급으로 강등된다는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별심사에 임하는) 인권위는 (비상계엄이 곧바로 국회에 의해 저지되며) 실제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는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나기까지 인권위에서 발생한 (내란 비호) 권고안 결정 과정과 극우세력의 난동을 연결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라며 "즉 서부지법을 습격한 폭동세력과 권고안 표결 당시 인권위를 점거한 세력, 그리고 최근 중국 이민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와 폭력을 행사하는 세력들이 동일함을 지적하고 인권위가 이 세력들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점을 특별심사에서 지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나 국장은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을 거론하며 "현병철 전 인권위원장 시기 등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문제적 발언들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반인권적 발언을 내뱉는 상임위원들은 처음"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 시절) 선대위 출신의 이충상 위원이 국민의힘 몫으로 상임위원이 되면서 시작된 퇴행은 김용원 위원의 등장에 이어 안창호씨가 지난해 9월 위원장으로 임명되며 파행이 심화됐다"라며 "이충상 위원의 막말도 문제였지만 김용원 위원의 폭주는 고 채상병 사건이 발생한 직후 박정훈 대령에 대한 긴급구제 무산 이후에 노골화됐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김용원 위원은 군인권침해 피해 유가족과 군인권센터 활동가들을 수사의뢰하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켰고, 소위원회에서 한 명의 위원만 반대해도 자동 기각되는 운영규칙 개악 건도 들고 나왔다"라며 "자격 없는 이충상·김용원 위원의 반인권적인 막말과 폭력적인 동료 위원·직원에 대한 행패와는 별개로 인권위를 무력화시키는 일련의 과정들에 대한 조사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촉구했다.
▲ 인권위 김용원 위원, 야당 운영위 의원과 설전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오른쪽)이 지난 1월 13일 이른바 '내란 비호 안건'의 통과를 위한 전원위원회 출입을 저지당하자, 야당 운영위 소속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 이정민
이성훈 한국인권학회 부회장(아주대 겸임교수)는 "우리의 정치, 사법 체계가 '1987년 체제'라면 인권 체계는 '2000년 김대중 체제'다. (당시) 여소야대 상황에서 인권 체계가 마련됐는데 이 골간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라며 "(이 체계를) 한 번 수술해야 한다. 윤석열 탄핵 상황뿐만 아니라 지난 20여 년을 돌아보면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위원장을 대통령이 지명하는 것에서 국회에서 선출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또한 인권옹호자를 다수로 하는 단일하고 독립적인 후보추천위원회가 필요하다"라며 "인권위원장 후보뿐만 아니라 상임위원들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고 인권위원장은 (국회의) 2/3 동의를 얻도록 하는 등 지금 같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위원장과 상임위원이 임명되는 상황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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