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8시간이지만 투표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오영주 2025. 4. 2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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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이 6년, 처음으로 신청한 재외국민 투표... 나는 한국을 놓지 않았다

[오영주 기자]

 이번 대선을 앞두고 처음으로 '재외국민 투표'를 생각하게 되었다.
ⓒ ajaegers on Unsplash
이상하게도 한국에 살 때보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지금 한국 뉴스를 더 자주 보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업데이트 되는 사회 이슈, 정치 변화, 교육 정책까지 챙겨보면서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으니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누군가 "외국에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고 했는데, 정말 그 말이 실감난다.

그러던 어느 날, 뉴스에서 선거 이야기가 나오더니 자연스레 부재자 투표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고 그걸 본 순간, '아! 이거 나를 말하는 거잖아!' 했다.

미국에 온 지도 벌써 6년째. 그때까지는 한 번도 한국 선거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사는 주에서 가장 가까운 한국 영사관은 비행기를 타야 갈 수 있을 정도로 멀기 때문이다. '이민자에게 투표란 건 그냥 그림의 떡이구나'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의 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투표하러 "가자"는 남편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국외부재자신고를 쉽게 할 수 있다.
ⓒ 오영주
그런데 몇 년 전, 노스캐롤라이나(NC)로 이사를 오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여전히 거리감은 있지만, 이번엔 비행기가 아닌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거리에 영사관이 있기 때문이다. 왕복 8시간이라는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달라졌다.

그렇게 이번 대선을 앞두고 처음으로 '재외국민 투표'를 생각하게 되었다. 남편은 나보다 더 적극적이더라. 그동안 놓쳤던 것들까지 만회하겠다는 듯이 "갈까?"라는 제안의 말투가 아니라 "가자!"라는 단호한 말투였다. 이 사람이 이렇게 애국자였던가 싶으면서도 그 말이 이상하게도 뭉클하게 다가왔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각이 그 순간 또렷해졌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검색창에 '재외국민 투표 신청'을 쳤더니 가장 먼저 뜬 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재외선거 웹사이트였다. 사이트는 깔끔했고, 설명도 친절했다. 생각보다 준비할 것도 많지 않고 여권번호,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현재 거주 중인 미국 주소만 있으면 충분했다.

우리 부부는 아직도 한국에 주민등록이 살아 있는 상태라 '국외부재자'로 신청해야 했는데 실명 인증을 거치고, 온라인 폼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고, 몇 가지 동의 절차만 밟으면 끝! 몇 분 만에 모든 과정을 마치고 나니, '내가 왜 이걸 그렇게 어렵게 생각했을까' 싶었다.

며칠 후, 이메일로 신청 완료 안내가 도착했고 메일을 열어보는 순간, 작은 문장 하나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찡했다. '멀리 있지만, 나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유권자구나.' 그 당연한 사실이 처음으로 실감 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국과 연결되는 날에 대한 기대
▲ 국외부재자신고 접수증 국외부재자신고를 마치면 확인절차 후 접수증을 받게 된다.
ⓒ 오영주
물론 투표를 하기 위해 아틀란타까지 다녀오는 건 여전히 큰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하나의 기분 좋은 행사처럼 느껴진다. 투표소에 들른 김에 오랜만에 한인타운에도 가보고, 한국 음식점에서 그동안 그리웠던 음식도 실컷 먹고, 한인마트에 들러 트렁크 한 가득 싣고 올 계획을 세웠더니 벌써부터 그날이 기다려지네.

단순한 투표가 아니라, 그 하루가 내겐 한국과 연결된 하루가 되는 것이다. 주권을 행사하고,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고, 마음속 한국을 다시 만나는 하루. 그 생각만으로도 이번 투표는 특별한 의미로 남을 거 같다. 단순히 투표가 아니라 작은 여행이자 회복이고,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민자의 삶은 언제나 두 나라 사이를 오간다. 여기서는 외국인이고, 거기서는 떠난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 재외국민 투표 신청을 하며 느꼈다. 한국은 나를 잊지 않았고, 나도 한국을 놓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 한 표는 단지 대통령을 뽑는 일이 아니다. 그건 내 정체성에 대한 확인이고, 뿌리와 연결된 끈을 다시 쥐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차로 왕복 8시간을 달려야 하지만 우리는 어느새 도착해 있을 것이고 투표와 함께 그 하루를 즐기게 될 거라 확신한다.

오는 6월, 나는 아틀란타에 가서 투표를 할 것이고 투표 용지를 받아드는 그 순간, 아마도 또 한 번 마음이 뜨거워질 것 같다.

"나는 지금 미국에 있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한국에 있습니다."

내 한 표가, 이 말의 증거가 되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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