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사망, 27명 부상... 부산 반얀트리 화재, 예고된 참사였나
[이숙견]
연구소 총회를 하루 앞두고 분주하던 2월 14일, 갑자기 전화기가 울려대기 시작했다. 부산 기장의 호텔 신축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 소식을 알리는 텔레그램 메시지들이었고, 이미 6명의 노동자가 심정지로 사망하였으며, 화재 진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뉴스 속보였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화재 현장을 찾아갔다.
40여 개 업체에서 841명이 작업
오전 10시 51분에 발생한 화재는 발생 2시간 반 만에 초기 진화되었고, 8시간이 지나서야 완전 진화되었다. 반얀트리 호텔의 전체 건물 구조는 지하 3층, 지상 12층으로 3개 동과 기타 별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화재로 B동 1층과 로비동이 전소되고, 지하 1층도 부분적으로 손상되었다. 오후 3시가 넘어서 도착한 현장에서는 여전히 매캐하고 독한 냄새와 함께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으며, 소방대원들은 잔불을 분주히 끄고 있었다.
이번 화재 참사로 6명이나 되는 사망자와 27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고,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대원 1명이 다치는 등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긴급히 구성된 중앙사고수습본부의 합동브리핑을 통해 참사 발생 당시 현장에는 40여 개 업체, 841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었음을 확인했다. 너무나 큰 규모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반얀트리 화재 참사의 원인
경찰청은 중간발표를 통해 사망한 노동자 모두 B동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발견되었으며, 사인은 질식사임을 밝혔다. 발화 장소는 B동 1층 배관실에서 용접, 용단, 연마, 드릴 등의 화기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불똥이 지하 1층 배관 보온재에 옮겨붙으면서 화재가 시작되었고 참사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번 화재 참사 진상규명을 위하여 부산고용노동지청 면담, 경찰청 설명회 요구, 국회의원을 통한 자료요청, 정보공개신청, 유족과의 기자회견 개최 등 온갖 방법으로 확인하고 대응 중이지만, 노동부와 경찰, 검찰, 소방본부는 비공개 입장을 내세우며 유족에게조차 결과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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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14일 반얀트리 화재참사 발생 당일 화재현장 앞에 설치한 사고수습본부 부스 |
| ⓒ 김그루 |
"이 현장은 좀 심했어요. 다른 업체에 비하면 정말 많이 심했어요. 내가 처음 시작하면서 이 현장 삼정건설에서 하는 거 맞나, 이랬어요. (중략) 이번 일 터지고 나니까 그때 내 느낌이 맞았어요. 작업자라면 대부분 원청업체 통제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근데 저도 한 30년 가까이 일을 했는데 내가 봐도 이건 아닌데… 느낌이 오더라고요."
부산운동본부가 인터뷰한 작업자들은 이번 화재참사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반얀트리 호텔 시공사인 삼정건설과 삼정이앤시의 총체적 안전보건관리 부재를 지적했다. 심지어 한 작업자는 했던 작업을 다시 다 뜯어내서 재작업을 한 일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시공사가 전체 공정의 작업 순서조차 제대로 관장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심지어 참사 당일 화재가 시작된 공정을 담당하던 업체의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인 현장소장은 현장에 없었고, 안전보건관리자도 작년 12월에 퇴사한 후 선임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처럼 원하청을 막론하고 체계적인 안전보건관리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빨랐던 '준공허가-사용승인', 그리고 공사기간 단축
반얀트리 호텔 건축주는 2024년 11월 기장군청에 건축물 사용승인-준공허가-을 신청하였지만 소방시설 관련 서류를 누락해 '보완' 의견을 전달받았다. 한 달 후 기장소방서는 화재감시기, 유도등, 스프링클러 등 17종의 소방시설 설치를 완료했다는 공사감리완공보고서를 토대로 '소방시설 완공검사 증명서'를 발급하였다.
건축주는 발급받은 증명서를 기장군청에 제출했고 12월 19일부로 건축물 사용승인 허가를 받게 된다. 하지만 기장소방서와 기장군청은 현장 점검을 통해 시설이 실제로 설치되었는지, 제대로 작동하는지, 준공허가를 낼 수 있는 상태인지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오로지 감리업체가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허가를 내렸다.
토목공사부터 지체된 호텔 공사는 골조 공사와 내부 인테리어 공사도 연이어 늦어진 상태였다. 착공신고서 준공예정 일자가 2024년 11월 24일임에도 준공허가가 한 달여나 늦어 정도로 공사 진행이 순조롭지도 못했다. 해당 현장에서 일했던 작업자조차 준공허가가 되었다는 사실에, 그것도 작년 12월에 준공허가가 났었다는 사실에 너무나 놀라워했다.
"어쨌든 이 현장의 토목 공사가 조금 늦어진 편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골조 공사도 늦어졌고, 그렇게 순서대로 다 늦어지게 되는 과정이었어요. 작년 상반기에 골조공사조차도 80% 정도만 되어 있는 상태였으니까요."
"원래는 가을쯤 들어가기로 했지요. 샘플 잡고 바로 되는 건 아니거든요. 승인받고 자재 샘플 보고 자재 색깔 보고 이런 거 파악하고 이러면 보통 한 달 정도 걸려요. 샘플 잡고 나면요. 그때가 8월 중순쯤에 들어갔으니까 한 9월이나 늦어도 10월 초에는 들어갈 줄 알았죠. 결국, 11월에 들어가게 되었고요. 한 달 전에 들어온 팀도 일을 못 했어요. 들어갔는데 작업이 안 되어 있으니까… 또 도로 나오고, 나는 준공 받은 줄도 몰랐어요. 이번에 사고 나고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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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22일 개최한 '반얀트리 화재참사 유가족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모습(반얀트리 화재참사 유가족과 부산운동본부 공동주최). |
| ⓒ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부산운동본부 |
"마음의 여유가 없이 막 쫓기듯이 작업하면 밑에 불똥이 떨어져도 바쁘면 안 보이고 그냥 내 작업하는 것만 보이는 거죠. 나도 그렇게 일했기 때문에 그 사람도 똑같을 거라고 봅니다."
"우리가 교육을 안 받았기 때문에 어디로 가면 뭐가 있다, 그것도 제대로 몰랐고…. 그래서 우왕좌왕하면서 결국 죽지 않았을까 싶어요."
화재 참사 당시 40여 개의 하청업체가 현장에서 작업 중이었고, 특히 지하층부터 지상까지 여러 종류의 내부 인테리어 공사와 가구 설치, 도배, 페인트, 애폭시 작업 등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화재 참사 발생 전부터 소방점검을 하고 있었고, 당일에도 소방점검을 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했기에 더욱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화재 발생과 사고위험을 높이는 혼재 작업은 금지해야 함에도, 건축주와 시공사는 안전관리는커녕 분양 계약 기간을 조금이라도 맞추기 위해 하청업체를 채근하곤 한다. 무리한 공기 단축을 요구하며 혼재 작업을 강행시키는 경우도 있다. 하청업체도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보다는 작업속도를 높이는 데 혈안이 되어 노동자를 몰아붙인다.
결국 이번 사건을 보면, 원하청 모두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고, 준공허가와 안전점검을 제대로 해야 할 공공기관은 제 역할을 방기한 것으로 보인다.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 반이 지난 현재, 여전히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반얀트리 화재 참사의 원인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부산운동본부는 4월 24일 진상조사 보고서 발표회를 열어 현재까지 부산운동본부가 확인한 화재 참사 원인을 드러냈다. 본부는 공식적인 진상규명을 통해 화재 참사가 발생한 여러 구조적 원인의 진단과 이에 기초한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의 필자인 이숙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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