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밀레이 'MAGA 삼두' 와해하나 [마켓톡톡]
트럼프 관세 놓고 이견
나바로와 불화 겪은 머스크
“내달부터 테슬라 경영 집중”
독점 옹호하는 밀레이와 달리
트럼프, 바이든 반독점정책 유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론 머스크와 함께 자주 다뤄졌다. 이른바 아메리카대륙식 삼두정치다. 하지만, '트럼프 관세'가 '마가(MAGA) 삼두' 사이를 점점 벌여놓고 있다. 그렇다면 관세가 세 사람의 교집합을 흔드는 유일한 이유일까.
더스쿠프는 '트럼프와 머스크가 극찬한 자유기업 자본주의의 함정(2024년 1월 22일자)''기업 이익이 정의: 트럼프발 '자유기업 자본주의' 위험한 실체(2025년 2월 12일자)' 등 기사를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트럼프·밀레이·머스크의 교집합을 다뤘다. 이들은 위험한 수준의 자유를 맹종하는 밀레이의 '자유기업 자본주의'를 매개로 교감했다. 하지만 '트럼프 관세'가 현실화하면서 세 사람은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 머스크의 월권=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와 '트럼프 관세' 설계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불화를 애써 감추지 않는다. 나바로가 "(테슬라) 배터리는 중국과 일본에서, 전자부품은 대만에서 수입한다"며 "(머스크는) 자동차 제조업자가 아니라 자동차 조립업자"라며 포문을 열었다.
머스크는 8일 SNS 엑스(옛 트위터)에 "테슬라는 미국산이 가장 많다"며 "(나바로는) 벽돌 자루보다 멍청하다"고 대응했다. 이들은 머스크가 지난 5일 이탈리아 부총리와 화상 회의에서 "미국과 유럽이 무관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발언한 후 충돌했다. 테슬라는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중국에서 올리고 있다.
결국 일론 머스크는 정부 업무에서 한발짝 물러설 의사를 밝혔다. 머스크는 22일(현지시간) 테슬라의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DOGE의 굵직한 작업은 대부분 끝났다"며 "5월부터 일주일에 1~2일만 정부 업무를 보고, 테슬라 경영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 밀레이의 착각=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트럼프의 경제관과 흡사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과격성에서는 오히려 트럼프를 능가하는 인물이다. 밀레이는 자신을 '무정부적 자본주의자'라고 소개한다. 기업의 극단적 자유를 옹호하고, 국가와 정부를 부정하는 인물이 한 나라의 대통령에 올라선 데는 사연이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금까지 9번이나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했다. 밀레이는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일종의 극약 처방이다. 효과는 있었다. 아르헨 물가상승률은 2023년 270%를 넘겼지만, 밀레이 취임 이후인 2024년엔 41.7%로 완화했다. 밀레이는 정부 지출도 극한으로 줄였다. 복지를 포기한 대가로 빈곤율이 지난해 7월 한때 52.9%까지 치솟았다. 올해 1월에도 빈곤율은 34.9%를 기록했다.
밀레이는 기업의 독점이 시장실패라는 경제학적 상식조차 부정한다. 밀레이는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국가 개입이 없는 한 자본주의 시장 정책에 실패란 없다"고 단언했다. 당연히 밀레이에게 자유무역은 기본값이고, 관세는 국가의 부당한 시장개입이다. 하지만, 미국이 아르헨에 관세 10%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자 "우리는 미국과 공통 목표를 가진 전략적 파트너"라며 꼬리를 내렸다.
■ 트럼프의 본색=그렇다면 관세가 이들을 소원하게 만든 유일한 이유일까. 아닐 수도 있다. 트럼프는 두 사람과 배경이 다르다. 뉴욕에서 성장하고, 사업가로 자리 잡았다. 미국식 자유 시장은 새로운 기업의 등장을 막아서는 독점을 퇴출·해체할 수 있어야 유지된다. 트럼프도 아직 이런 상식까지 부정하진 않는다. 독점을 옹호하는 밀레이, 연방거래위원회(FTC) 폐지·통합을 주장한 머스크와는 결이 다르다.
FTC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의 정책을 뒤집지 않은 몇 안 되는 조직 중 하나다. 위원장이 리나 칸에서 앤드루 퍼거슨으로 바뀌었지만, 정책 기조는 그대로다.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FTC는 기업의 독점과 불공정거래를 규제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 시작한 구글·아마존·메타(페이스북) 등 빅테크와의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FTC는 지난 21일 소비자의 구독 취소를 어렵게 만든 혐의로 우버에 새로운 소송을 제기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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