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구해줘, SNS로부터 [배우 차유진 에세이]
1994년 연극으로 데뷔해 영화와 연극, 드라마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차유진의 사는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차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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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 보는 시간이 하루에 1시간이라치면, 1년에 2만1900분을 도둑맞는 셈이다. |
ⓒ uusaez on Unsplash |
물론 SNS 의 순기능도 인정한다. 삶에 귀감이 될 명언들이나 귀여운 동물들의 영상을 보면 힐링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도 자꾸 들여다 보면 야금야금 시간을 빼앗아가는 공범이긴 매한가지이다.
계산을 해봤다. SNS 보는 시간이 하루에 1시간이라치면, 1년에 2만1900분을 도둑맞는 셈이다. 하물며 이를 즐기는 시간 또한 점점 늘어가고 있으니, 나의 시간 주머니는 하염없이 줄줄 새고 있는 형편이다.
손을 묶을 수도 없고, 핸드폰에 수많은 기능이 하나로 탑재되어 있는 탓에, 곳곳에서 악마의 유혹들이 손을 뻗어댄다. '오늘은 인터넷 접속을 하지 않겠다'라며 핸드폰을 엎어놓고 무음 설정도 해봤다. 그러나 쿠팡에서 온 상품 도착 메시지를 무슨 수로 막겠는가.
신선도 유지를 위해 프레시백 상품도 도착 즉시 개봉해야 하고, 총알배송 상품도 하자가 없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이러저런 연유로 확인차 쿠팡 앱에 들어가다 보면 관심 상품에 또 눈이 팔려 지갑도, 시간도 삽시간에 털려버리게 된다.
열흘간 SNS를 보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면 요요현상이 오듯, 보상심리가 생겨 결국 폭식하듯 장시간을 봐버렸다. 역시 극단적인 방법은 부작용을 낳는 법이다.
제일 난감한 순간은 직업상 스케줄 확인 문자를 틈틈이 들여다 봐야 할 때이다. 핸드폰을 벨로 설정해 놓고 침대 끝까지 멀리 던져 놓았건만, 벨이 울려 메시지를 확인하는 사이에 SNS 삼매경 중인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또 좋은 글은 사진 캡처도 해야 하고, 문득 떠오르는 글의 소재도 메모장 앱에 적어가다 보면, 결국 핸드폰은 두 손에 찰떡같이 붙어있다.
하물며 이젠 독서 시간, 글 쓰는 시간, 명상하는 시간까지 슬슬 갉아먹히고 있으니,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이다. 고심 끝에 얻어낸 SNS 탈출 방법은 '아날로그의 회귀'이다. '편하게 보다 수고롭게 움직이기.'
반려견과 산책을 마치고 나서 핸드폰을 잠시 보는 버릇 역시 고칠 생각이다. 매번 눈을 사로잡았던 강아지 동영상보다, 나의 반려견과 더 오래 눈을 마주보려 한다. 그간 서운했을 녀석의 마음도 달래주고 더는 외로워하지 않도록 말이다.
곧잘 까먹지만, 외출시 책을 꼭 챙겨 나가겠다는 약속 또한 어기지 않을 생각이다. 중간중간 비는 시간에 눈이 현혹되는 SNS를 훑어보기 보다 한 장 한 장 책장 넘기는 소리에 귀기울여 보겠다. 물론 책보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풍경이 더 익숙한 세상에서 다소 낯설어 보일 수 있겠지만, 요새 MZ들 사이에선 아날로그 분위기로 사진, 동영상을 찍는 것이 유행이라니 이것 또한 레트로 감성으로 봐주시길.
자고로 도둑은 밤에 활개를 치기 마련이다. 취침 전, 침대에 누워서 들여다보는 SNS이야말로 꿀맛인 동시에 하루 중 남은 시간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주범이다. 대체방안으로 유퀴즈에서 배우 송혜교 님이 언급한 '감사기도'를 따라 쓰기 시작했다. 방송을 본 이후로 빠짐없이 써오고 있는데 제법 좋은 점들이 두루두루 발견된다.
하루 중에 소소하게 감사했던 일까지 적어내려가다 보니 생각에만 미쳤던 것들이 점점 입 밖으로 표현하게 되고, 더 나아가 그에 따른 행동도 찾게 된다. 진정한 감사는 큰 어려움을 겪어본 이에게서 우러러 나온다니, 크고 작은 고난이 닥쳐와도 잘 감수해 내리라는 다짐도 가져본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을 등한시하면 몸의 근육이 빠지듯, 생각을 게을리하면 사고의 근육도 빠지는 법이다. 아울러 생각 역시 깊이를 가져야 밀도가 생긴다. 매사에 주어진 일 앞에서 편함을 경계하고 시간과 과정을 정성 안에 꾹꾹 담아야 겠다.
최근에 인터넷을 2주간 끊으면 뇌의 나이가 10년 젊어진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한 기사가 있다. 이젠 모두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내 몸 안의 변화를 느껴보기 위해 한번쯤 시도해 볼만하지 않은가. 이런, 지금 이 기사도 좀 전에 SNS에서 본 거다. 종이신문을 다시 구독해서 봐야 하나!
그래도 며칠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곧장 메모장 앱을 열고 있다. 덕분에 글 쓰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되어 마음이 놓인다. 의지가 습관으로 작동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서서히 그것과 멀어지도록 아날로그의 힘을 적극 빌려보려 한다. 그렇게 필요 이상의 시간 지출을 막고 꼬박꼬박 저축해서, 결국엔 남부럽지 않은 시간부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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