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확충’ 공약한 李, 그 옆에 ‘진보 의료 핵심’ 김용익 사단 있다

조백건 기자 2025. 4. 24.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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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최근 ‘공공 의료 확충’을 전면에 내건 의료 공약을 발표하자, 정치권에선 이 후보가 ‘김용익 사단’의 논리를 대폭 수용한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공공 의료 강화를 주장하는 김용익(73) ‘돌봄과 미래’ 이사장과 그의 제자들이 이 후보 주변 곳곳에 포진해 의료 정책의 발굴·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김 이사장은 이 후보의 싱크탱크인 ‘성장과 통합’의 상임고문 중 한 명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으로, 1987년 서울대 의대에 국가 의료 정책을 연구하는 의료 관리학 교실을 처음 만든 인물이다. 김 이사장은 “전국에 공공 병원 100개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왔다.

이 후보의 ‘의료 정책 참모’로 불리는 김윤 민주당 의원도 서울대 의대 의료 관리학 교실 교수 출신으로 김 이사장의 제자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때부터 이 후보 캠프의 ‘보건 의료 특보단’에서 의료 공약을 개발했다. 그는 작년 11월 공공 의료를 확충하는 내용을 담은 공공 보건 의료법 등 ‘공공 의료 4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 후보 측 ‘성장과 통합’의 의료 분과 위원장인 홍승권 록향의료재단 이사장도 공공 의료를 중시하는 ‘범김용익 사단’으로 분류된다. 홍 이사장은 지난 대선에서부터 민주당 포용복지국가위원회의 건강정책실장을 맡아 이 후보의 의료 정책 분야 핵심 참모 역할을 해왔다. 그가 강조한 노약자·장애인에 대한 국가 통합 돌봄 강화는 최근 이 후보의 의료 공약에도 반영이 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는 변호사 시절인 2002년부터 공공 병원인 성남시의료원 설립을 주도했고, 이 안건이 시의회에서 부결되면서 정치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며 “공공 의료 확충은 그의 오랜 소신”이라고 했다.

김용익 사단은 앞선 역대 진보 정권에서도 ‘의료 정책 저수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이사장은 김대중 정부 때 의약 분업의 밑그림을 그렸다. 노무현 정부 때는 그의 ‘공공 병원 30% 확충 방안’이 대통령 공약으로 채택됐고, 당시 그는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으로 발탁돼 정책을 직접 추진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늘리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한 사람은 서울대 의료 관리학 교실 교수 출신이자 김 이사장의 수제자로 통하는 이진석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다. 그는 당시 정치권과 의료계 인사들을 직접 만나 문재인 케어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김 이사장도 문재인 정부에서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맡았고, 당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도 서울대 의료 관리학 교실에서 공부한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 진보 정권 땐 복지부 장차관들도 ‘보건 의료 정책이 잘 풀리지 않으면 김용익 교수를 찾아가라’고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비판적인 목소리도 많다. “비용만 많이 들고 환자들은 외면하는 공공 병원에 지나치게 집착한다”(서울 대형병원장)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본지 통화에서 “이 후보의 공약과 관련한 의견을 낸 적이 없다”며 “내 뜻대로 따르는 제자도 없고, 김용익 사단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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