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시대 한국 대통령의 숙명... 정치보복하면 막장정치 반복 [소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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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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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재명·김경수·김동연 후보가 지난 19일 충북 청주시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
| ⓒ 남소연 |
민주주의의 발상지라고 하던 여러 나라에서 대화와 타협은 찾아볼 길 없고, 열광하는 지지자와 배척해야 할 이방인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 우리가 부러워하던 유럽의 다원주의 정치마저 극단주의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새 대통령은 별일 없을까? 당장 얼마 남지 않은 대선과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보다 또다시 문제를 반복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서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이번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어려운 조건에서 출발한다. 2017년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파행에 파행을 거듭해 온 한국 정치가 더 나쁜 모습으로 재연될 우려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탄핵되면 어떤 일을 겪는지 경험했고, 그래서 시원하게 복수하려고 모셔 온 검찰총장 출신이 다시 탄핵당했으니 복수가 복수를 부른다는 식의 막장 정치가 재연될 수 있다.
한때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했던 우리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 아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던 비상계엄 사태보다도 그 뒤 이어진 탄핵 반대 시위와 국민의힘의 행동이 더 큰 충격이었다. 군을 동원해서라도 정치인들을 잡아넣고, 주사파를 척결해야만 했다는 이 망상적 믿음을 어떻게 할 것인가? 원인이 무엇이든 이것이 우리 민주주의의 현실이다.
이런 심리적 내전을 겪고, 가슴이 뚫린 듯 상처를 안게 된 국민들이 새 대통령을 뽑는다. 새 대통령은 무엇보다 지난 반 년의 악몽이 그저 시간이 지나면 다독여질 그런 일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더구나 지난 6개월의 혼란은 단지 정치적인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양극화가 심화된 '희망의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기에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통령은 한국 민주주의를 대수선하기 위해 한 몸을 희생하는 대통령이라고 전제해야 한다. 또 100여 년 전 위기를 닮아가고 있는 세계 경제 전쟁에 맞서, 우리의 성장전략을 근본부터 다시 짜야 한다. 그런 만큼 한국 사회를 기초부터 새로 세우려는 과도정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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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국민의힘 사무실 앞에 당 관계자가 대선 경선 후보자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
| ⓒ 연합뉴스 |
최근 국민 여론을 보면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고 국민의 뜻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통령제가 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단적 지역 정치를 해소하고, 타협 없는 양당제를 극복해야 하는 일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 자치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더 높은 국가적 책무를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5.18 정신과 인권신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개헌안 각론이 쉽게 합의에 이르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각론에서는 반대하는 교착상태가 계속되고, 신임 대통령이 개헌 추진보다는 자신의 국가개혁에 집중하려 하면 또다시 시기를 놓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우리 사회는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을 각오로 대연정을 제안했던 일을 뒤늦게 칭송하고 있다. 새 대통령이 한국 민주주의를 재건해야 한다는 소명을 생각하면, 권한 축소 등의 선제적 희생을 약속하고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검찰을 정치 보복에 동원하지 않아야 검찰을 개혁할 수 있다
국가의 형벌권은 엄정하지만 공정하게 행사해야 한다. 나는 우리 검찰 권한의 99%는 바르게 행사하고 있다고 본다. 다른 권력기관들의 처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극소수 사건들로 국가 권력기관의 공정성이 심하게 의심받고 있다. 승복하라고 할 수도 없다. 이른바 정치적 사건의 무죄율이 일반 형사사건보다 최하 다섯 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검찰이나 감사원이 정적을 탄압하고 괴롭히는 수단으로 동원한 것이다.
검찰 개혁은 검찰을 이용해 정치 보복하려 하지 않아야 완성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문재인 정부 때의 장기화된 적폐 청산이 결국 정치검찰을 살려냈고, 그로 인해 검찰 개혁도 좌절되었다. 새 정부는 검찰을 시켜 하고 싶은 일이 줄을 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소청이든 뭐든 검찰 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검찰권을 써서 정치 보복할 마음을 먹지 않아야 한다. 감사원, 국정원도 마찬가지다. 감사원 개혁, 검찰 개혁을 위해서라도 이들을 이용해 정치 보복하려 하지 말자. 유혹에 빠지지 않게 취임 즉시 개혁을 마쳐야 한다.
대통령도 직장인처럼 일하고, 협업해야 한다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라는 직장의 최고 책임자다. 공도, 과도 그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통령은 고독한 결단만 하는 것이 아니다. 소수의 측근이나 비선이 아니라, '직장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결정해야 한다. 대통령이라고 정해진 회의체계와 의사결정 시스템의 바깥에서 일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도 직장인처럼 정시에 출근하고 퇴근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보고서를 읽고 의견을 주며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을 경우, 국무회의는 물론이고 대통령실의 각급 관리체계가 긴장감 있게 돌아갈 리 없다. 가장 높은 사람부터 시스템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그러지 않았던 대통령들이 탄핵당했다.
내각을 믿고 역할을 나눠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결국 대통령과 대통령실로 책임이 돌아오게 된다. 그럴수록 대통령실은 작은 문제까지도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대통령 어젠다와 내각의 어젠다를 나누는 일은 말만큼 쉽지 않다. 그래도 길은 그것밖에 없다. 제도적으로 책임총리, 책임 장관이 가능한가, 아닌가가 핵심이 아니다. 대통령이 총리와 장관에게 그만한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가 아닌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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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내란청산 사회대개혁 비상행동·8개 정당 공동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
| ⓒ 연합뉴스 |
누군들 성장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데 윤석열 전 대통령은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정부 역할에 대해 완전히 왜곡된,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에 집착했다. 코로나19 시기에 국가부채가 늘어난 것을 두고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들었다. 그때 우리는 전 세계에서 재정을 가장 적게 푼 축에 들고, 대신 이를 각 가정의 부채로 떠넘기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건전 재정으로 나라에는 돈이 넘치는데 가정은 빚에 파탄 나는 것이 옳은 국가 운영인가?
윤석열 정부가 인기 없었던 본질적 이유는 서민의 삶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삶과 미래가 불안하면 극단주의가 발호한다. 이 어려움을 잊게 하는 공동의 적을 내세우게 된다. 외국인 노동자, 중국, 북한, 페미니스트, 노조, 야당이 단골이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정치적 극단주의를 막을 수 있다. 국가가 안전망을 더 튼튼하게 만들고, 서민 생계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재정은 그럴 때 역할 하라고 있는 것이다. 이미 한국의 자살률은 부동의 세계 최고지만 남성 자살률이 다시 올라가고 있다. 재정이 희망 마중물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트럼프가 만들어 내려는 세계 경제질서 속에서 우리의 성장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거기에는 전통적 성장전략을 넘어선 새로운 가치와 지향이 답을 줄 것이다. 균형발전, 문화, 생태, 포용 등이 성장동력이 되는 시대이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 신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근무자나 앞서가던 공무원들을 부역자 취급할 것인가? 역대 그런 정부들치고 제대로 평가받은 정부를 보지 못했다. 국정과제는 어려우니 국정과제다. 새 대통령이 꿈꾸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려운 국정과제 실현을 위해 공무원들이 헌신하게 해야 한다. 그 규범을 무너뜨린 것이 윤석열 정부다. 유능한 공무원 다수가 냉소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로 변해버렸다. 직권남용죄는 더 이상 남용하지 말자.
정치 보복도 그렇지만 정책 보복도 일부러 할 필요가 없다. 정권 교체와 정책 방향 전환으로 이미 완성되었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이런 식으로 정-반-합의 과정을 거치며 발전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을 유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구성 속에서 떠들썩해야 한다. 내부의 견제와 균형이 작동해야 진정한 국정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다. 정부 기능을 존중하는, 겸손하며 유능한 대통령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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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현 / 세종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
| ⓒ 김수현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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