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퇴계 이황 필적하던, '말보다 행동' 강조한 이 사람
[김병모 기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있다.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전한 시대 절세미인 왕소군이 없으니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는 시(詩) 구절이다. 노랗게 핀 산수유와 벚꽃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성급한 영산홍이 붉은 자색을 드러낸다.
길거리마다 사람들은 영산홍에 행복해한다. 봄날에 꽃비 내리고 행복만 해야 할 터인데. 요즘 정국을 보면 마냥 그럴 수만 없는 노릇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다.
마침 사회 정의를 몸소 실천했던 조선 시대 선비이자 처사(處士), 남명 조식(1501~1572)의 경의사상(敬義思想)이 다시 회자된다고 한다. 나 또한 남명 조식이 말년에 실천 지학을 꿈꾸었던 지리산 자락 경남 산청 산천재(山天齋)로 주저 없이 훌쩍 떠났다. 먹구름 낀 요즘 정국 상황에 남명 조식의 실천적 학문이 뜨고 있다니, 주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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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천재 |
| ⓒ 김병모 |
남명은 산천재에서 거동이 불편해지자 눈으로 마음으로 지리산을 오르내리면서 성찰 한다. 당대 명망 있는 학자 답지 않게 아담한 산천재가 이채롭다.
남명의 강직한 인품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산천재 기둥에 걸린 그의 〈덕산복거(德山卜居)〉 시가 예사롭지 않다. 일행들이 주련(柱聯: 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붙인 문구) 앞으로 몰려든다.
춘산저처무방초(春山底處無芳草)
지애천왕근제거(只愛天王近帝居)
백수귀래하물식(白手歸來何物食)
은하십리끽유여(銀河十里喫猶餘)
봄 산 어디엔 방초가 없으리오 마는
단지 상제 가까이에 있는 지리산 천왕봉을 사랑한다.
백수로 돌아와 무얼 먹고 하니
십 리로 뻗은 흰 물줄기를 마시고도 남을 걸세
남명 조식은 누구일까. 그는 세종 때 일본 대마도를 정벌했던 최윤덕 장군 딸 후손으로 무인의 기질을 갖고 태어난다.
다양한 학문의 깊이로 세상을 보는 혜안(慧眼)을 보여 조정으로부터 출사(出仕)를 권유받지만, 처사(處士)의 길을 걷는다. 그는 당대 퇴계 이황(1501~1570)과 학문적 쌍벽을 이룬다. 오로지 주자 성리학에 몰두한 퇴계 이황과 달리 조식은 성리학 뿐만 아니라 노장 사상, 병법 등 다양한 학문을 터득하여 실천지학(實踐之學)으로 후진을 양성한다.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 간 유명한 일화가 있다. 퇴계 이황이 불사무의(不仕無義), 벼슬 하지 않으면 의(義)를 실천하기 어렵다면서 출사를 권유하자 남명 조식은 출사하는 것을 도천지물(盜天之物), 하늘의 물건(관직)을 훔치는 것과 같다면서 후학 지도에 몰두한다.
내암 정인홍과 망우당 곽재우를 비롯한 남명 제자들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스승의 실천 학문에 따라 의병을 일으킨다. 임란 후 남명 제자들은 광해군 조정에 북인 세력으로 등장하였으나 인조반정으로 몰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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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식은 지리산 자락에서 '간수간산 간인간세'를 터득한다(자료사진) |
| ⓒ elsbethcat on Unsplash |
평생 초야에 묻혀 처사(處士)로 남기를 바라는 남명 조식은 단성(지금 산청 단성면 일대) 현감직에 제수(除授, 1555년)되자 같은 해 12월 12일 '단성현감을묘사직소(丹城縣監乙卯辭職疏)'를 올린다. 사직상소를 통해 그는 당대 최고 실세 문정왕후와 명종을 신랄히 비난, 조정에 큰 파문을 일으킨다. 조선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상소이다. 이를 계기로 남명 조식은 조정의 시퍼런 칼날을 두려워하지 않고 할 말을 한 선비로 세상에 알린다.
땅 위에 떨어진 매화꽃 향기가 배어나듯 최근 남명 선생의 실천적 학문이 다시 회자되어 기쁘다. 돌아서기 아쉬워 '남명매' 매화나무 근처에서 서성거린다. 남명 선생이 역사 속에서 깨어나 한 말씀 하실 것만 같다. "요즘 위정자(爲政者)들, 말보다 실천이라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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