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각하는 힘' 강조하는 장자

김용찬 2025. 4. 2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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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지음 <삶의 실력 장자>

[김용찬 기자]

'내면의 두께를 갖춘 자유로운 생산자'라는 이 책의 부제는, 저자가 장자와 그의 사상을 규정하는 표현이라고 하겠다. '내면의 두께'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에 다름 아니고, 그것이 쌓여 각자의 내면에 온축될 때 비로소 '삶의 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즉 판단의 근거를 외부의 조건에서 찾는 '사유의 종속성'으로는 스스로 생각하며 살 수 없기에,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창의적이고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사유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삶의 실력, 장자 - 내면의 두께를 갖춘 자유로운 생산자, 최진석(지은이)
ⓒ 위즈덤하우스
저자는 <장자>야말로 이러한 '삶의 실력'을 갖추도록 하는 내용을 지니고 있으며, 그러한 의미를 읽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사유의 생산자'로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자는 현실을 초탈하여, 현실과는 차원이 다른 특별한 경지를 누리려 한 사상가로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장자가 '실력 없는 삶을 정당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내 실력 있는 삶을 살다가라고 독려한' 사상가라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사상을 논변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누군가의 행동이나 생각에 대해 논변(論辨)하기 위해서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세상사에 대한 평가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가 있으며, 때로는 그것을 옳고 그름의 차원에서 논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기에 장자는 '이야기'라는 형식을 통해서, 사람들이 매사에 '소극적으로 수렴하고 줄이고 비우고 내려놓는 일보다는 삶의 무한한 팽창과 증대를 도모'하도록 권장하고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전체 33장으로 이뤄진 <장자>에서, 저자는 '우언'과 '추수' 그리고 '소요유'와 '제물론'만을 대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강의했던 내용을 정리한 결과물이라고 하겠는데, '<장자> 전체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항목에서 강의가 멈춰 그 성과만을 담아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의 내용은 중국 춘추시대 말기에 활동했던 장자 사상의 배경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한 후, 그것이 지닌 철학사적 의미와 '인간 장자의 내면'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아울러 장자가 '이야기 형식으로 자신의 철학을 표현'하고 있기에, 그 서술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우언' 편에서부터 논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야기'는 설명이 아닌 질문하기 위한 전제가 되며, 질문이란 '자기 내면에 있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밖으로 튀어나오'도록 하는 힘이다. 질문을 통해서 '스스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경지를 '자쾌(自快)'라고 규정하면서, 이로 인해 장자는 세속적인 권력과 부귀영화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지켜야 할 자존과 독립과 존엄'을 중시한다면, 그로부터 자발성과 창의가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억지로 사명감을 호출하여 서로 격려하거나 감독하'고자 한다면, 때로는 진영 논리에 갇혀 '진영이 다른 상대를 적으로 간주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분열'될 수밖에 없음을 우리 주위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따라서 '진영을 넘어서려면, 진영이 지키는 선악의 논리보다 한 단계 위에 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장자>를 통해서 그러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리하여 '참된 나, 즉 진아를 드러나게 하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주관적 경향의 확신을 최대한 줄이고 객관적 사실에 대한 인식 지평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

비록 '10분의 1'에 해당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룬 항목들이 <장자>의 핵심에서 비껴나 있지 않다고 파악된다. 아울러 '유학은 현실에 직접 개입하는 사상이고, 도가는 현실을 벗어나려는 사상'이라는 기존의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오히려 '도가도 유가와 마찬가지로 현실을 개선하려는 의지로 가득 찬 사상'임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두껍게 쌓고 쌓고 쌓다 보면' 점차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장자>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반성하는 힘을 기를 수 있으며, 그러한 자세를 통해서 주관적인 편견이나 작은 이해의 틀을 벗어나 진정한 '삶의 실력'을 갖출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장자의 원문과 번역본을 읽어보았으나, 나 역시 <장자>에 대해 통상적인 이해에 머물러 있었음을 고백한다. 이 책에서 제시한 새로운 관점은 분명 기존의 해석들과는 뚜렷이 구별되기에, 조만간 <장자>의 원문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 (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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